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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가을 숲을 걷다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가을 숲을 걷다

 

-프시케-

 

 

토요일 아침 늘 

축구장에 오지만

숲을 걸은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날도 춥지 않았고

잎이 떨어진

나무 사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낙엽이 쌓인 작은 숲은

들어가 걸어보고픈 

마음을 유혹합니다

 

 

 

 

 

 

 

 

갈색 잎들이 쌓인 숲길과 나무들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봄과 가을 동안

열심히 프르게

치열했던 정열을 

뒤로 한채..

 

 

 

 

 

조용히 비울 줄 아는 

내려놓음의 

아름다움을 

친히 경험하고 있겠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어도

가을 숲을 걷는 건 운치가 있다..

 

 

 

 

빈가 지며.. 가시나무 얽혀진 

바 삭이는 낙엽 위를 

걷는 건..

가슴속 깊은 

외로움을 위한

작은 음악이 되고

 

 

 

 

 

차마 떨어지지 못한 단품 잎도

  앞만 보고 왔던

여름을 뒤돌아보며 

살짝 부끄러운 듯 볼 밝히며 

미소 짓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있는 나무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서로의 사랑을 

한결같음으로

그 자리에서 

새싹 돋는 봄의 싱그러움도

여름 내내

서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며

여름을  견디며 

같이 더불어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숲은

가까이 가면..

서로 얼기설기 얽혀 있는 

자잘한 관계에

아름답지 않아 보일 때도 있지만

 멀리 거리를 두고 보연

자잘한 단점은 

커다란 장점에 가려

그냥 숲인 채로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의 그림을 주고

서로 감싸주며 아름다운

 어우러짐의 조화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때가 되면

무성하던 잎들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깊이만큼의 색으로

떠날 채비를 하며

마지막 절정의 아름다운 색으로

커다란 숲 캔버스에

그려 넣으며

 너그러운  베풂을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게 하는

추억을 선물한다..

 

 

 

 

 

 

 

키 높은 나무는 키가 큰대로

 

 

 

 

 

 

 

작은 덤불들은 작은 키대로

 

 

 

 

 

 

보라색 열매는 보라색 열매로

 

 

 

 

 

 

검푸른 열매는 검푸른 색의 열매로

 

 

 

 

 

 

 

 

 

기나긴 여름을  견뎌온 만큼의

풍성한 열매로 

정직함을 보여주려

자랑스럽게  

뽐내며 자랑스럽게 열려있다

 

 

 

 

누군가가 와서 수확을 해 주거나

 

 

 

 

 

 

 눈맟추며 즐겁게 감탄으로  즐거워하거나

 

 

 

 

 

혹은 예쁜 열매 가지 손에 꺾어 쥐어도

 

 

 

 

 

 

한마디 불평 없이

 

 

 

 

 

 

 열매는 열매인 채로 그 역할을 소화 해 낸다

 

 

 

 

 

누군가에 의해 어느 곳으로 데려가

 

 

 

 

흐드러지게 휘둘림 당해도

 

 

 

 

 

 

묵묵히 그 열매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하며

열매의 품성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작은 숲길을 지나노라면

잔가지가 주는  성가심에

고개를 숙이게 하는  

좁은 길도

 

 

 

 

 

 

아무런 방해 없이 꼿꼿이 걸을 수 있는

평평한 탄탄대로의 길이 있듯이

우리 인생의 숲길처럼

다양한 길을 을 우리 앞에 놓아

우리의 인격을 

더 단단히 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가끔은  옆에 서있는 나무를 붙들고

올라야 하는 작은 언덕도 있듯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이끌고 당기며

서로 도우며 사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저 혼자 쓰러져 자신을 희생해

작은 난간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의 손잡이 가 되어주듯..

우리는 누군가의 손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아주 기꺼운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저마다 그 자리에선

 

 

 

 

 

 

저마다 본분을 다하고 있는 

묵묵한 침묵으로

숲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있어야 할 자리를 

꾸준히 지킬 줄 아는 

성실을 또한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누구 하나 나서서 소리쳐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숲 속 친구들의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는

귀중한 어우러짐의

조화와 균형을

겸손함으로 

우리에게 차분히 설명을 하고 있다

 

 

 

 

 

숲 속 친구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그 이름에 맞는 달란트로

 

 

 

 

 

 

 

부지런히

더 아름다운 숲을 위해

부산을 떨며

즐거워한다

 

 

 

 

 

 

작은 위안과 평온의 공간에

가을 숲의 

낙엽 밟는 소리 또한

우리의 귀에

바 삭이는 

소리로

가슴 시원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마른 나뭇가지들은 

기꺼이 자신의 몸들을 던져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요새가 되어주고

 

 

 

 

 

 

그 무엇이 되어도

 

 

 

 

 

 

 자기를 취급해 주는 대로

가만히 참으며

최선을 다하는

인내를 가르쳐주자

 

 

 

 

 

 

 

홀연히 

숲을 두고 등을 보이는

사람들의

차가운 안녕에도

 

 

 

 

 

 

정겹게 어깨 맞대고 모여서

훈훈하게 손 흔들어 주고  

 

 

 

 

 

 

 

할 일을 다 끝내고

떨어져 있는

낙엽들은 서로 본 세상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감싸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뒤에 따라올

아직도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에게

내어줄 

빈자리를 

비워두는

배려로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가 주워 들어

책갈피에 끼워 주면 주는 대로

애절한 사랑의 사연을 

적어 낙엽 편지를 만들면

또 그런대로 

기꺼이 

가을 편지지가 되어 주는

아름다운 희생을 가르쳐 준다

 

 

 

 

 

 

숲을 지나며 주워 든 넓은 낙엽을 보며

 입가에 환한 미소 지으며

즐거운 기억을 담아보기도 하고

 

 

 

 

 

 

 

풍성한 시어들을 

마음 가득  안고 떠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라도

 

 

 

 

 

 

끝까지 바라보아주며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배웅을 하며

 

 

 

 

 

 

눈인사하는 숲의 넉넉한 친절..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앓는 

많은 낙업 밟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소로

가을 언어들을

선물해준다  

 

가을,

숲, 

나무,

구름, 

하늘, 

낙엽, 

바람,

가지,

사랑... 등으로

그리운 님에게

곱게 배달될 

편지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독백의

고운 시가 되기도 하는

가을 숲의  비밀

 

마른 가지 무성한

가을 숲은

아름답게 그려진

용서와 섬김을 지나 온유와

사랑으로 덧칠된 

커다란 

겸손과 사랑의 그림을

내 그림움에게 

선사한다

 

내가 걸은 

아름다운 가을 숲은..

 

 

.

 

 

 

 

 

Moon River Cello by Isao Sasaki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