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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끄적여본글

들꽃을 꺾으며 - 05/02/2009 - 축구장에서

by 프시케 psyche 2009. 10. 1.

 
오늘도 새벽공기가 아름다운
오월 둘째날 아이들과
축구장에서 산책을 한 날입니다
엄마들과 들꽃을 꺾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보았지요..
 
***
 
들꽃을 꺾으며..

 

 

 








 


벌써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네요..
오늘도 여전히..
저는 토요일의 새벽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들꽃을 꺾은 아침이었습니다
그 들꽃을 꺾으며..잠시 생각했던 글을
올려봅니다..



****
 
 


들꽃을 꺾으며..

정갈하게 깎아놓은 축구장 맨 끝쪽엔
아직도 깎지 않아 무성한 들풀들이 빼곡히 서있습니다
듬성 듬성..키작은..이름모를 보라색 들꽃이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저를 꺾어주세요..
이렇게 손짓을 하는것만 같습니다

누가 정해놓은것도 아닌데..
꽃들은..저마다.. 그무리들끼리
환하게 피었다가
약속이나 한듯이..다 함께 가버리고
그다음엔.. 또 다른꽃들이
그 즈음에..나란히..조근 조근 피어
한참을 서로 부대끼며..흐드러지게
함박 웃음 웃는듯한 날이 며칠인가 싶으면..
어느날..몇송이 남지 않은 모습으로
어디론가 무리지어 사라지고..
또한무리의 꽃들이..정답게 손잡고
피는것을 아침마다 보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쩌면..저렇게..짜기라도 한것처럼..
매년..그맘때면..같은 무리들이..
이곳 저곳 장소는 달라도
다같이 필수 있을까?
참으로 정답기도 하지..
늘 같은 시기에 피어올라..수런거리다가
또..아무렇지도 않은듯..
사뿐 사뿐 조용히 지는 꽃들..
매일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많은 꽃들의 등장과..퇴장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마치 어느 꽃들의 잔치라던가
꽃들의 이야기..같은 이름을
가진 꽃들의 연극을 보고있는듯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침마다 각기 다른 꽃들의
향연을 눈으로 만끽하며 지내다..
오늘 토요일 아침.. 매일 보는 꽃이 아닌
이 작은 들꽃들과 마주하니...
오늘은 유난히 화사하게 여기 저기
쪼그리고 앉아 저마다..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재잘거리는 모습이 온통 보라빛입니다..
저를 꺾어 주세요..
 
 
 

..
그위에 조금은 큰키에 날씬한 몸매로
연보랏빛 꽃을 머리위에 이고 있는
들꽃도 쭉 빠진 몸매로 살랑 살랑
춤을 춥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명랑한 얼굴로
그냥 그자리에 피어 본분을 다하고 있는
저 들꽃들의 소박함을 입고 싶습니다..
화려한 장미이기를 부러워하지 않는
귀여운 겸손함을 닮아보고 싶습니다..
이리 저리 피어있다
조용히 스러지는 들꽃임에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그 명랑함을 내가슴에 담고 싶습니다..
요즘 같이..너도 나도 다 최고 이고 싶어하기도 하고
다 화려한 장미이고 싶어하기도 하며
늘 주인공이고 싶어하는 이 시대에
말없이 옹기 종기 봐주는 이 없이도
착한 모습으로 ..명랑한 빛깔로 보는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는 조연이라도 좋은
저 들꽃들을 보며
화려하지 않아도.. 이름불러주지 않아도
자연의 한 부분에 그냥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피어있는 자체로도 긍정하며
행복해하는 보라색으로
피어있는 예쁜 들꽃으로 살고 싶습니다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
찾는이 없어도
입내밀고 뾰루퉁해 하지 않는
저 예쁜 들꽃들이 내게 말합니다..
저를 꺾어가 주세요..
당신과 옆에 있어도 되나요?
하고 저에게 말을 겁니다..
그러렴..얘들아 내가 꺾어다 내옆에 놓아줄께..
나랑같이 가도 괜찮겠니??
이곳 저곳에서
저두요..저두요.. 하고
손을 번쩍 드는 모습에
조심 조심 들꽃들을 꺾어 들고와
조그만 화병에 꽂아보았습니다..
 
 

 
 
 
 
 
 
얘들아..
나랑 같이 있는 기분이 어때??
 
 
 


네... 신나요!!
하며. 두눈 말똥이며..생글 생글
예쁘게 웃고 있습니다..

화창한 토요일 아침
예쁜 보라색 들꽃을 꺾으며
행복한 아침이었습니다..


****
 
 
 


예쁜 보라색 들꽃들이
유난히 예쁜 오늘이었답니다..
다른곳엔 풀이 다깎여 나가고
그곳엔 미쳐 깎지 않은곳에
긴풀들이 많아. 무성해 보이는곳에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들꽃들이
시무룩하게 앉아 저를 꺾어가세요..
하는것 같아..
몇송이 꺾어서 데리고 왔답니다..

오늘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보라색 들꽃 같은날 되십시요
여러분..!!
 
이 들꽃들을 여러분께 드립니다!!



2009년 5월 2일 토요일  아침
프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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