
그 아기새들은 어느 하늘을 날고 있을까
- 프시케-
우리 집 뒤뜰에는
매년 새들이 매달아 놓은 화분에 알을 낳고
부화를 해 날아가곤 한다
해마다 2 가족 혹은 3 가족의 새 가족이
알을 낳아 부화해
나의 아침들을 행복하게 하곤 한다
이번에 한국 가기 전
5마리의 아기새가 탄생했었다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한국 갔다 돌아와 보니
벌써 텅 빈 빈 둥지만 남아 있었다
아쉬워할 새도 없이
그 둥지 옆의 다른 화분에
다른 새 가족이 3개의 알을 낳았다
3개의 알도 부화를 해 세상을 향해
첫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을
작은 새들의 힘겨운 날갯짓이
눈에 아른거린다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생각난다
나의 작은 아기새들 무럭무럭
어느 하늘을 날며
이 세상을 견디고 있을까?
힘겨운 세상을 견디는 법을 터득하며
넓디넓은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해 가며
다른 새들과 함께 나는 법을 배우겠지?
그러다 그 새가 또
나의 뒤뜰 화분에 날아와
알을 낳을 확률은?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가
언제나처럼
반갑다
저렇게 알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온 작은 새들이
어디선가 노래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입가에 새털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번진다
새들아..
잘 견디며 잘 날으렴..
문득 카네코 미스즈의 시가
생각나
류시화 시인님은 시집에서
찾아 읽었다
"나와 작은 새와 방울"
카네코 미스즈
내가 두 팔을 펼쳐도 하늘은 조금도 날 수 없지만
날 수 있는 작은 새는 나처럼 땅 위를 빨리 달리지 못해.
내가 몸을 흔들어도 고운 소리는 낼 수 없지만
저 울리는 방울은 나처럼 많은 노래를 알지 못해.
방울과 작은 새 그리고 나 모두 다르지만 모두 좋다.
고통 속에서 피워낸 맑은 시에 마음이 물든다.
도쿄 이케부쿠로의 준프로 서점에서
카네코 미스즈의 시집을 발견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30년 전까지는 일본인들도 알지 못하던 시인이다.
많은 비장하고 심각한 시집들 속에서
샘물처럼 맑고 순수한 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인의 생애를 알고 났을 때는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토록 아프고 고난에 찬 삶에서
생명의 다정함을 노래한 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이 그렇게 보인 걸까?
아니면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 걸까?
울고 싶은 마음을 웃음 짓게 하고 어둠에 잠긴 영혼을 밝아지게 하는
시의 천사가 잠시 우리 곁에 왔다 간 듯했다.
가네꼬 미스즈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였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친정에 맡기고 재혼했다.
스무 살 때부터 가네코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촉망받는 젊은 시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3세에 계부의 강요로 서점 직원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삶에 더 큰 불행이 닥쳤다.
방탕하고 불성실한 남편과 불화를 겪으며 몸의 병까지 얻었으며
남편은 그녀의 작품 활동은 물론 편지 쓰는 것까지 금지했다.
27세가 되던 해 2월 남편과 이혼한 카네코는 3월 9일 사진관에 가서
혼자 사진을 찍은 후 이튿날 수면제를 먹고 생을 마감했다.
"이상해 "라는 제목의 시에서 카네코는 쓴다.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검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은색으로 빛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초록색 뽕잎을 먹고사는 누에가 하얗게 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누구도 만지지 않는 박꽃이 혼자서 활짝 피어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누구한테 물어봐도 웃으면서 당연한 거야 하고 말하는 것이
네 슬픈 "이상해"라는 시네요.
그리고는 세상에서 잊혔다.
한 동요 시인이 대학생 때 일본 동요집에서 읽은 가네코의 시 한 편을
잊지 못하고 그녀 시의 행방을 수년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가네코의 남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누나를 각별히 사랑한 남동생은 가네코가 죽기 직전에 맡긴
세 권의 수첩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으며,
수첩에는 512편의 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야자키 세쏘라는 그 동료 시인의 노력으로
1984년 세 권의 유고집이 발간되었다.
이후 가네코의 시는 크게 주목받으며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다.
"별과 민들레"에서 그녀는 노래한다.
파란 하늘 저 깊이 바다의 작은 돌처럼
그렇게 밤이 올 때까지 잠겨있는 낮에 별은 눈에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도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있어요.
꽃 져서 시든 민들레 기왓장 틈에서
묵묵히 봄이 올 때까지 숨어있는 강한 저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도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있어요.
동시는 아이들을 위해 쓴 시가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한 시다.
어른인 채 하는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세상에 대해 흥미를 잃은 마음을 각성시키는 것이 동시이다.
인생이 순탄치 않았음에도 맑은 영혼으로 시를 쓴 가네코 미스즈.
그녀의 일생은 "밝은 쪽으로 밝은 쪽으로"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가네코 분 에이도 서점터에는
현재 그녀의 기념관이 세워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짧은 인생을 마친 가네코 시인의 시를 제가 오늘 읽어드렸네요.
글 속에 시가 또 두 편이 있어서 읽어드렸고요.
이 시도 너무 좋은데 나중에 이분의 시집을
한번 사서 저도 읽어보고 싶은 그런 시입니다.
27살의 나이로 요절을 한 시인의 시, 어떤 시일지 많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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