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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Time/Food I Made

밥솥 카스텔라와 할머니

by 프시케 psyche 2020. 6. 2.

 

 

 

 

밥솥 카스텔라와 할머니 생각

 

- 프시케-

 

 

일전에 냄비 카스텔라를 만들 때

계란 흰자 거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볼품없는 카스텔라가 탄생했다

사실 처음 한 것이었기에

그래도 맛은 제대로 났던 것에 만족했다

그 후 몇 차례의

거품 만들기

일명 머랭 치기를 위해

부단히 도 연습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이제 순서며

재료의 양까지 다 외우게 되었다

카스텔라 만드는 사람마다

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나는 이번에 밥통으로 하는 카스텔라를 위해

인터넷 써칭으로 

네이버의 한 블로거님의 밥통 카스텔라 레시피를

따라 하게 되었다

머랭 치기의 순서와.. 계란 흰자 양.. 그리고

세 번에 나누어 넣어야 하는 설탕의 양

게다가 거품기를 쓰는 속도와 시간에도

다 순서가 있음을 알았다

 

아침이고 밤이고

몇 번의 카스텔라를 만들어 놓고

옆지기와 건희에게

맛있느냐고 묻는 말에

옆지기는 자신이 만들어 놓고

자신이 감탄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지만

카스텔라는 정말로 맛있다고 했다

카스텔라를 먹으며

옆지기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늘 할머니께서 카스텔라를 만들어 드리던

할아버지가 언제나처럼

카스텔라를 후식으로 다 드신 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 살아계시면

손주 며느리가 만든

카스텔라를 맛 뵈어 드렸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옆지기를 보니

요즘 부쩍 옛 추억이 생각나나 보다

어제는 어렸을 적 삼촌들과 있었던

아주 오래된 추억을 에피소드 1,2,3... 20개까지 적어

작은 아버님들과의 단톡 방에 올렸더니

그 오래된 기억들을 아직도 하고 있느냐며

놀라셨다고 한다

어제저녁으로 메밀국수를 먹은 후

한 개 한개 에피소드를 써놓은걸 

읽어주는데..

정말로 기억력이 엄청 좋은 

옆지기의 에피소드 릴레이에

나도 놀랐다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옛 추억.. 그리고 보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작은 아버님들과의 추억으로

읽어 주면서도 목이 메어 한다

우리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이 카스텔라를 시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려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우리 할머니

 

-  프시케-

 

 

우리 할머니는 항상 

이 없는 얼굴로 활짝 웃으셔도

그렇게 귀여우실 수가 없으셨다

아흔이 다 되신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손주들과 항상 같이 일어나

움직이셨다

우리 아버님은 둘째 셨지만

언제나 우리집에 계시는 걸 좋아하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사시다 돌아가셨다

키가 작으신 할머니는

언제나 흰 모시 한복을 입고 다니셨다

흰머리 곱게 빗어

비녀를 꼽고 다니셨던 

우리 할 머니

항상 웃는 할머니의 모습을

언젠가 뵌 큰 고모님이

우리 할머니를 많이 닮으셨다

할머니가 좋아한 음식은

다 생각 나진 않지만

언제나 고추짱아찌를 잘게 썰어

무친 것을 좋아하셔

우리에게도 자주 만들어주곤 하셨다

지금도 나는 입맛이 없을 때

즐겨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간장식초에 담근 고추장아찌다

할머니도 단것을 좋아하셨는데

호두과자를 좋아하셨다

나도 그것 때문인지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를

지금도 한인마트에서 보면

사서 먹는다

호두과자의 맛이

어찌 보면 카스텔라에  

호두를 넣은 맛같을 것 같은 생각에

눈에 선한 우리 할머니의

미소 띤 얼굴이

밥통으로 만든

내 카스텔라 위로 오버랩된다

우리 할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시할머니도 보고 싶다

 

 

 

2020년 6월 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