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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에 쪼그려 앉지 않고도..

by 프시케 psyche 2020. 7. 12.

 

수제비 드셔 보세요

 

 

 

밀가루 2 1/2 컵

 

소금을 물에 탑니다

 

 

밀가루에 소금을 탄 물 한 컵

 

 

 

수저로 조금 뒤적여 줍니다

 

어느 정도 뭉쳤다 싶을 때

 

손으로 반죽을 시작합니다

 

 

꼭 꼭 치대 주세요

 

아직 덜된 반죽

 

 

질게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조금 되직하게 했습니다

 

 

감자 2개

 

이렇게 썰어주고요

 

 

양파도 2개 썰었습니다

 

미리 멸치 맛국물 낸 국물에 감자와 양파를 넣었습니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물이 조금  왜 노란색이냐고요?.. 양파 껍질 삶은 물 조금 넣어주었어요..

 

 

양파 껍질 삶은 물은 피를 맑게 하지요

 

어느 정도 끓으면 파를 썰어 계란에 넣어 준비합니다

 

수제비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 준비한 파와 계란을 넣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남았던 닭 가슴살을 잘게 찢어서 무쳐줄 겁니다

 

 

이렇게 양념을 해 둡니다 고명으로 얹을 거예요

 

 

파도 조금 넣고 빨간 고추와 김을 고명으로 얹은 다음

예쁜 그릇에 넣어 드시면 됩니다

 

 

 

 

 

비 오는 날은 수제비가 제격이지요?

 

 

 

 

생화가 없어서.. 말려놓은 롱스템 장미로...

 

 

 

 

 

 

 

 

 

 

며칠 째 

바이러스엔 아랑곳하지 않고

봄볕이 얄밉게도 으스대더니

뭐가 못마땅한지 

급기야 꾸물 꾸물 

어둑해진 얼굴로

잔뜩 찌푸렸다

금세라도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릴듯한

그렁그렁한 언제 적

건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귀찮게 사진을 찍어대는 엄마에게

말은 못 하고

뚝 뚝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던

하얀 드레스 입은 부활절의 

심통난 건희 얼굴이

저 비 올듯한 하늘에서 아른거린다

 

 

 비 오는 날 은 무얼 먹지?

무언가 부족한 듯한 늦은 오후

 요리 두 가지

녹두 빈대떡 아니면 수제비가 제격이다

녹두 빈대떡은 불려놓은 녹두가 없으니

 나중으로 미루고

간단한 수제비로 결정

오늘의 요리는 수제비

 

**

 

 

수제비의 탄생

 

 

 

-프시케-

 

뽀얀  밀가루  2컵 반 담았네

소금물 짠 한 컵 쪼르륵 부어

이쯤이면 부뚜막에 앉아 

수제비 뜨는 처자를 생각할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뒤적뒤적 수저로 젓다가

비닐장갑 낀 손으로 조물 조물

더덕더덕 묻어나는 

밀가루 묻은 손

이쯤이면 속살 흰 그 처자의 얼굴이

검게 그을려  행색 초라해 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호령하는 대장처럼

주물럭주물럭

손에 힘은 더 가해지고

흩어진 밀가루는

점점 더 친밀하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네

이쯤이면  그 외간 남자 노름판을 전전하다

별빛 등지고 허청허청 집으로 돌아올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무덤덤 혼자였던

자신을 버리고

점점 더 하나가 되어가네

동그랗게 동그랗게 

이쯤이면 그 처자 몸에

 맥없이 애 서넛 슬어놓고 무능할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아무 맛도 없던 

한낯 가루에 지나지 않던 

혼자는 

 한 덩이

간간한 반죽이 되고

이때쯤이면  오소리 새끼처럼 

 아이들이 천하게 자라 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펄펄 끓는 저 멸치 맛국물 탕 속으로

자맥질하러 가네

무능한 그는 푸설거리는 마른눈을 내다보며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눈에  

파랗게 불이 켜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뚝뚝 반죽으로부터

아무렇게 떼어져

잠수 잠수..

아!! 시원하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몸을 찜질하듯...

쓴 담배 뻑뻑 빨며 한세월 보내던

그 남자 덜컥 병들어 

시렁 밑에 자리 잡을 때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이리저리 헤엄치다

못생긴 그 모양대로 

둥 둥 떠오르네

말리는 술 숨겨 질기게  마셔대

몇 해고 애먹은 그녀의 머리가 반백이 되어가는 때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하나 둘 옆에 모여드는

친구 수제비 들.

점점 익어가네 

먼저 숨 놓은 남자로 인해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그녀가

그가  피우던 쓴 담배를 배울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가루에서 반죽으로

반죽에서 또다시 

몇몇 씩 뭉쳐

또 하나가 된 조각들

어화둥둥..

그 여인 못 마시던 술도 배우는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못생기면 못생긴대로

미끈하면 미끈한 대로

순수한  개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네

그녀가 걸쭉한 욕도 배울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허전한 저녁을 채워줄

비 오는 날의 별미라네

부뚜막에서 수제비 뜨던 처자와 그만하면 속절없는 

사랑을 추억할 수 있을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수제비 익어가네

 

 

 

 

***

 

 

김사인 님의 시를 생각하며 끄적여본 글

 

 

**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그 몸에 엎드러져 개개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곱을 떼며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쫒아가겠네

남는 잔이나 기웃거리다

중 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 보다가

취하면 뒷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

나 갈라네, 아무도 안 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고

허청허청 별빛 지고 돌아오겠네

그렇게 한 두 십 년 놓아 보내고

맥없이 그 처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놓겠네

슬어놓고 무능하겠네

젊은 그 여자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

굴속처럼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눈이 나 내다보겠네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세월 보내겠네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

눈에는 파랗게 불이 올 때쯤

나 덜컥 몹쓸 병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

말리는 술도 숨겨 놓고 질기게 마시겠네

몇 해고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쯤 셀 때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2020년 4월 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