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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엄마로부터..

"도" 와 "나" 의 차이는 있잖아 - 방송에서 읽어준 영준이에게 보낸편지

by 프시케 psyche 2008. 10. 16.
 
파나마 시티 비치..
 
 
 
2008년 9월 10일 방송
중앙일보 중앙방송 라디오
JBC-Atlanta
이향숙의 세상의 모든 아침 방송중..
* Panama City Beach 의 모습입니다..
* 콘도베란다에서 빵을 모이로 줄때 몰려든 갈매기를
제가 찍었답니다..
(태풍 구스타프가 있어 바다는 색깔이 곱지 않았지만..
파도는 정말 하얀 포말을 내며..크게 쳤답니다..)

안녕하세요..이향숙님..

늘 소개해주시는 사연과 음악에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최동명 선생님의 세상사는 이야기로..
대통령선거며..여러모로 많은것을 배우게 하심 감사드립니다..
덕분에..Sarah palin 의 부통령 수락 연설도 보게 되었답니다..
(사실 정치에는 문외한이라..관심이 없었거든요..)

영준이가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한지도 5년이 다 되어가네요..
미국에서 태어났어도..한국말을 잘 배워주는 영준이가 기특해서
제가 한국말에 도움이 되라고 시작한 편지들을..
이향숙님의 방송에 보내면서..다시 한번
이렇게 쓸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은 모국어로..꿈말하기 대회에도
출전할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는 행운도 얻은 영준이의
한글실력이 나날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욕심많은 엄마의
고슴도치 사랑을 이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가을학기 한글 학교가 개학을 했거든요..

이글과 함께 듣고 싶은 신청곡은요..Anna Vissi 의
Paramithi Hehasmemo (전설같은 사랑) 을
이향숙님..최 동명 선생님..
오늘 개학한 늘 수고 해주시는
영준이 건희 한글학교 선생님분들과
관계자분들..목사님..사모님과..
뒤에서 수고하시는방송 프로그램 관계자 여러분들
그리고 애청자 여러분들과
함께 듣고 싶어요..

****

영준에게
오늘도 날씨가 참 좋지??
축구를 하고 난 후라..너도 기분이 엄마만큼
좋을거라 믿어..또한 오늘 한글 학교 개학이기도 한날이라....
전에도 한번 너에게 "가족" 에 대해 말한적이 있는
이어령 교수 란분이 쓴 글
" 천년을 만드는 엄마" 중에서 읽은적이 있었는데....
너에게 소개해주려고..

**

사람들은 무심코..
모든 행동에 "나"를 붙여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거야...
밥이나 먹을까, 잠이나 잘까, 음악이나 들을까.
어떤 말이든 "나"자가 붙으면 시든 꽃잎처럼
금시 향기를 잃어버리게 되어. 금새 퇴색해 버린다는거지...
이런일만 그런 것은 아니라...

영준이나..동생 건희가 하는 행동에
엄마가 "나"자를 붙이는 경우를 들어볼께..
너희는 밤낮 장난이나 하고,밤낮 싸움이나 하고,
밤낮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이렇게 "나"자를 붙이면 너희들이 하는 짓이
안 이쁘게 보이게 되거든...

그러나 토씨 하나를 바꿔서 "나"를 "도"로 바꿔서 쓰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이야기지...
죽었던 것들이 싱싱하게 머리 들고 일어나게 되고.
시들하게 보이던 것들이 갑자기
눈을 비비며 일어서듯..생생해지는거라는거야.....
멀리 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서며 악수를 청하는것처럼 말이야....

"나"를 "도"로 바꿔본다면.
너희들이 장난을 칠 때.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그리고 싸움을 하더라도
"나"가 아니라 "도"자로
토씨 하나를 바꿔 생각하며 ..
"장난도 잘 한다" 라고 말하면...
너희들이 귀엽게 보일 것이며.
"컴퓨터 게임도 한다" 고 말하면
너희들이 다른 얼굴로 보인다는 것이야...
심지어 동생과의 싸움까지도 그래....
"동생과 싸움이나 하고" 보다는
동생을 잘 돌보기도 하지만
"싸움도 한다" 라고 생각하며 말하라는 거야...
아이들은 싸움을 하면서 커 가는 것을..인정하는
자상한 엄마처럼 말이야...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도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매일 동생과 싸우면 안된단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할때.." 도" 와 " 나 " 의
느낌의 차이가 듣는사람에게나
말하는 사람에게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오늘 이런 글을 너에게 쓴단다....

공부도 하자, 영화도 보자, 찬양도 하자. 기도도 하자 의 긍정적인것 표현과..
밥이나 먹자, 게임이나 하자, 책이나 읽자..같이. 체념적인 표현이..
듣기에 많이 틀리게 들리지??.

만일..엄마가..

" 영준아..시간이 있을때..공부도 하고..영화도 보고..책도 읽을래?"
이말이 훨씬 듣기 좋다는거야..
이말은..여러가기를 같이 시도해보는 긍정적인 뜻이 있고..
" 심심해 보이는데..공부나 할래??
이말 " 나"'라는 말은..마지 못해 겨우..하는것 같은
부정적인 의미와..체념의 뜻으로 해석되잖아..

엄마도..이런걸 오래전에 알았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때가 있었던적이 많은것 같애..
영준이도 오늘부터는..
이런 "나" 라는 말보다는 "도" 를 써보지 않을래?..
예를 들면..
"지금 할일도 없는데....밥이나 먹자..
이러는것 보다는..
" 지금 시간이 있을때....숙제도 하고 .책도 읽고 ..게임도 하자..."
이말이 훨씬 듣기가 좋다는거야...


영준이는 한국말을 배우기 때문에 이말을 이해하리라 믿는단다...
네가 미국에서 태어나 한글에 대한 토씨..즉 조사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이제 한국말들을 배워가면서
이런 토씨 하나에도
상대방에게 전해주는 어감이 많이 틀려진다는것을
알려주려고 오늘 엄마가 이런글을 썼단다..
영준이가 한글을 너무 잘 배우고 있는 것이 너무 기특해서..
이런 이야기도 해주는거야..
오늘 새로 개학한 한글 학교에서
더 열심히 해줄거라 믿으며..
이만 줄일께...

사랑해...영준아..


너의 사랑하는 엄마가..

****

어떤땐..한글 어휘력도 많이 줄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잘 떠오르지 않을때가
있기도 한..그렇다고 영어를 잘 구사하는것도 아닌때..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과..어휘력에 감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오래전 쓴 편지들을 들추어볼때에도..그때 그때 썼던
어휘력이 많이 줄어있음을 볼때..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연을 올릴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신
이향숙님의 프로그램에 감사를 드리며 이글을 씁니다..
새삼..우리가 쓰는 한글에 대한 고마음을 느끼며..
오늘도..잊었던 친구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애청자 여러분님들도..오늘..
가을이 오는 소리와 느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글로 적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2008년 9월 6일 한글학교가 개강한 토요일

캐서린에서
프시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