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나목
-프시케-
이제는 나무들도
모두 옷을 벗고
하나님께 두팔벌려 기도하는 모습으로
일년내내.. 자신을 감싸주던
나뭇잎을 제다 떨구고..
아무것도 없는 빈 가지로
서있습니다..
저렇게 모든 가식과 위선의
옷을 벗어버리고
새로 주실 새옷을 입기위해
부끄러운 고백을 하듯
겨우내..자신을 단련할 준비로
저렇게 나목으로 서있는
나목을 보며 ....
봄같은 새로운 각오로 새싹을 움틔우고
여린잎으로.꽃잎으로..자란 잎으로
열매를 맺는가 하면...
잎마다 아름다운 색으로 마음을
곱게 물들이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미련없이 벗어버리는
옛것들을 버릴줄 아는 용기가 있음이 부럽습니다
이제는 저도 한해동안 계획하고
실천하고..가꾸고
입히고 완성하려했던 나의
모든것들을 뒤돌아보며
잘 되지 않은것..실수 한것..잘못한것들을
저렇게 한잎두잎 떨구는 담대함처럼..
나의 못나고 부끄러운 잎들을
내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떨구어야 할때인것 같습니다..
싱그럽게 올라오던 싹눈트임부터
수줍게 피어올라 많은이들의
마음을 설게게 하던 꽃을 피우고
무성하게 그늘을 지어주던
눈부신 초록의 잎들을 자랑하며
주렁 주렁 열매 맺는 풍성한 수확을 거둔후에
기꺼이 모든잎을 아래로 떨구어 내고
빈 몸으로 서있는 나목의 내려놓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제는 인생의 황혼녘에 선
나이든 중년의 삶속에서
새초롬히.. 싹틔웠던..새싹의 순수함도
어여쁘게 피워내던 연분홍의 사랑도..
찬란하게 어깨 으쓱대던 초록꿈의 합창들도..
알알이 맺어놓은 풍성한 열매들의 의기양양함도
추억으로 아련히..기억속에 감추고..
이제는 할일 다한 나무의 마지막 할일처럼
아쉬어 곱게 단장해준 가을 잎들을
한잎 두잎 떨구어 내듯...
마음속 가득한 욕심과..이기심과..미움..자만..
내 부끄러운 단점들을..곱게 물들여..
내 몸에서 하나..하나..떨구어 낼 때인것 같습니다..
속이 훤히 보일정도로 빈몸으로 서서도
두팔 높이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모습으로 당당해 보이는
나목으로 부터 ..내 안 깊숙히
덕지 덕지 붙어있는 때묻은 찌꺼기들을
한꺼풀 두꺼풀 벗겨 내는 비움의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어있는 가지에 주실 또다른
새싹과 새잎과 꽃들을 소망하며
빈 마음으로 서있는 저 나목의
비움이라야 비로서 더
아름다운 새로운것으로 주실
신비로운 채워짐의 진리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나목의 그 모습처럼.
겨울을 혹독하게 견디며
자신을 훈련하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더 오래 갖고 싶어집니다
혹독한 겨울을
빈 가지로 견디며
마음속의 아직도 남아있을
쓸데 없는 고집과 아집을
찬바람에 씻기워 내듯..
얼마나 견뎌야
아름다운 새사람의
새싹을 다시 입을수 있는지...
추운 나목으로 서있을
겨울로 가는 길목에 ..
저나는 서 있습니다..
나목의 그 추운 견딤으로..
나는 또 얼마만킁릐
두께로 깊게 성숙할수 있는지를
되물으면서..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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