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넝쿨 걷어내기 -프시케- 얼마 전에도 내게 숙청을 당했던 Virginia Creeper 넝쿨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이 넝쿨들을 걷어 내야지 하면서도 보기에는 괜찮아 보여 여지껏 미루다가 다 걷어내기로 작정을 하고 운치며, 몃 운운하며 좋다고 그냥 놔두자는 옆지기의 생각도 무시한 채 다 걷어 내는데 2시간이 걸렸다 작년에도 운치 있어 보이는데 같은 생각이어서 놔두었더니 가을쯤 물든 넝쿨이 나름 멋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결국 겨울에 전부 걷어내다 보니 넝쿨의 그 특유의 발인지 흡착 뿌리인지 부착형 빨판인지가 표면에 딱 붙었다가 떼어내면 벽이며 처마 밑에다 작은 자국들을 남겨서 미관상 좋지 않을 뿐 더러 일이 더 많아지기 일쑤다. 올핸 아예 다 덮어버리기 전에 일찍 소탕 작전에 나섰다. 맙소사 이곳저곳 보니 나무 위에도 이 녀석이 엉겨 붙어 원래의 나무의 영양을 다 빼앗고 나무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봄이면 덮어주는 화단의 솔잎에 묻어 왔는지 어느 해부터인가 쑥쑥 자라나는 이 넝쿨이 (Virginia Creeper) 사실 처음에 조그만 잎으로 스멀스멀 벽을 타고 잎이 늘어갈 때마다 이쁘기도 하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대곤 했었기에 그동안 정도 들고 해서 걷어 내면서도 왠지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넝쿨 식물도 독립적으로 본다면 이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지만 장소를 잘못 잡은 덕에 이별을 고해야한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영원히 아름다운 건 없다고 이 녀석이 어느 정도 커가며 잎이 손바닥만 해 지기 시작하면서 벌레들이 달려들어 잎을 시커멓게 만드는 데다 잎에서 떨어지는 진액들이 벽이나 처마밑 현관문 앞 바닥을 얼룩지게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Poison Ivy와 같이 생긴 녀석들도 보여서 혹시 섞여서 자랐을 지 몰라 약간 겁은 났지만 장갑을 끼고 걷어내어 한쪽에 쌓아 놓았더니 제법 많이 걷어내었다 한편으로 운치 있는 넝쿨잎들의 향연을 보지 못해 안타깝긴 했지만 뿌리부터 뽑아야겠기에 처음 어린잎 나올 때 예뻤던 그 모습을 무시한 채 넝쿨은 물론 뿌리채 걷어내고 자르고 했다 문득..이런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마음속에도 이런 쓸데 없는 아니면 장소를 잘못 잡은 넝쿨이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내 본연의 삶의 원칙이나 내 신조를 가리우고 결국은 벌레먹고 약하게 하는 이런 잡초 넝쿨이 때론 잠시 잠깐 괜찮아 보이거나 색다른 모습이라고 신경 쓰지 않는 동안 이것이 쑥쑥 자라면서 어쩌면 가장 나다운 나..나이고 싶은 나를 갉아 먹거나 덮어버리지는 있지는 않을까 ? 그리 대단한 신조나 삶의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자꾸만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이기와 욕심, 시기 질투 망상,겸손하지 못함, 용서하지 못함등 갖가지의 좋지 않은 넝쿨들이 자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여 이 넝쿨이 독을 품은 Poison Ivy가 될 수도.. 지금 현재 지인 부부가 새로 이사한 집에서 정원 손질을 하다가 Poison Ivy에 옻이 올라 온몸에 알레르기 현상이 나서 몇 주째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 해 보니 겁도 없이 마구잡이로 뜯어 내다 보니 어쩌면 Poison Ivy도 더러는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섬찟해졌지만 이제까지 아무 반응 없었으니 Poison Ivy는 안 섞여 있었나보다 보기에 따라 운치 있는 넝쿨로 남았을 이 녀석들이 오늘 내 극성에 강제 철거당하게 된걸 조금은 마음이 섭섭하다. 내 마음속의 잠시 괜찮아 보일지 모르는 이런 넝쿨같은 교만이나 허세, 차별과 판단 혹은 정죄하는 마음들이 내 마음에 넝쿨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알 수 없는 넝쿨들이 주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이런 나쁜 넝쿨들이 내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서서히 나도 이 넝쿨들을 걷어내야겠다 가장 나 다운 나를 찾기 위하여 부족한 나를 더 가꾸기 위하여..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하여서라도 2018년 8월 22일 수요일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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