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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끄적여본글

아침 가을 산책 II - Wait There

by 프시케 psyche 2013. 10. 15.





가을이 서성이다

 아침산책 II

 

 

-프시케-






 

 




 

 

 


서성이는 가을

 아침산책 II

 

 

-프시케-















































































가을 

아침 산책 II



-프시케-



이제 제법 쌀쌀해진 날씨인데도

아침 공기는 여전히 상큼하다

전에는 30여 분의 거리를 걸으며

찍으며..산책과 사진찍기 위주로 했다면

올해 초부터 인가는

왠지 걷기 겸 운동을 겸비한

아침 산책이 된

거의 3마일의 거리를 

걷는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아침 산책을 하루의

첫 일과로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어제와 오늘이 늘 같은 날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맨손체조 겸 간단하게

5분에서 10분 정도

몸을 푼 후

문을 나서면

하루가 가쁜한 것 같아

늘 이 시간이 즐겁다.

우연히 같이 걷게 된

한 때 Personal Trainer 였다던

이웃친구 정원씨를 만난 후

구간을 정해 걷는 코스가

약 3마일이 되는듯하다

약 7000보 정도가 된다고 한다

10000보는 조금 못되지만

얼마간 이렇게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걷다가 조금 속도를 내

뛰어보기도 했지만

뛰는 건 내게 좀 무리인 듯 싶어

조금 빠른 속도로 걷는 게

내겐 맞는듯싶다

건희를 학교 버스에 태워 보내면

새벽 6시 45분이다

그 길로 바로 걷기 시작해

집으로 돌아오면 7시 45분 정도가 걸린다

얼굴이 상기되고 몸에 적당히 열기가 나

들어와 찬물에 샤워하기에

딱 좋은 운동량인듯싶다

사진찍기와 주위 풍경을 즐기던

이전의 산책코스에 비해

거리가 늘어났지만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지금은 같이 걷는 시차가 생기다 보니

이렇게저렇게 성을 지었다 허물었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공상을 하며

흡족해하는가 하면

어떤 땐 기가 막힌 시어도 떠올라

지금이라도 기막힌 글이 써질 것 같기도 하고

주홍빛 새벽하늘에 드리워진

억새를 볼 때면

얼른 사진기를 들이대며

낭만적이 되기도 하고

내가 사는 subdivision 경계를 지나

이웃 Subdivision으로 코스를 잡다 보니

조금은 큰집들이 가끔 눈에 들어오는데

각 집에 사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며 은근히 

각기 집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모양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고

혼자만의 은밀한 시간을 즐기며

싱그러운 공기냄새에

흠뻑 젖기도 한다

가끔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안갯속을 선녀가 된 듯 

걸어보기도 하고

여명에 드리워진

붉은 하늘 위로 떠 있는

새벽 달을 만나서 윙크하듯

반가워하기도 한다

조금씩 밝아지는 날씨와 함께

지저귀는 갖가지 새의 노랫소리며.

오며 가며 만나는

출근길의 자동차 속 얼굴들과

손 인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집이 뜰에 내어놓은

작은 정원 Statue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다람쥐의 발 빠른 아침 도토리 줍는

시간을 훔쳐보기도 하고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

반갑게 반달 눈을 선사하기도 한다

옆에 같이 걷는 

강아지 민희도

어느새 내 산책 마음과 같은

마음인지 늘 쫄래쫄래 

잘도 따라다닌다

아침 산책 나가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자기도 데리고 나갈 것을

일러주듯 자신의 존재를

내게 알리며 애교스럽게 기지개를 켜는 민희가

사람보다 생각이 멀쩡한 듯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길에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들과

꼭 아는체하고 싶어하는 그 심리가

내가 산책하며 지나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손 인사하는 마음이리라

운동 겸 하는 산책이라

은근히 체중 감량에도 기대했지만

몇 년째 몸무게의 변화가 거의 없다가

얼마 전 교회 성도 분의 자제

야외 결혼식을 빌미로

체중조절까지는 아니어도

조금 신경을 쓰면

많이는 아니라도

무슨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지만

6월에 있었던 결혼식에서는

표가 안 나더니

이번 9월에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결혼식장에서

볼이 홀쭉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는 살이 빠졌나?

하다가 이내

아..나이들어 볼살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니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불현듯 서글퍼지기도 한다 

지천명(知天命)을 지나면서도

아직 인생을 알지 못하는데..

귀가 순해져 듣는 것마다

다 이해가 된다는 

이순(耳順) 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새벽을 걸으며

온갖 

생각에 잠긴다..

 

새벽 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그곳에서 기다리렴..

Wait there...

 

 

***

 

 

가을이 서성이다


-프시케-


찬란하던 여름이

짐을 꾸린다

여름이라는 무대에서 맡았던

초록 배역을 내려놓고

가을이라는 무대를 위해

초폭을 벗고

울긋불긋 낙엽 같은

갈색 치장을 하려나 보다


이번에 무대 위로 오른 

가을은

어떤 연기가 펼쳐질까?


준비된 

가을이

무대 밖에서 

서성인다


나는 기다린다

그곳 무대 아래서

서성이는 가을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


서성서성

가을이 무대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아침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