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이제 손편지를 쓰던 시대가 지나
자판을 이용한 글 쓰기를 많이 하는 세대
우체국 하면
운치 있는 그림이 그려지거나
빨간 우체통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리운 이들의 연결 통로가 되는
사랑과 낭만의 장소로 연상되곤 한다
우체국은
그렇게 자주 갈 일이 없는 게
현실임에도 말이다
보내야 할 빌이 늦어서
날짜 소인을 찍으러 가던가
우편물이 집으로 왔지만
아무도 없어 수취를 못한 경우
우체국으로 가 받곤 하는 것 외에
그렇게 자주 우체국에 갈 일이 없지만
왠지 오늘은
직접 쓴 편지나 엽서를 들고
우체국에 가서 날짜 소인을 찍고
그리운 사람이
받았을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며
엷은 설렘으로 띄워보고 싶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우체국에 간 이 시인처럼
잃어버린 낭만을 찾으러
우체국에 가보고 싶은 아침
++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 할까?
2017년 9월 2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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