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프시케-
흐린 듯한
얼굴의 아침 하늘은
나를 내려다보며 무 포정이더니
금세 뚝뚝 눈물을 떨어뜨린다
할 말이 뭐가 있는 듯..
비가 내린다
가을 비는
왠지 쓸쓸하고 춥다
물든 나뭇잎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대지위에 누워 이리저리
구르는 낙엽들 위로
마치 토닥이는
엄마 손처럼 투둑 투둑 떨어진다
인생으로 치면
중년의 계절.. 가을
삶을 지긋이 여물게 하고
주렁주렁 열매 맺듯
이것저것 담아둔 추억 가득한 나이
곶감 빼먹듯
좋았던 시간을 하나하나 꺼내어 들고
시간 여행을 하듯
날아다닌다.. 봄으로.. 여름으로
가을비 내리는 창가에 서니
꽃피던 춘삼월의 설렘에 얼굴 붉히고
열정 어린 팔월의 강한 햇살을 받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제 서서히
겨울로 가는 이 길목에 서서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사랑을 양쪽 외투 주머니에 넣고
나를 스치는 모든 인연들에게
한 줌씩 한 줌씩
나누어 주고 싶어 지기도 하고
나를 위해 준 사랑의 손길을 위해
따뜻한 감사의 실로 짠
장갑으로
베풂의 손길을 덥혀 주고 싶어 진다
가을비는..
한 두 잎 남아있는
빈 나무를 지나
한눈 지그시 감고
젖은 대지위에
가만히 가만히 내려앉는다
내 인생의 어느 역쯤에서
외로운 가을비 같은
사연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기꺼이 내려
그를 위로하리라
****
폴 메들렌이
랭보를 생각하며 쓴 시가
오늘 아침 내게 말을 걸어온다.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베를렌_
아르튀르 랭보에게
거리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 설렘은 무엇일까?
대지에도 지붕에도 내리는
빗소리의 부드러움이여
답답한 마음에
아 비 내리는 노랫소리여..
울적한 이 마음에
까닭도 없이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원한도 없는데?
이 이유 없는 크나큰 슬픔은
무엇인가
이것은 진정 까닭 모르는
가장 괴로운 고통
사랑도 없고 증오도 없는데..
내 마음 한 없이 괴로워라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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