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잎이 맞닿아 있는 길..
빈가지만 남아있는 겨울 나무들.. 이 길을 지날 때면
-프시케-
늘 이 길을 지날 때면
차 안에서 보는
짧은 시간에도
이 양옆에 늘어선 나무는
대체로 내게 침묵의 행복을 준다
그러나
새싹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춘삼월쯤에 이 길을 지나면
난 살포시 내 몸으로 퍼지는
세로토닌 성분이 주는 행복감에
미소 짓는다
점점 푸르게 늘어나는
풍성한 오월의 잎들을 볼 때마다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엔돌핀 같은
열정적 기쁨으로 활짝 웃으며
얼굴 가득 화색이 돈다
어느 안개가 짙게 낀
6월의 아침에 이 길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꿈속 깊은 아름다운
천상의 오솔길을 걷는 듯
몽롱한 호르몬이 또 나를 사로잡는다
둥둥둥 양옆 늘어선 나무 사이
안갯속 자욱한 기분으로
내 눈을 지그시 감긴다
여름비 흩뿌리는
7월의 비 오는 날 이 길을 지나면
차에서 듣던
Piazzolla의Libertango 가더 슬프게 흐른다
소리를 더 크게 틀며
비 오는 날
어느 바닷가 우산 밑의
Jack Vettriano의
Singing Butler 그림이
떠오르며 탱고를
추듯 발을 달싹거려본다
가을 우수수 잎 떨어지는 날
이 길을 지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리다
비탈리의 Chaconne 를 들으며
마음속 허전한 공간을
슬픔 바이올린 선율로
가득 채워 보기도 한다
겨울 앙상한 가지만 있는
이곳을 지날 때면
추위를 견디며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모진 바람과 맞서서도
저항하지 않는
인내를 배우게 한다
펑펑 내리던 눈이 그친 후
이곳을 지나면
마치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양
차에서 내려 괜스레
저 나무들 옆에 누워
두 팔 두 다리 움직여
이곳저곳에
여러 천사를 만들어 놓고 싶어진다
나무들이 쓸쓸하지 않도록
이렇듯..
일 년 열두 달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나무에 의해
새로운 기분이 되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
단지 양옆에 늘어선
나무에 지나지 않지만
이 나무들은 내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이른봄
새싹 돋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오월의 싱그러움을 내게 안겨주는가 하면
안개와 함께 나에게 신비로운
비밀을 선사하기도 하고
비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슬픈 춤 추는 여인이 되는가 싶다가
가을쯤이면 내게
모든 것을 떨어내는
비움의 성품을 가르치기도 하고
빈 가지로 추위 속에서도
겨울을 인내하는 법과
아무것도 없는 그 상태로
이미 주신 것에도 고마워
두손들어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 길을 지날 때면
나는 늘
무엇인가를 배우며
깨닫는다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배려와 이해를 배운다
오늘도 이 길을 지나며
신록으로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빛나는
햇살, 구름 그리고 하늘을
있는 그대로 느낀다
양쪽 나무 사이로 난
길에서 목적지로 인도하는
이 길에게 감사를 한다
길을 벗어나지 않고 갈 수 있는
표지판처럼
내게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말씀의 빛처럼 신선한
바람이 차창 밖으로 스치며
나를 어루만진다
초록의 잎들이
내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가며
내 오늘을 온통 초록으로
웃음 짓게 한다
내가 이 길을 지날 때면
2011년 6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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