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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잉어왕자와 석양

by 프시케 psyche 2020. 6. 21.


잉어 왕자와 석양


 

-프시케-

 

낚시터 입구 벌써 다른 분들이 앉아있지요?


흰구름과 호수의 물이 너무 이쁘지요?


 


 

넓은 호수만큼 마음이 넓어졌으먼..

 

 

 

 

 

모자를 쓴 건희와 핑크 셔츠의 영준이..



 

 

 

연두색 줄무늬.. 엄마와 세트로 입었지요



 


 

Shelter 위에서 내려다본 호수


 

 

 

동행한 교회분들과 축구반 학생들이 햇빛을 가리려.. 천막을 치고 있네요



 

  소나무와.. 구름.. 그리고 호수

  오리 두 마리가 보이지요?


다정한 부부 오리와


 


 

자세히 보니 두 마리 새끼오리도 있어요..


 


 

저쪽에선 저녁이 되자.. 호수를 건너 보금자리로 가나 봐요.


 


멀리서 보니.. 더 예쁘게 무리 지어 가지요?


 

 그 와중에 잡힌 잉어 왕자..


 

이게 그날 잡은 잉어 왕자 한 마리와 메기 2마리..

 

 

 

 

다쳐진 천막과 아이들.. 그리고 석양



 가족 엄마 오리와  새끼오리 세 마리.. 그리고 아빠 오리는 뚝 떨어져서.. 망을 보는지..

 물속에서 수영하는 영준이와 친구들.. 건희는 저기에 앉아서 구경만..

  이제 석양이 지며.. 어두워지고 있지요..


 

건희와 저녁 호수

 

 

 

 커피와 곁들여 보면 멋진 석양

  낚싯대와 석양.. 그리고 금빛 물결

  잠깐 사이 놓친 석양이 얼굴을 숨기고..

 이제 완전히 숨어버린 석양 뒤에.. 붉은 노을만..  *** 


오늘도 운전해서 갈 때는
가늘게 비가 뿌리더니
축구장에 도착하니.
언제 왔냐는 듯이 개인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운 좋게도
우리들만 보아놓은 
일전에 보여드린 들꽃 피어있는 
구석진 곳에서 그 귀하디 귀한 
복분자도 따먹은 신나는 아침이었답니다
상쾌한 공기와.. 푸른 잔디..
초록으로 꽉 채운 나무들의
신선함과 함께 직접 나무에서
복분자를 따먹을 수 있는 행운은
아무한테나 오는 게 아니겠지요?

오늘은 일전에 낚시에서 잡은 잉어 왕자를 보며
써보았던 글을  올려봅니다



****



잉어 왕자의 눈과 석양(Sunset).


가까운 분들과
아이들의 현장학습 겸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의 
부모님들과 교회가 끝난 후
떠난 곳은 2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간
낚시터이었답니다
그전에도 가끔 아는 분들과 찾는
조용한 장소랍니다
아마도 3년 전에 왔다 가고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아이들은 깊지 않은 곳에서
수영도 할 수 있었던
아주 맑은 호숫물과
넓게 펼쳐진 모습은 
더없이 마음을 트이게 합니다
주로 잉어가 올라오는 지역이라
옆지기와 남자아이들은
캔 옥수수를 낚시 바늘에 끼며
즐거워합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햇살이
따가운데도.. 낚시의 
즐거움을 만끽하려..
마음들이 급합니다..
낚시 바늘에 작은 옥수수 알갱이를
끼우는 게 수월찮은 친구는
가져와서 끼어 달라고 하고
몇 대의 낚싯대를 줄줄이 세워놓고
이제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더위를 못 참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로 풍덩..
물장구를 칩니다..
여자들은 Shelter 옆에 놓인
숯 그릴에 고기를 굽습니다
즉석에서 맛있게 양념해온
정오 엄마 솜씨의 소스를 발라
빨갛게 타오른 술탄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가져간 신김치와 송이버섯..
이 모습만 보아도 입에는
벌써 침이 고입니다..
상추와 실란트로를 흐르는 물에 씻은 다음
상큼한 오이를 씻어 8등분을 한 다음
맛있는 쌈장 양념에 꾹 찍어서 
아삭아삭 씹어먹는 맛은
그야말로 야외에서의 음식을 해 먹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맛보지 못하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맛이
아닌가 합니다..
음식이 준비된 후..
아이들을 과 식사를 하는 도중
혼자서 낚싯대를 지키던
옆지기가 드디어 잉어를 잡았습니다
아이들은 뜰채에 잉어를 들고 와서
엄마들에게 구경을 시켜 준다고
우르르 몰려옵니다..
불쌍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이 잉어 낚시가
이제 재미있어지나 봅니다..
반짝이는 금빛 비늘과
커다란 눈을 보니
정말 잘생긴 잉어입니다..
저는 늘 잉어 낚시할 때마다
오래전에 읽은 놓아준 물고기가
용왕님의 아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잉어도. 호수 깊은 어느 왕국의
왕자가 아닐까?
늘 영준이가 어렸을 적에
잉어를 낚아 올리면.. 놓아주라고 
아빠를 졸라댈 때에도..
놓아주고 오는 마음이 가볍곤 했답니다
우리는 오늘 호수 왕국의 왕자를 살려준 거야..
지금부터.. 그 왕국의 왕이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줄 거야.. 이러면서..
늘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던 때도 있었지만..
영준이와.. 건희를 가졌을 땐..
어김없이 이 잉어로 몸보신을 한
아주 행복한 임산부였음이 지금 생각해도
뿌듯합니다..
커다란 잉어를 잡아
옆지기의 요리법으로 푹 고아서 거의 엑키스만
컵으로 2컵 정도 나오는 것을
보약으로 해주며 자랑스러워하던
옆지기가 오늘도 새삼 멋지게 보입니다..
그때도 늘 잡은 잉어의 주인은
임신했을 때 빼놓고는 
일행 중에.. 어르신이 계신 분을 드리거나
임산부가 있는 분을 드리곤 했었답니다
잡기는 늘 옆지기가 잡아도 
나누어 주는 기쁨으로 드리면
잘 고아진.. 고유 요리법의 잉어탕 진액을
조금씩 가져오시곤 해서 먹던 기억도 납니다..

오늘도 한 마리 잡고 나니
더 많이 잡아서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나 봅니다.. 옆지기는 웃으며
적어도 10마리는 잡아야
일행들 원하는 분이 한 마리씩
가져 간 후
목사님께 한 마리 드리고
병원에서 퇴원 후.. 식사량이 준
하영이도 한 마리 주어야 하고
오늘 아픈 몸을 이끌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준 정오 엄마도 한 마리..
연세 많으신 예찬이 할아버님도 한 마리
몸이 약하셔서 요즘 약을 드신다는
윤 권사님도 한 마리 드려야 하고
요즘 건강검진을 하시며 힘이 드신
김 장로님도 한 마리 드려야 할 텐데..
.....

도대체 몇 마리를 잡아야..
다 한 마리씩 드릴까??
아는 분 숫자대로 잡아서
한 마리씩 다 드리면
좋겠지만..
이제 한 마리 잡았는데
달걀 장수가 장에 가며
하는 계산을 하며..
머리에 있는 계란이 벌써
알을 낳고 있는 옆지기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지만
생각이 너무 기특해 슬며시 
미소 지어봅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호수를 건너
붉은빛을 드리우며 서쪽으로
수평선 위에 있습니다
석양이 지는 붉은 하늘 아래에서
보는 잉어 왕자의 눈은 더없이 슬퍼 보이지만..
식사 후
호수를 앞에 놓고
의자에 앉아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시는 헤이즐넛 커피 향은
이 낚시터에서나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시간이랍니다..
사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커피를 타는 사이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석양 때문에
예쁜 사진도 찍지 못한 채
짧은 석양과의 커피데이트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 대신 예쁜 오리가족이 호수를 건너는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되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지금까지 잡은 잉어 한 마리 이후.
조그만 메기 두 마리를 잡은 후
더 이상 잉어 왕자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어두움이 호수 위로 밀려오고
저 멀리 보이는 다리 위로
불빛이.. 호수에 비추어 출렁 일 즈음
주섬 주섬 떠날 준비를 하자
정오 아빠는 잉어와 메기가 든
아이스 박스를 저희 차 뒷좌석에
덥석 실어 놓았습니다..
잡은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고..
마음을 써주신 거랍니다
옆지기는 그럴 수 없다며..
다른 분들의 의중을 여쭸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으시니..
옆지기는 제일 약해 보이시는
현이 엄마께 가져가시려느냐 묻자마자
선뜻 가져가신다 합니다
메기 두 마리는 물에 놓아주고
잉어만 얼음에 채워서 집사님께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손꼽으며 드리기로 한 모든 분들께
괜히 미안해 지기까지 합니다
더 많이 잡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엔.. 와서 밤을 새워서라도
꼭 우리가 원하는 수만큼의
잉어를 잡아야겠다고
옆지기의 아쉬워하는 모습이 
대견스럽습니다.
아직도 하늘에 별은 총총하고
쟁반만 한 보름달을 머리 위로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도착한 늦은 밤....
사실 저는 오늘 
놓아주고 오지 못한 그 잉어의
눈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 잉어 왕자를 잃은 부모 잉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마도 꿈속에라도 그 잉어 부모님을
찾아가..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봅니다..

돌아오는 하늘 총총히 떠있던
반짝이는 별빛과 둥그런 보름달에
더 슬퍼 보이는
그 잉어 왕자의 눈을 떠올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잉어왕 자야.. 미안해...


*** 잉어 낚시를 다녀온 후..***



2009년 6월 13일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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