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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날개가 나오려는 걸까?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날개가 나오려는 걸까?

 

-프시케-

 

 

 

 

 

 

 

 































































   ** 아침 산책마다 찍은 데이지 꽃들과 아이리스    

 

 

 

데이지 꽃과 날개

 

 

-프시케-

 

 내 왼쪽 등 위쪽이

종종 가려울 때면

생각하곤 했다

날개가 나오려나?

 

 

하얀 꽃잎 날개들이 눈부시다

앙증맞게

고개 숙인 

작은 봉우리들이

며칠 도 안되어

활짝 웃음 웃고 있다

천사의 웃음

하얀 꽃잎들이

천사의 날개처럼

얕은 바람에도 너울너울

 

혼자의 얼굴보다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모여 있는 얼굴들이

더 해맑아서 예쁘다

숲의 요정 

베리 디스였던 것도

잊은 걸까?

아직도 깨끗한 향기 품으며

작은 얼굴들로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평화롭다

 

과수원의 신

베르탈나스의 끈질긴 사랑을 피해

몸을 바꿔 꽃이 되어버린

겸손의 요정 데이지..

아침마다 

꽃송이가 늘어난 

꽃 무더기 앞을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숲의 요정이 된 듯..

나풀나풀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왼쪽 등 위쪽이

또 근질거린다.

늘 같은 장소가

간지러워도 무심코 지났건만

엊그제 읽은 

전경린 님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를 읽다가

등에서 날개 대신

제3의 팔이 나온 천사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내 왼쪽 등이

또 가려웠었다

마치

가려운 곳에서

날개가 나오려는 게 아닐까 하고

야무진 착각을 하면서.

천사처럼 착하지도 않으면서

천사처럼 맑고 순수하지도 않으면서

불쑥 제3의 팔이 아닌

날개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 전 본 영화

'흑조'에서

날개가 나오려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하얀 데이지를 닮은 천사와 슬픈 흑조가

내 눈앞을 스친다

 

데이지를 보며

천사와 흑조를 떠올리다니..

데이지 꽃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요정의 등에 난

예쁜 천사의 날개와

소설 속에서 읽은

제3의 팔인 날개

흑조에서 뾰족뾰족 

날개가 나오려고 하는 

그 모습이

내 왼쪽 등에서는

정말로 

 날개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말똥말똥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데이지 꽃들의 눈동자에서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듯

그 순수한 응시로

내 마음은 벌써 살짝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어요"

라고 속삭인다

 

나는 아직도 

때 묻은 마음들을 

닦지 않고 그대로 뿌옇게

내버려 둔 것이 틀림이 없다

용서하지 않음과

시기함과

온유하지 않음과

겸손하지 않음과

사랑하지 않음의 때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듯하다

 

하루하루

묵상과 기도를 하며

내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야겠다

아직도 간질간질

가려운 내 왼쪽 등의

날개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는 왼쪽 날개는

얼마나 내 영혼과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야 나올 수 있는 걸까?

 

그런 후..

또 다른 오른쪽 날개 자리엔

언제부터 간질거리기 시작할까?

 

데이지의 그 하얀 얼굴만큼

하얗게 내 마음과

영혼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과

시기하지 않는 마음과

온유한 마음과

겸손의 마음으로

사랑을 하며

 깨끗하게 해야겠지..

 

오늘도 마음속 죄의 

찌꺼기들을 위해

뿌옇게 흐려진 내 

영혼의 창을 위해

입김 호호 불어가며

깨끗게 될 때까지

닦아야겠다

성실한 묵상과

진실한 기도로..

 

내 왼쪽 등에서 나올

데이지 꽃처럼 하얀 날개를 위해..

 

 

 

2011년 5월 28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