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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찔림, 초연할 수 있을 때...

by 프시케 psyche 2014. 10. 3.






초연할 수 있는 마음



- 프시케-



어느 겨울

헐벗은 나무와

매서운 바람을 

응시하려면

스스로 벌거벗은 나무가 되어

혹독한 눈 속에 서 있거나

 차디찬 바람을

초연히 견뎌야 한다는 

Wallace Stevens의 시를 읽으며 문득

내 마음이 여태것 느껴보지 못한 서러움과

슬프고 불행한 느낌을 어제도 맞닥뜨렸었음을 기억해 냈다

스스로 꽤 초연할 수 있으리라던

어떤 사건으로부터의 상황이

나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실망햇다

어떤 세찬 바람에도

맞서지 않고 풀잎처럼 눕겠다던

그 의연함 대신

맞서진 않았지만

온유하게 눕기보다

급하게 올라오는 자격지심으로부터의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지혜롭게 넘기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으로 나의 인격을

스스로 자신하고 판단했던

이 거대한 실수 앞에

나는 또 한 번 벌거벗겨져 

많은 군중 앞에 끌려와 쇠창살을 맞기 직전인

저 성경 속 죄지은 여인과 같은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 느낌이었다

이건 순전한 찔림의 문제인것이다

어떤 문제에 있어 

그안에 해당되지 않다는 것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제의 중심에 서있지 않더라도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은

그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양심가책이 느껴지거나

본인의 생각에 언저리에 있는 기분이라도

얼굴 화끈 거리는 일이 생긴 것이다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으로 집어 들었던 

그 뾰족한 창들을 보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왔던 

내 모습이 한없이 비겁하고 초라했다

나를 향해 든 창이 아님에도

눈빛으로 다가오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건 순전히 내 마음속 

못나고 어리석은 당당하지 못함  때문일것이다.

그 자리에 나타나 

누구든지 그 눈으로 들었던 눈살을  

내게 던지려면

자신들의 부끄럽고 죄 없는 자만이

그렇게 할 수 있노라고 외쳐줄

나의 구원의 예수님을 만나기도 전에

서둘러 빠져나오는 내 뒤통수가 

얼마나 초라했는지..


아..

나는 얼마나 비겁하고 형편 없는가?

아직도 저 눈 속에서 소리 없이 떨고 있는 나목의 의연함을

살을 에는 그 찬바람을 견딜 초연함을

나는 아직 

겨울의 마음으로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단 말인가?

아 슬프고 추운 나의 초라한 인격이여...,




***


눈 사람


-월러스 스티븐스-


서리와 눈 쌓인 

소나무의 가지를 응시하려면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향나무와

멀리 일월의 햇빛 속에 반짝이는

거친 가문비 나무를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워야한다


바람 소리와

몇 안 남은 나뭇잎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그 소리는 대지의 소리

같은 헐벗은 장소에서 부는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눈 속에서 귀 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무가 된 자는

그곳에 있닌 않은 무와

그곳에 있는 무를 본다



***


** Wallace Stevenson 의 The Snow Man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상념을 글로 잠시 표현해  보았네요




2014년 9월 29일 월요일  6시 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