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 (Iris)
영준 (Bobby)
건희 (Iris)
건희와 영준
펭귄(?)
건희 (Iris)
건희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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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풀러를 한 펭귄(?)
매주 토요일 옆지기는
아들 영준(Bobby) 이를 포함한
교회 청소년들을 데리고
축구를 같이 합니다
요 며칠 날씨가 갑자가 추워지는 바람에
2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지만
이번엔 토요일 아침 축구를 쉬는 대신
이곳에선 2주정도 밖에 열지 않는
아이스 스케이트장으로 축구반 친구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정말 몇 십년 만에 아이스 스케이팅을 가는지
괜히 제가 신이 나 있습니다..
가기 전날..어린애 처럼..이모자 저모자 써보고
목도리를 길게 매었다 풀었다 하는 모습을
옆지기한테 들켜..무안해 하기도 했답니다..
지천명의 나이에..아이도 아니고..
이런 모습이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웃고 말았지만..저는 조금 멀쑥해지기도 했지요.
더 우스운건..
제 복장에 있었답니다..
뭔가 스케이터다운 복장을 찾는다고
옷장을 뒤져 찾아낸 것이
아래위가 붙은 검은 오버올
(사실 이건 이태리 자동차 경주하는 사람들이
입는 것으로.. 언젠가 스키탈일이 있으면 입으려고 했던 것인데
한 번도 못 입었음..)을 입고
그위에 하얀 점퍼를 입기로 한 다음
하얀 모자에.. 빨간 머플러로 결정을 했답니다..
각자 준비를 하고 일이 끝나자마자
교회에서 모여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은 다음 출발하기로 하고
교회에 갔더니.. 마침 음식을 주문해 오던
옆지기가 한참을 쳐다보고
모자는 춥다고 두 개나 써서 가분수 같고..
거기에 길게 맨 빨간 머플러를 보고..
웃어젖힙니다..
너무 했나 싶어 나도 쳐다보면서..
뭐 이 정도야.. 스케이트 타기엔 괜찮겠지?
하며.. 위에는 롱코트에.. 두툼해진 차림으로
드디어 스케이트장에 도착...
이곳은 눈이 안오기 때문에
2주 동안만.. 아이스하키장으로 쓰는
아이스링크를. 일반인들에게
딱 2주만 공개한다는 걸
저희도 바로 지난주에 알았답니다..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의 줄이
정말 많이도 서있었습니다..
실내 스케이트장이라 그런지..
안은 그렇게 춥지 않아서..
겉에 입었던 것들을 벗어
옆지기한테 맡기고..
우리는 대여한 스케이트를 갈아 신고
링크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저도 정말 오랜만이라..
한국에서 동대문 스케이트장 같은
분위기에.. 마음은 어릴 적으로 돌아갔지만
어머나.. 세상에..
얼음 위에 설 수가 없는 거 있죠..
맙소사.. 링크 바깥쪽 레일을 잡고
뒤뚱뒤뚱.. 걷다가..
드디어 조금씩 걸음마를 시작해..
옆지기가 사진 찍는 곳까지 도착하자..
옆지기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계속 놀려댑니다..
" 와.. 건희야.. 저기 웬 펭귄 아줌마가 걸어오는데
누구니?
갑자기 펭귄이 된 나는...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며 타기를
몇 바퀴 돌았을까..
같이 간 정오 엄마는 나비같이 잘도 타는데..
저는. 뒤뚱대며.. 왠지 불안한 자세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게다가.
문제는 또 제 복장이었답니다..
처음부터.. 이복장을 결정하면서
혹여라도
화장실을 갈 일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게..
진짜로 닥쳤지 뭐예요..
아침에 건희가 하는 소리가
" 엄마.. 화장실 가면.. 30분은 걸려야겠다.."
라고 한 말이 사실이 되었답니다..
진짜로 두 번이나 갔다 오면서
2시간 스케이트 타야 하는데.. 1시간은
화장실에서 소비했다는 겁니다..
왜 인지는 아시겠지요??
오버올이라.. 벗으려면.. 겉옷부터.. 절차가..
에고고.. 더 이상은.. 말 못 해요.....
그리고 안 넘어지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국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한번 넘어지고 나니
그다음엔.. 또 넘어질까 봐.. 또 펭귄 걸음으로 뒤뚱거리다
앞으로 넘어져.. 무릎과 팔 뒤꿈치가 아프더니..
이제는 옆으로 한번 넘어져.. 왼쪽 팔다리 엉덩이가
완전히.. 난리가 났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까지
아팠지만..
정말로 어릴 적 타던 스케이트를
과감하게 동심으로 돌아가 탈 수 있게 배려해준
옆지기의 마음에.. 고마운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비록 펭귄이라고 놀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아이들과 정말로 마음껏 웃고
아이들처럼 넘어져 보기도 했으니..
마음은 한결 젊어진 것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고마워요.. 자상한.. 그대..
오랜만에 뒤뚱대는 펭귄 걸음으로라도
스케이트를 타게 해 주었음에..
오늘도.. 여기저기 멍든 곳을 보며
아파하지만..
마음 한쪽은 그래도 흐뭇한 미소로
금세 나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들에겐.. 오래 간직할 추억을
제겐 비록 멍투성이 지만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
옆지기에게
살짝 제 마음을 고백합니다..
고마운 마음 한가득 실어서...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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