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지난날의 추억

교통사고당한 내 불쌍한 카메라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교통사고 당한  내 불쌍한 카메라 얼굴

 

 

 

 

 

 

 

  부서져버린 내 카메라 얼굴 **** 내 카메라가 교통사고 당한 날.. 내 생일 하루 전날! -프시케- 

아침 일찍 옆 지기는

골프 연습장에 가자고 깨운 뒤

출출하다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커피 한 잔씩 타들고. 집을 나섰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허둥대다가

얼떨결에 핸드백 (내 핸드백은 완전

기저귀 가방 수준, 온갖 물건이 다 들어있어

어딜 가나 들고 가야 덜 불안하다.)

을 들고 어깨에 매었던

카메라를 가방 위에 내려놓은  뒤

운전석 옆으로 가 옆 지기가 문 열어주기를 기다렸다

(이 차는  마침 자동 오픈 장치가 고장이 나서 직접 열어줘야 한다)

열어주기를 기다리는데, 옆 지기는 열심히 주변 정리를 하느라

아직도 열어줄 생각을 안 한다.

마침 모자를 안 가져온 것 같아

가방을 문 옆에 내려놓고

집안으로 들어가 모자를 들고 나왔다.

아뿔싸!!

내 가방은 벌써 사고를 당한 듯

옆 지기는 

친절하게 내가 타기 좋게 하려고

차를 미리 빼놓으려 하다가

가방 놓은 것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가방을 보니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였다

그냥 지나 가려다 뭐가 걸리니

그냥 다시 앞으로 간 모양이구나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에 올라탄 후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머리핀도 부러지고.

립스틱도 부서지고

안경과 안경집도 완전히 일그러지고

이어폰 플러그도 우그러지고

그런데 카메라도 카메라 가방에 들어있어

겉보기에 멀쩡해 보였다..

그래도 한번.. 확인해볼까?

어머나!  가엾은 것

얼굴이 엉망진창이다.

금이 가고 깨진 얼굴이

눈앞에 확 다가온다

옆 지기한테 보여주며

불쌍한 내 카메라가 얼굴이 이렇게..

 

눈물이 글썽 앞을 가린다.

 

옆 지기는 미안한 듯

눈치를 보다가 한마디 한다

내일 생일이기도 한데

더 좋은 것 사라고 

그렇게 내 앞바퀴에 뛰어들었나 봐

참으로 충성스러운 카메라군

 

그래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내 모습에

한마디 더 보탠다

 

"그래도 당신이 그 바퀴에 안 받친 게 어디야

정말 다행이지 뭐

카메라야 사면되지만

당신은 다시 살 수도 없고

"..."

 

나는 묵 무부 답.

 

"그래도 그 카메라 산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찍은 횟수로 따지자면.. 아마도 10년 치 정도는

써먹었을 거야..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그 카메라도 이제 쉴 수 있게

보내줘야지 뭐

하나님이 나보고 다시 사주라고

이렇게 하신지도 모르잖아?

멋진 걸로 다시 사줄 테니..

기분 풀고  골프공치며

확 날려 보내자고

 

"..."

이제 곧 카메라 못 만져서

생기는 금단 현상이 나타나겠지?

 

골프장에서

 

한마디 말도 안 하고 둘이

공만 쳐댔다.

눈물이 앞을 가려

공도 안 맞는다.

두 바구니를  쉬지도 않고 치고

말없이 둘이서

차에 올랐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자세를 보려고 동영상을 몇 개 

찍었을 텐데..

하나도 못 찍었다.

 

"괜찮지?"

 

"..."

"잊어버려"

 

사실 옆 지기가 한 말들이

정말로 옆지기가 한 말인지

내가 환청을 들은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아무런 생각도 안 나고 

아무런 말도 안 들린다

 

***

 

집에 도착했다

" 영준아,  건희야..

엄마 카메라가 교통사고를.."

또 눈물이 핑 돈다

"엄마.. 잘 됐다..

교회에서 사진 안 찍어서 

이제 엄마도  밥을  먹을 수 있겠네.."

밥 안 먹고 사진만 찍는다고

걱정하던 지난

 옆 지기의 말이 생각났나 보다

 

---

 

교회 갈 시간이다

 

씻고.. 머리 말고.. 옷 입고

차에 올랐다

눈을 감은 채 그동안 카메라와의

시간을 그리며 회상하다 보니

교회에 벌써 도착했다

여기저기 아이들이 오늘따라 

더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들이

더  사진이 찍고 싶어 진다

영준이 친구도  건희 친구도

오늘은 더 근사해 보여

자꾸 카메라 생각이 난다

 

예배시간이다

 

그레이스와 희은이가

첼로를 찬양단과 같이 연주했다.

벌써 금단 현상이

손이 어찌할 줄을 모른다.

아.. 저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정말 근사한 첼로 소리를

동영상으로 찍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기도.. 말씀.. 찬양대.. 헌금송.. 친교

 

오늘은 하나도 못 찍었다.

 

 

갑자기 더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제부터 카메라 없는 날을 어쩌지??

이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내일 생일이기도 하고

오늘 당장  생일이 이틀 차이인  안 집사님 가족과

Hibachi Restaurant에서 모이는데

사진은 어떻게 찍는담..

 

제자 훈련 후

축구장에 갔다..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부활절에 있을 성극을 

이야기하시면서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잘해주십사

하고 말씀하셨다..

 

 

"카메라가 없어요.."

" 주절주절"

 

설명을 다 듣고 나신 목사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광고하신다고 하신다

"혹여 좋은 디지털카메라를 사놓으시고

사용하실 줄 모르는 분 기부해주세요"

라고..

 

 

저녁..

공동 생일 파티.

 

딴에는 예쁘게 차려입고

꽃을 들고 식당으로 갔다

예전 같으면 들어가는 순간부터

삼각대 놓고 사진 찍느라

부산을 떨었을 텐데..

 

예쁘게 드레스도 입었는데

케이크 부는 것도  단체사진도.

하나도 못 찍고 건희의 전화기로

겨우 몇 장 찍었다

 

늘 카메라 들고 설쳐대던

내 모습이 오늘은 안 보여

좀 이상하다고 하시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해 주신다

 

한 분은 

"지금 당장에라도 좋은 것으로

하나 사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해주셨고..

이 분들은 늘 제 카메라를 하나님이

더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주실 것을

우스개 소리로 하셨던 분들이다

 

또 한분은

쓰시던  디지털카메라를 

요즘은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지금은 잘 안 쓰니..

그것으로 아쉬운 대로 쓰겠냐고

물어봐주셨다

 

그래도 많은 분이

카메라 없는 내 기분을

맞춰주시며 해주신

고마운 말씀들이

또 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아름다운 마음의 사람들..

훈훈한 사랑의 말들이다..

 

식당 밖으로 나와

같이 계신 분들께 

핸드폰으로 몇 장 찍어달라고

졸라서 또 서서 장 찍었다

부탁을 하니.. 몇 사람이

건희를 포함해 같이

나란히 서서.. 찍어주셨다

마치 기자회견 하는 장면 같다며

같이 팔짱을 낀 두 생일 주인공들을

웃게 해 주셨다

그런데 마음속은 

아직도 얼굴이  망가져 버린

내 카메라 생각뿐이다.

 

 

아.. 내 사랑하는 친구 카메라가 없으니

정말 모든 게 불안하다

이게 바로 카메라 금단 현상이구나..

내 가여운 카메라가

교통사고 당한 날.

 

내 생일 하루 전 날..

 

2012년 2월 5일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