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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길에 시어를 심은 랭보처럼

by 프시케 psyche 2020. 6. 29.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엄지 동자를

랭보도 읽었나 보다

시운들을

길에 뿌리며 걸었던 시인 

랭보의 마음처럼

생각나는 구절들 시어들을

엄지 동자처럼 길에 뿌렸나 보다

가끔 걷다가 생각나는 구절들을

수첩에 적지 않으면

정말 빨리도 잊어버리기가 일쑤인 나도

적어야지 하면서 못 적고 잃어버린

각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랭보처럼

길에 어휘 하나하나 심어나 볼걸

얼마 후 그 길을 지날 때

그 어휘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때

근사한 시가 태어나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읽은 랭보의 시 덕분에

낡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닳아빠진 구멍 난 바지를 입고

해진 부츠를

신고 걷다가

신발끈 고쳐 매며 걷는 핸섬한 랭보의

숲 속을 걷는 핸섬한 모습에

가슴 설레며

이번 가을엔

꼭 가을산 에라도 가서

노란 은행잎 떨어진

숲속을 산책하며

마음 주머니 속에 간직해 두었던

시어들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진 낙엽 구르는 길 위에 심어 보아야겠다..

길가에 앉아 망연히.. 먼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푸른 하늘 위에 만들어놓은

상상의 동물들도 만나봐야지.

이 늦은 나이에도 시인이 주는

시어들이 가슴 설레길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른 나이에 시의 뮤즈가 랭보에게 왔다면

하늘하늘한 시구들을 걸친 

시의 여신과 가을길을 걷는

환상에 젖는다

 

어느 길에 어쭙잖은 시어들을

하나 둘  심으며 엄지 동자를 만나볼까 , 나는..

 

랭보를 읽은

2017년 9월 22일 아침에..

 

 

* 사진: 아침 산책길 길모퉁이에 떨어진 낙엽

 

****

 

 

나의 방랑

 

-아르튀르 랭보-

 

나는 쏘다녔었다, 터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내 외투는 닳아빠져 관념이나 다름없었지

하늘 아래 걷는 나는 , 뮤즈여 ,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나는 눈부신 사랑을 꿈꾸었노라!

내 단벌 바지엔 커다란 구멍이 나고,

나, 꿈꾸는 엄지 동자, 걸음마다 각운을 떨어뜨렸네

내 선술집의 큰 곰자리.

하늘에선 별들이 다정히 살랑거리고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였네

멋진 9월의 저녁나절, 이슬방울들은

기운을 북돋우는 술처럼  내 이마에 맺혔네

환상의 그림자들 가운데 운을 맞추며

나는 한쪽 발을 가슴 가까이 대고

헤진 구두의 끈을 리라를 타듯 잡아당겼네..

 

 

Ma Bohem

 

-Rimbau-

 

 

I went off with my hands in my torn coat pockets;

My overcoat too was becoming ideal;

I traveled beneath the sky, Muse! and I was your vassel;

Oh! dear me! What marvellous loves I dreamed of!

My only pair of breeches had a big hole in them,

-Stagazing Tom Thumb,

I sowed rhymes along the way.

 

My tavern was at the sign of the Great Bear,

-My stars in the sky restled softly.

 

and I listened to them, sitting on the road sides

on those pleasant September eveinings

While I felt drops of dew on my forehead like vigorous wine;

and while, rhyming along the fantastical shadows,

I, plucked like the strings of a lyre the elastics of my tattered boots,

one foot close to my heart..

 

 

 

2017 년 9월 22일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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