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꺾으며 II
들꽃을 꺾으며 II
-프시케-
초록 잔디로
눈이 시원한 아침
축구장의
갓 깎여진
풀냄새가 싱그럽다
아른아른
바람결에 흔들리는 너
가까이에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보라색 들꽃이구나.
공을 차는 아이들의
기합소리에도
초연히 앉아
긴 목 자랑하며
자기 일에 열중하는
연보라빛 풀꽃은
옆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자기 분수를 지키고
연방 왔다 갔다
깎아대는 풀 깎기
기계가 윙윙거려도
언제 허리가 잘려나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도
너는 그냥
보랏빛으로 웃음 웃으며
허둥대지 않는 기품을
보여주고
드문드문
각기마다 거리를 두어
얼핏 보면.
풀과 섞여 보이지 않는
가냘픈 네 모습을
눈높이 낮춰 앉아야만
볼 수 있기에
나를 낮추는 겸손을
배우게 하고
한줄기를 보면
전혀 표나지 않는 너의
가냘픈 모습도
한 줄기, 두 줄기 여러 줄기
꺾어 가슴에 안으면
화사한 보라색으로
뭉치면 힘이 된다는
합심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며
만개한 꽃잎은
손대지 않아도 저절로
투 두둑 떨어지며
이제는 갈 시간인 것을
손수 꽃을 떨어내
떠나야 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가르친다
가까이서 보면
올망졸망 보잘것없지만
한 다발로 근사하게 묶어
화병에 꽂으면
돈을 주고 산 그 어느 꽃다발보다
소중해 보이는 꽃 자체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자연미를 선사하고
꾸미지 않아도 수수한
네 모습과
봐주는 이 없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
피고 지는
너의 그 소박한 일상이
너무나 발전한
이 기계문명의 세상 속
산소 같은 위안을 주는구나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바람결에
풍기는 듯
안 풍기는 듯한 향으로
있는 듯이 없는 듯한
풀꽃향을 주면서
너무 튀지 않게
한 발짝 물러서 있는
함부로 나서지 않음을
은근히 보여주며
길쭉길쭉
거추장스러운
제 이파리조차
맨 밑에 남겨두고
단출하게
가느다란 몸 지탱하며
아무것도 갖지 않는
무소유를 가르쳐 주고
화려하지 않은 색으로
투명한 유리병에 꽂혀도
아무 불평 없이
들꽃의
순진한 웃음으로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싶게 하는
그대는
신비한
보라색 매력이 있나 보다
보라색으로
눈웃음 지며
내게 말 걸어준
들꽃에서
결코 의미 없지 않은
잔잔하고 소중한
인생의 교훈을
가슴에 한 아름 안는구나
사랑스러운 보랏빛
너의 순한 웃음위에
입맞추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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