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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한복을 입으며

by 프시케 psyche 2020. 6. 24.

한복을 입으며..

 

 -프시케-

 

 

 



 







 

 



 

   



 


한복을 입으며..

-프시케-


늘 명절 전날이면 몇 달쯤 
묵어있던 한복을 꺼내어 다려본다..
폭넓은 치마를 다리며..
여염집 평범한 아낙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왕후가 되어본다

옆 지기인 왕의 한복을 다릴 땐
자상하신 아버지의
품을 느끼듯..
넉넉한 저고리의 넓이만큼
마음이 넉넉하다

늠름한 왕자의 한복을 다릴 땐
언제 이렇게 컸는지
두 눈 휘둥그레 하며
나오는 미소를 감추며
대견해한다.

앙증맞은 공주의 한복을 다릴 땐 
딸내미의 한복을 다릴 땐
친정어머니가 키 크는 해마다
바꿔주시는 는 정성이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늘 번거로워하면서도
한복 입는 것을 즐기는
나 자신이 어떤 땐 나 자신도 
신기하다 생각해 본다

내가 이조오백 년이라 놀려대는
옆지기의 고리타분함이
싫어.. 고전 한복을 싫어할 만도 한데.
이것저것 챙겨 입을 것도 많은
한복 입는 절차가 왜 이리 좋은지
나도 모르겠다..

외씨버선은 아니어도
앞코에 예쁜 수놓아진
늘어나는 흰 버선을 신을 땐
깔끔하고 야무진 어느 집 마음이 넓은
안방마님이 된듯하다

속에 입는 속 고쟁이를 입을 땐
어릴 적 외할머니가 뒤적이며
주시던 할머니의 꼬깃꼬깃 용돈에서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된 듯하다

치마의 풍성한 옷태를 을 위해 입는
프릴이 많이 달린
패티코트 속치마를 입을 땐
명절에 괜스레 마음 부푼
처녀의 가슴 인양
마음속 설렘에 
사뿐히 화관무를 추는
아름다운 신부가 된 듯하다

치마를 어깨 걸어 입은 후
부풀 릴대로 부풀려진
한복의 옆선에선
영혼으로 흐르는 
옛 조상들이 덕담을 나누며
웃는 인심만큼 커다란
배려의 마음이 길게 내려앉은
옛 정경부인이 된 듯하다

치마 어깨끈 위에 입는
속저고리를 입은 후엔
신혼초 새색시의
부끄러운 어깨만큼
새하얀 미소가 
날아가는 천사의 날개 인양
아름다운 모습의 수줍음으로
눈을 내리감은 선녀가 된 듯하다..

바느질 고운 저고리를 입은 후엔
오랜만에 멀리서 오시는 님을 맞는 듯
반가운 손 이마에 얹어 가린 햇빛가리개
소매선이 곱게 마무리진 모습이
난을 치는 여인의 정갈한
마음인양 단정한 신사임당이 된 듯하다..

곱게 땋은 머리 똬리 틀어
예쁘게 쪽을진 머리 뒤로
반짝이는 금비녀가
의젓하게 중심을 잡으면
뒤꽂이며.. 장식 핀들이
너도 나도 자기 자리를 
잡으며 재잘재잘 명절 분위기를
잡아 준다..

저고리 앞섶 안으로 
살포시 곱게 꽃수놓은 노리개 댕기 위로
오색 고운 수실이 늘어진
갖가지의 예쁜 노리개의
마음껏 뽐내며 찰랑찰랑 
귀여운 속삭임이 정겹다..

늘 바쁜 생활 속에
곱지 않은 손가락임에도
굵은 옥가락지와
은가락지를 밀어 넣어본다
부끄러운 손을 가리려
배시시 웃는 가락지들이
내 이쁘지 않은 손의 흠을 
감싸주며 가려주며 웃는
옥빛 은빛 넓은 배려가 속 깊다.


미끄러지듯 걸어 나가
오므려진 내발 감싼
하얀 버선 신은 발들을 
한발 한발 고운 꽃신 속에
살며시 담아본다

날아가는 듯..
따사로운 겨울 하늘 아래
화사하게 빛나는
어여쁜 한복의 고운 빛깔을 보며
깔끔하고 맑게 개인 2월 하늘도
화들짝 눈 동그랗게 뜨고
우리 가족을 내려다본다.

온 가족이 궁중을 떠나
화려한 외출을 한다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의 
거창한 한복 나들이에
한복 없는 우리 강쥐 민희(?)만
유일한 수행원이 된다..
아름다운 궁중을 떠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하는 곳
교회로 가는 천국 나들이..


먼 이국땅에서의
명절날 아침..
가족과 함께
설빔 입고 교회 가는 모습입니다..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캐서린에서
프시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