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숨 쉬고 싶다, 나도..
"Sometimes empty page presents
more possibilities..."
영화 "Paterson" 을 보고
-프시케-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한 영화
"Paterson" 은
정말 시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어떤 사람에게는...)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를 다룬
패터슨의 일과를 그린 영화지만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영화다.
빠르게 지나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
하루라도 스마트 폰이나
영상에 접속되어 있지 않으면
안달 하거나 불안해하는 요즘 젊은 세대
혹은 모든 현대인들에게
주위의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면서 얻는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잠시 쉬어가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듯한 영화다
뉴저지의 의 조그만 도시에서
23번 버스를 운전하며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엄스라는 시인을 좋아하는
그 도시와 같은 패터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인이면서 버스기사의 이야기다
그는 그러나 늘 변화를 시도하는
아름다운 아내 로라와 살며
아침 6시 10분에 일어나 가끔 아내의 꿈 이야기를 듣고
조그만 유리컵 만큼의
시리얼을 혼자 먹은 뒤
아내가 만든 컵케잌을 디저트로 넣은
점심 도시락을 들고 매일 출근한다
출근하는 길에 만나는 모든 것들을
오감으로 느끼며
떠오른 시상을
버스가 출발하기 전 자신의 시 노트에
늘 조금씩 적는다
그의 일과는 단조로워 보이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며 들으며
글로 쓰는 것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소박하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아침에 적었던 글들을
지하실의
그만의 작은 서재에서
고쳐 완성된 것을 또 노트에 적어
시를 마무리하곤 한다
철없어 보이지만 컨트리 가수가 되는 꿈
혹은 컵케잌 가게를 열어 돈을 버는 꿈을 꾸며
블랙 앤 화이트로
집을 장식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아내는
패터슨에게 잃어버릴까 봐 걱정되는 소중한 사랑이다
그는 이렇게 아내에 대한 시를 쓰기도 한다
"If you ever left me
I would tear my heart out
and never put it back"
간혹 샤워 커튼에.. 또는 자신의 원피스에
어떤 땐 컵케잌 위에 조차도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그녀와 잠들고 잠에서 깨어나는 일상은
늘 똑같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작은 행복이라 여긴다
그 외에
빠듯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는
그의 버스 회사 매니저의
아이들 이야기며
집안 돌아가는 형편에 관한 푸념을
잠시 들어주기도 하고
버스에 탄 사람들의 크게 중요하지 않게 들리는
그러나 매일 다른 대화들을
들으며 간혹 미소를 짓기도 하고
수긍하기도 하며 패터슨 시내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과 동화되어 하나가 되기도 한다
매일 같은 노선을 운전하는 패터슨은
어쩌면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어떤 땐
퇴근길에 엄마와 동생을 기다리며
시를 쓰는 10살 문학소녀를 만나
그녀의 시를
들으며 공감해 주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방울토마토와 양배추를 넣은
다소 맛없게 상상되는 케잌 케이크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는 한 번도 아내의 음식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둘이 키우는 강아지 마빈(Marvin)을 데리고
산책을 한 후 조그만 선술 카페에 매번 들러
맥주 한잔을 하며 체스 챔피언이 꿈인 바텐더 닥과
대화를 하는 것도 하루의 일과 중 하나다.
어떤 날은 영화배우가 꿈인
에버렛이라는 남자(전혀 영화배우가 될 소지가 없어 보이는
외모와 말투)는
여자 친구한테 차인 후에도
매일 치근대다
작은 장난감 총사건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그때.. 해병대 출신이었던 패터슨은
잽싸게 진압을 하지만
장난감 총이었던 것에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본인은 사랑을 잃어 온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우울해할 때
주위 사람들은 당사자가 아니니
그의 슬픔만큼은 아니어도
이해는 해주되 공감은 할 수가 없다.
철없는 아내는 컨트리 가수가 되는 꿈을 위해
유명한 세바스챤 기타를 오더 하겠다고 하여
시인의 꿈을 접고 사는 패터슨을 당황하게 하거나
하루 종일 집에서
강아지 Marvin의 그림을 그리거나
둘만의 보금자리 집을 하얀색과 검은색의
디자인을 넣어
장식하는 일로 소일한다
그러나 패터슨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늘 멋지고 근사하다고 칭찬을 한다.
남편의 시를 좋아하는 아내는
패터슨이 공책에 써놓은 시들을
복사해 놓으라고 이야기하고
그 주 토요일에
복사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컵케잌을 팔아 수입이 생긴 아내가
저녁과 영화를 자신이 번 돈으로 쏘겠다고 해
식사와 영화를 보고
돌아왔을 때
질투심이었는지
심술이었는지
강아지 마빈은 패터슨의
시노트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마치 우리 다올이 가 내 구두를 씹어놓듯이...)
자신의 유일한 낙이었던
그 노트를 잃자
아내는 조각을 모아놓았으니
다 붙여 보자고 위로하지만
깊은 상실감에 괴로워
화를 낼 법도 한데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다만.. 강아지 Marvin에게 마음에 안 든다고만 한다..)
다음날 작은 폭포와 다리가 바라다 보이는
공원(Marvin과 주로 산책하던 곳..)으로 향한다
가던 길에 에버렛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며
늘 농담으로 그가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것을
가볍게 여기며 농담할 거리를 찾던 패터슨은
처음으로 자신의 시노트 상실감을
에버렛의 상실감과 같다는 것을
느끼며 진심으로 에버렛을 위로하기도 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폭포를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을 읽는
일본인 시인과
대화를 하게 된다
자신도 시를 쓴다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대화들이 참 신선하다..
"시로 숨을 쉰다"
" 번역된 시는 우비를 입고 샤워하는 기분이다"
나중에 그 시인이
패터슨에게
빈 노트 한 권을 선물하면서 하던 말
"
"Sometimes empty page presents
more possibilities..."
마치 패터슨의 지금 심정을 안다는 듯이
패터슨의 상실감에
빈 노트에 다시 쓰고 싶게 하는
마음을 불어넣어 주면서
깨달음의 의성어
"아하!"라는 말을 남긴다
패터슨은
그 노트에 다시 시를 쓰며
영화는 끝난다...
" The Line"
There is an old song
my grandfather used to sing,
That has the question
"Or would you rather be a fish?"
In the same song,
is the same question
but with a mule and a pig,
but the one I hear sometimes
in my head is the fish one.
Just that one line.
"Would you rather be a fish?"
As if the rest of the song
didn't have to be there..
" 한 소절"
할아버지가 부르시던
옛 노래에
이런 질문이 있어지..
" 아니면..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같은 노래에
노새와 돼지로 단어만 바꾼
같은 질문이 있지..
그러나 가끔 내 머리에 떠오르는 소절은
물고기 부분이지..
딱 그 한 소절...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마치 다른 소절들은
거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이영화에 첫 부분에
아내 로라가 쌍둥이 꿈을 꾸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 후
화면에 쌍둥이들을 자주 비추어 주는데
이것을 아마도
이영화의 패터슨 자신을 암시하는 것 같다
예술적인 패터슨과
그저 평범한 버스 운전기사인 패터슨..
아마도 예술가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활인으로서의 그 사람과
예술 속에 파묻혀 있을 때의 그 자신..
같은 일란성쌍둥이라도
각각의 내면에 다른 점들이 있듯이..
***
시를 다룬 영화라 그런지
그렇다 할 사건이나 반전
그런 것들은 볼 수가 없다
그저 하루의 일상 자체가
시로 표현되는
패터슨의 하루.. 그리고 일주일...
별생각 없이 본 영화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을 영화다
" 나도 매일매일 시로 숨 쉬고 싶다"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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