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프시케-
** 내가 찍은 저녁노을들..
한 주 동안 즐거운 날 되셨는지요?
오늘도 아름다운 토요일
오랜만에 토요 산책을 하니
한결 즐거운 날입니다
솜사탕처럼 떠있는 뭉게구름이
깨끗한 주말입니다
일전에 갔던 낚시터에서의
붉은 노을이 예뻐 적어봤던
것들을 올려드립니다
***
황혼이 지는 저녁..
빨갛게 물드는
저녁노을 앞에 앉아
이제껏 걸어온 한나절 인생을
한 장 한장 넘기며 미소 짓도록
한 권의 추억으로 엮을 수 있으면 좋겠네..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딱 그만큼의 자리에서
있어야 할 모든 눈금에
그때그때 자라 있어야 할
내 영혼이 성숙할 곳에서
적당하게 표시되어있는
눈금을 보며..
자랑스럽게 웃을 수 있다면.. 좋겠네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내가 마주 보고 있을 그 시간에
뒤로 길게 지는 그림자가
홀로 외로이 있지 않고
두 손 맞잡은 채 좁은 듯 다가앉은
세월에 겹겹이 기워진
다정한 두 개의 그림자였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살아온 뒤안길에
씁쓸한 후회의 쓴웃음 보다..
순간순간 견뎌온 사랑의 순간들이
아름다운 감동이었노라고..
눈시울이 흐려지는 눈물이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오래전엔 사소한 단색이었던 것이
세월 지난 캔버스 위에 덧칠한 자국이
오히려 보색을 이루며 전체 그림이 된
투박하지만 완성된 아름다운 유화 같았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그래서 그 그림을
벽에 걸어 놓아도
보는 이로 하여금
단박에 누구 그림인지 알아보며
지긋이 미소 지어주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가슴마다 알알이 박혀
때때로 생채기 내며 아프게 했던
진흙 묻었던 거친 진주들이
이제는 많은 인내와 끈기로
닦인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되어있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얽히고설킨
굵은 삼베 같던 인생길
근심과 걱정들이..
이제는 매끈하게 짜인
내 나이 든 몸에 걸쳐도 어울릴
고운 옥색 모시한복 같았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계란형의
미인이 아니어도
눈 옆의 잔주름도 어울리게
눈웃음 웃는 후덕하고
곱게 나이 든
푸근한 얼굴이 되어있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외로움에 짓무른 눈물 찍어내는
슬프고 처량한 손이 아니라
김 오르는 헤이즐 향 커피잔 위로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손꼽으며..
즐거운 향기로운 손이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아끼고 아낀 슬픈 침묵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보듬어 키운 아름다운
안으로의 삭임들이
지금은 무거운 금이 되어
가볍기 쉬운 내 경박함을
가라앉힌 중후함이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내 어렸을 적 소꿉친구들도
젊었을 적 소녀 친구들도
아직은 내 옆에
느지막이 만난 다른 인연들과 함께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고 달려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수다를 떨 수 있었으면
황혼이 지는 저녁
그 나이쯤에는..
이제는 부모 되어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의
아들딸들과 그들의 또 다른
사랑의 분신들이 때마다
보고 싶다는 말들로
작은 안부 카드를 받을 수 있다면...
황혼이 지는
저 오렌지빛 노을 앞에 앉아있을
그 나이쯤에는..
***
그날 본 낚시터의 노을은
정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연상했답니다
곱게 나이 든
중년 이후의 황혼이
저렇게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다면
저런 아름다운 빛깔의 노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곱고 순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을 반영한
저 모습의 고운 황혼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부터
우리가 사는 삶의 작은 색깔들이
모여야 저런 아름다운 황혼의 색이
될 것 같은 생각을 하며
그즈음 저의 모습이
이랬으면.. 하면서
끄적여본 글입니다
여러분의 황혼의 모습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때쯤..
모습이 과연..
저 고운 빛깔의
황혼과 어떻게 다를지를..
여러분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 시작하세요..
2009년 7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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