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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이틀만 더

by 프시케 psyche 2020. 6. 29.

 

 

 

 

이틀만 더 당신의

그 빛을 내게 비추어 주시어

단감 익어가듯 

정감 가득한 단 맛으로

저를 익혀 주소서

겸손과 용서가 풍성하게

넘쳐나도록

제 마음속 깊은 곳에도

주렁주렁 

베풂의 열매가 열리게 하셔서

받기보다 주는 마음이

행복함을 맛보게 하소서

향기로운 도금량 나무의 향기처럼

활짝 핀 향기로

모든 사람에게 향기 나는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따뜻한 빛을 더 흩뿌려 주소서

 

홀로인 사람들이  

밤새 써내려가는 수취인 없는 편지 위에

주옥같은 언어로 수를 놓기에

아름다운  밤을 주시고

낙엽 떨어져 이리저리 뒹굴 때

가로수 길이 아니어도

호젓한 동네길 

산책하며 가을을

숨 쉴 수 있는

바람 같은 설렘을 주시옵소서

고운 빛으로 물든 

소녀의 수줍음처럼

발그레한 빛으로

제 마음속 한편 비어있는

하얀 백 지위에

물들게 하소서

이틀만 더...

 

2017년 9월 19일 아침 

 

***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서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Day in Autumn

 

-Rainer Maria Rilke-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too long.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now,

and through the meadow let the winds throng.

 

Ask the last fruits to ripen on the vine;

give them further two more summer days

to bring about perfection and to raise

the final sweetness in the heavy wine

 

Whoever has no house now will establish none,

whoever lives alone now will live on long alone,

will waken, read, and write long letters,

wander up and down the barren paths

the parks expose when the leaves are bl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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