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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산딸기를 따며..

by 프시케 psyche 2020. 6. 21.

산딸기를 따며

 

-프시케-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높은 여름 날씨였지만..
아침 일찍 마시는 공기와 젖은 이슬을 밟은 
상쾌한 토요일입니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운동을 하는 
아이들이 건강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거의 땀을 비 오듯 쏟고 나면
땀난 만큼 상큼한 기분을 운동하시는 분들은
알겠지요?
사실 저는 벌써 2주째 운동을 안 하고
한눈을 팔고 있답니다..
오늘 제가 쓴 아래의  글이 그 이유랍니다..



딸기 따며 신은 제 장화예요..


딸기꽃이랍니다


너무 예쁘지요?


 


듬성듬성 안 익은 딸기도 보이고


 


이렇게 까맣게 익은 딸기도 있어요.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몽글몽글 작은 알갱이가 너무 탐스럽고


살짝 잎을 들추면.. 오롯이 모여있는 딸기들


 


큰 부자라도 된 듯 딸기가 보이면 신이 나고..


 


따온 딸기를 예쁜 그릇 데 담아보고


 


빨간 딸기도 같이 놓으니.. 어우러지긴 하죠?


 


위에서도 한번 찍어보고


 


너무 탐스러운 산딸기.


 


자세히 보아도.. 이렇게 탐스러울 수가..

 더 가까이 보실래요?





****



산딸기(Black Berry )를 따며..


벌써 2주째.. 토요일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황금 운동을 마다하고 산딸기 따기에 푹 빠져있답니다..

전번 주에 벌써 작은 병에 반 병을 따다
산딸기 차를 위해 흑설탕에 재어놓았는데
그렇게 귀한 딸기를 따며.. 온통 얼굴에 물것이 물어
우둘 두둘.. 얼굴이 말이 아니랍니다..
왜 그랬을까요?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아침엔 
쌀뜨물 앙금과 우유 등으로 얼굴을 씻고 온 덕택인지
자잘한 물것들이.. 제가 딸기 따는 동안 제이마를 
총공격을 하고 말았답니다..
졸지에 30여 곳이 붉게 톡톡 튀어나온 데다
양쪽 볼에 서너 군데.. 턱밑과 목에도 듬성듬성
물린 자국으로 제 얼굴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작년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던 물것( 깔때기라는 곤충) 이
올해는 유난히 준비 없는 저를 공격하고 만 것이지요..
산딸기 있는 곳엔 뱀이 있다 하여.. 예쁜 핑크 장화와
장갑.. 모자는 준비했는데..
그만 물것이 있다는 것을 미쳐 준비 못해서
온통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것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산딸기 따기에 도전을 했답니다..
오늘은 뜨물과 우유로 세수하는 것도 건너뛰고
살짝 하던 화장도 오늘은 맨얼굴에 선탠 크림만 바르고
모자와.. 긴팔.. 장갑.. 장화.. 거기에 한 가지 더
얇은 씨쓰루 머플러까지 준비를 했지요..
가장 중요한 벌레 쫓는 스프레이 Off 도 잊지 않았답니다..
신기하게도 만반의 준비를 한 탓인지..
지난주 저에게 와 아는 체 했던 녀석들은
끝까지 나타나 주지 않아서 오늘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작은 양의 산딸기를 딸 수 있었답니다.
따온 딸기는 차로 마시려고 작은 병에 
흑설탕과 재어 놓았습니다.
향 좋은 Blackberry Tea.. 를 위해서지요...

참으로 좋았던 것은
이 산딸기 따는 일에서 저는 몇 가지
재미있는 것을 배우고 왔다는 거랍니다.
사실 외진 곳이라.. 옆지기는
그쪽으로 혼자 가는 것을 극구 말리기도 했지만..
이유는 혹여라도 나쁜 사람들이 와서
납치해가면.. 꼼짝없이 소리도 못 지르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나요? 
그리고 뱀이 있을지 모르니... 위험하다고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엄마 한분과
그분은 딸기 따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좋으시다고
제가 보이는 곳에서 왔다 갔다 걸으시고
저 혼자 따는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얼듯 보면.. 빨갛게 반쯤익은 것들만 보이고
검게 익은 것들은 잘 안 보이지만
가까이에 가서 다른 잎들을 들추면..
까맣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익은 열매들의
겸손함을 보며..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아직도 설익은 빨간 딸기들은 저마다.. 얼굴을 똑바로 들고
뭔가를 자랑하듯.. 뻣뻣하게 있는 걸 보니
혹여.. 아는 것도 많지 않은 제가.. 너무 시끄럽게
나서는 이 빨간 딸기 같지 않을까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했지요
하나같이 검게 익은 딸기들은 보이지 않는 
나뭇잎 뒤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익은 것을 결코 자랑하지 않고 있었던 것을 보며
많이 배우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침묵할 줄 알며.. 나서지 않는 것임을..
그러나.. 저처럼 익은 딸기는 굳이 얼굴 내밀지 않아도
뒤져서라도 딸 수 있다는 것을.... 여물대로 여문 열매는
농부가 알아서 수확을 한다는 것을..
익지 않은 딸기들이 제아무리 고개 들고 외쳐대도
아직 더 익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아~~ 그래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인격이 쌓인 사람들은 나서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침묵 속에서도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동글동글 맺힌 산딸기의 검은 알갱이들이
속이 꽉 찬 인품의 인격의 사람 같은 품위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은 날..
그 인격의 산딸기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의 시간도
아무런 생각 없이.. 익은 딸기를 찾기 위에 잎을 들추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순수함을 
한번 더 새겨봅니다..
가끔씩 가시에 긁히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이와 같은.. 어려움과 험난함 속에서도
말없이 속을 채워가며 자신의 인격을
익혀가는 그 지혜로움이 아름답습니다..
그 무성한 가시넝쿨 속에서.. 말없이 침묵하며
자신을 성숙시켰을 익은 산딸기의 인내를 닮고 싶습니다.
다른 생각 없이.. 아주 근사하게 수양된 멋진 친구와
침묵의 아침 데이트를 한 아주 행복한 아침이었습니다.
오늘도 
이 잘 익은 산딸기(Black Berry)가 준 귀한
겸손의 속삭임으로
잘 영글지 않은 화려함보다는
잘 익어 고개 숙인 검은 산딸기의 모습처럼
잎 뒤에 숨어 내색하지 않아도 금세 발견될 수 있는 
속이 꽉 찬 잘 익은 산딸기 같은
인격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정정: 이 산딸기는 복분자가 아닙니다

Black Berry라고 하고 복분자는 Rasberry라고 합니다

정정을 위해 말씀 주신 Hur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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