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왜 입을 다물었을까?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수 김광석씨의 기사를 떠올렸다
그의 노래도 좋아하지만
의문의 죽음으로 다시
논란거리가 된 즈음
왠지 슬픈 이 시가 생각났다
그의 삶이 이 시와는 무관할 진데
이제는 노래를 하지 못해
입을 다문 가수 김광석씨와
이보다 훨씬 전 이 시를 썼을테고
그 또한 29세의 나이로 요절한 ..
연관성이 없는 이 "가수는 입을 다무네" 라는 시가
오버랩 되는건
나만의 기분일까?
기형도 시인의 시는
이제는 스러져간 인기없는 무명가수의
어느 외로운 비오는 날의 모습을
썼던것 같은 기분이지만
왜..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그 가수와
오버랩 되었는지 나도 모른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걱정 시에서처럼
열무 삼십단을 이고 삶을 견뎠던
무수한 어머니를 가졌던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라면
이 시인의 시를
훨씬 더 사랑했으리라 믿는다
그들은 이세상에 없는데
시와.. 음악은
여전히 우리를 위로하고
차가운
가을비에 흠뻑젖은
이 입다문 가수의 마음..
고통에게서 조차 버림받은
외로운 삶을 초월한 저 가수의
고백을 누가 들어줄 수 있을 까?
어쩌면 지금 이순간
어느 길모퉁이 가로등 아래에도
온 외투가 젖도록
한 때 세상을 취소하고 싶었고
괴롭힘을 당할 장면도 다 지나간
어떤 슬픈 중년들이
지난 추억을 지불하고서라도
고백을 들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내 고백을 들어줄 사람을 찾기전에
삶의 힘겨운 열무단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슬픔에 지친이들의 고백을 들어주고 싶은 이 아침..
2017년 9월 26일 화요일 아침
* 사진: 비오는날 아침 산책길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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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입을 다무네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 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 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 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라
그는 걸음을 멈춘다, 어느 새 다 젖었다
언제부턴가 내 얼굴은 가닭없이 눈을 찌푸리고
내 마음을 고통에게서 조용히 버림받았으니
여보게, 삶은 떠돌이들을 한군데 쓸어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영화의 주제가처럼 가족도 없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입술을 마른 가랑앞, 모든 깨달음은 뒤늦은 것이니
따라가보면 축축한 등뒤로 이런 웅얼거림도 들린다
어떠한 날씨도 이 거리를 바꾸지 못하리
검은 외투를 입은 중년 사내 혼자
가랑비와 인파 속을 걷고 있네
너무 먼 거리여서 표정은 알 수 없으나
강조된 것은 사내도 가랑비도 아니었네
2017년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