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드셔 보세요
밀가루 2 1/2 컵
소금을 물에 탑니다
밀가루에 소금을 탄 물 한 컵
수저로 조금 뒤적여 줍니다
어느 정도 뭉쳤다 싶을 때
손으로 반죽을 시작합니다
꼭 꼭 치대 주세요
아직 덜된 반죽
질게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조금 되직하게 했습니다
감자 2개
이렇게 썰어주고요
양파도 2개 썰었습니다
미리 멸치 맛국물 낸 국물에 감자와 양파를 넣었습니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물이 조금 왜 노란색이냐고요?.. 양파 껍질 삶은 물 조금 넣어주었어요..
양파 껍질 삶은 물은 피를 맑게 하지요
어느 정도 끓으면 파를 썰어 계란에 넣어 준비합니다
수제비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 준비한 파와 계란을 넣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남았던 닭 가슴살을 잘게 찢어서 무쳐줄 겁니다
이렇게 양념을 해 둡니다 고명으로 얹을 거예요
파도 조금 넣고 빨간 고추와 김을 고명으로 얹은 다음
예쁜 그릇에 넣어 드시면 됩니다
비 오는 날은 수제비가 제격이지요?
생화가 없어서.. 말려놓은 롱스템 장미로...
며칠 째
바이러스엔 아랑곳하지 않고
봄볕이 얄밉게도 으스대더니
뭐가 못마땅한지
급기야 꾸물 꾸물
어둑해진 얼굴로
잔뜩 찌푸렸다
금세라도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릴듯한
그렁그렁한 언제 적
건희의 얼굴이 떠오른다
귀찮게 사진을 찍어대는 엄마에게
말은 못 하고
뚝 뚝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던
하얀 드레스 입은 부활절의
심통난 건희 얼굴이
저 비 올듯한 하늘에서 아른거린다
비 오는 날 은 무얼 먹지?
무언가 부족한 듯한 늦은 오후
요리 두 가지
녹두 빈대떡 아니면 수제비가 제격이다
녹두 빈대떡은 불려놓은 녹두가 없으니
나중으로 미루고
간단한 수제비로 결정
오늘의 요리는 수제비
**
수제비의 탄생
-프시케-
뽀얀 밀가루 2컵 반 담았네
소금물 짠 한 컵 쪼르륵 부어
이쯤이면 부뚜막에 앉아
수제비 뜨는 처자를 생각할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뒤적뒤적 수저로 젓다가
비닐장갑 낀 손으로 조물 조물
더덕더덕 묻어나는
밀가루 묻은 손
이쯤이면 속살 흰 그 처자의 얼굴이
검게 그을려 행색 초라해 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호령하는 대장처럼
주물럭주물럭
손에 힘은 더 가해지고
흩어진 밀가루는
점점 더 친밀하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네
이쯤이면 그 외간 남자 노름판을 전전하다
별빛 등지고 허청허청 집으로 돌아올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무덤덤 혼자였던
자신을 버리고
점점 더 하나가 되어가네
동그랗게 동그랗게
이쯤이면 그 처자 몸에
맥없이 애 서넛 슬어놓고 무능할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아무 맛도 없던
한낯 가루에 지나지 않던
혼자는
한 덩이
간간한 반죽이 되고
이때쯤이면 오소리 새끼처럼
아이들이 천하게 자라 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펄펄 끓는 저 멸치 맛국물 탕 속으로
자맥질하러 가네
무능한 그는 푸설거리는 마른눈을 내다보며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눈에
파랗게 불이 켜질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뚝뚝 반죽으로부터
아무렇게 떼어져
잠수 잠수..
아!! 시원하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몸을 찜질하듯...
쓴 담배 뻑뻑 빨며 한세월 보내던
그 남자 덜컥 병들어
시렁 밑에 자리 잡을 때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이리저리 헤엄치다
못생긴 그 모양대로
둥 둥 떠오르네
말리는 술 숨겨 질기게 마셔대
몇 해고 애먹은 그녀의 머리가 반백이 되어가는 때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하나 둘 옆에 모여드는
친구 수제비 들.
점점 익어가네
먼저 숨 놓은 남자로 인해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그녀가
그가 피우던 쓴 담배를 배울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가루에서 반죽으로
반죽에서 또다시
몇몇 씩 뭉쳐
또 하나가 된 조각들
어화둥둥..
그 여인 못 마시던 술도 배우는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못생기면 못생긴대로
미끈하면 미끈한 대로
순수한 개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네
그녀가 걸쭉한 욕도 배울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허전한 저녁을 채워줄
비 오는 날의 별미라네
부뚜막에서 수제비 뜨던 처자와 그만하면 속절없는
사랑을 추억할 수 있을 때쯤 이리
수제비 되어가네
수제비 익어가네
***
김사인 님의 시를 생각하며 끄적여본 글
**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그 몸에 엎드러져 개개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눈곱을 떼며
날만 새면 나 주막 골방 노름판으로 쫒아가겠네
남는 잔이나 기웃거리다
중 늙은 주모에게 실없는 농도 붙여 보다가
취하면 뒷전에 고꾸라져 또 하루를 보내고
나 갈라네, 아무도 안 듣는 인사 허공에 던지고
허청허청 별빛 지고 돌아오겠네
그렇게 한 두 십 년 놓아 보내고
맥없이 그 처자 몸에 아이나 서넛 슬어놓겠네
슬어놓고 무능하겠네
젊은 그 여자
혼자 잉잉거릴 뿐 갈 곳도 없지
아이들은 오소리 새끼처럼 천하게 자라고
굴속처럼 어두운 토방에 팔 괴고 누워
나 부연 들창 틈서리 푸설거리는 마른눈이 나 내다보겠네
쓴 담배나 뻑뻑 빨면서 또 한세월 보내겠네
그 여자 허리 굵어지고 울음조차 잦아들고
눈에는 파랗게 불이 올 때쯤
나 덜컥 몹쓸 병들어 시렁 밑에 자리 보겠네
말리는 술도 숨겨 놓고 질기게 마시겠네
몇 해고 애를 먹어 여자 머리 반쯤 셀 때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
이만하면 제법 속절없는 사랑 하나 안 되겠는가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2020년 4월 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