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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끄적여본글

한복을 입으며..

by 프시케 psyche 2010. 2. 23.

 

 

한복을 입으며..

 

 

 

 

 



 







 





 
 
 
 


 


한복을 입으며..

-프시케-


늘 명절 전날이면 몇달쯤
묵어있던 한복을 꺼내어 다려본다..
폭넓은 치마를 다리며..
여염집 평범한 아낙이
우아하고 기품있는 왕후가 되어본다

옆지기인 왕의 한복을 다릴땐
자상하신 아버지의
품을 느끼듯..
넉넉한 저고리의 넓이만큼
마음이 넉넉하다

늠름한 왕자의 한복을 다릴땐
언제 이렇게 컸는지
두눈 휘둥그레하며
나오는 미소를 감추며
대견해 한다.

앙증맞은 공주의 한복을 다릴땐
딸내미의 한복을 다릴땐
친정어머니가 키크는 해마다
바꿔주시는는 정성이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늘 번거로워 하면서도
한복입는것을 즐기는
내자신이 어떤땐 나자신도
신기하다 생각해 본다

내가 이조오백년이라 놀려대는
옆지기의 고리타분함이
싫어..고전 한복을 싫어할만도 한데.
이것저것 챙겨입을것도 많은
한복입는 절차가 왜이리 좋은지
나도 모르겠다..

외씨버선은 아니어도
앞코에 예쁜 수놓아진
늘어나는 흰 버선을 신을땐
깔끔하고 야무진 어느집 마음이 넓은
안방마님이 된듯하다

속에 입는 속 고쟁이를 입을땐
어릴적 외할머니가 뒤적이며
주시던 할머니의 꼬깃 꼬깃 용돈에서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스런
마음이 된듯 하다

치마의 풍성한 옷태를을 위해 입는
프릴이 많이 달린
패티코트 속치마를 입을땐
명절에 괜실히 마음부푼
처녀의 가슴인양
마음속 설레임에
사뿐히 화관무를 추는
아름다운 신부가 된듯 하다

치마를 어깨걸어 입은후
부풀릴대로 부풀려진
한복의 옆선에선
영혼으로 흐르는
옛 조상들이 덕담을 나누며
웃는 인심만큼 커다란
배려의 마음이 길게 내려앉은
옛 정경부인이 된듯 하다

치마 어깨끈 위에 입는
속저고리를 입은후엔
신혼초 새색시의
부끄러운 어깨만큼
새하얀 미소가
날아가는 천사의 날개인양
아름다운 모습의 수줍음으로
눈을 내리감은 선녀가 된듯 하다..

바느질 고운 저고리를 입은후엔
오랫만에 멀리서 오시는 님을 맞는듯
반가운 손 이마에 얹어 가린 햇빛가리개
소매선이 곱게 마무리진 모습이
난을 치는 여인의 정갈한
마음인양 단정한 신사임당이 된듯 하다..

곱게 땋은 머리 또아리 틀어
예쁘게 쪽을진 머리뒤로
반짝이는 금비녀가
의젓하게 중심을 잡으면
뒤꽂이며..장식핀들이
너도 나도 자기 자리를
잡으며 재잘 재잘 명절분위기를
잡아 준다..

저고리 앞섶 안으로
살포시 곱게 꽃수놓은 노리개 댕기위로
오색 고운 수실이 늘어진
갖가지의 예쁜 노리개의
마음껏 뽐내며 찰랑 찰랑
귀여운 속삭임이 정겹다..

늘 바쁜 생활속에
곱지 않은 손가락임에도
굵은 옥가락지와
은가락지를 밀어넣어본다
부끄러운 손을 가리려
배시시 웃는 가락지들이
내 이쁘지 않은 손의 흠을
감싸주며 가려주며 웃는
옥빛 은빛 넓은 배려가 속 깊다.


미끄러지듯 걸어나가
오무려진 내발 감싼
하얀 버선 신은 발들을
한발 한발 고운 꽃신 속에
살며시 담아본다

날아가는 듯..
따사로운 겨울 하늘아래
화사하게 빛나는
어여쁜 한복의 고운 빛깔을 보며
깔끔하고 맑게 개인 2월 하늘도
화들짝 눈동그랗게 뜨고
우리가족을 내려다 본다.

온가족이 궁중을 떠나
화려한 외출을 한다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의
거창한 한복 나들이에
한복 없는 우리 강쥐 민희(?) 만
유일한 수행원이 된다..
아름다운 궁중을 떠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하는 곳
교회로 가는 천국 나들이..


먼 이국땅에서의
명절날 아침..
가족과 함께
설빔 입고 교회가는 모습입니다..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캐서린에서
프시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