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내게 절연당한 virginia creeper vine
작년 여름 벽을 장식한
괜한 생각.. 바쁨속의 게으름
-프시케-
키 작은 Boxwood Shrubs 위로
뾰족 자라나온
Virginia Creeper를 보았다
자신이 자라야 할 곳이 아닌 곳에
뿌리를 내린 탓에
그만 내게 절연을 당했다
아무 데서나 쉽게 자라는 이 녀석들은
아마도 솔잎과 함께 따라온 듯하다
밑동을 잘라야 더 자라지 않을 듯싶어
밑동을 찾아 자르며 생각을 했다
새순으로 나온
어린잎이 앙증맞아
카메라 들이대며 찍어대다가
어느 날
잘라놓은 관상 나무 위로
빼꼼히 솟아올라
언짢은 내 눈에 띄어
잘라내는 나의 이 이중성에 대한 생각
벽을 타고 온 벽을 덮었을 때
그 자체로 운치가 있다고 감탄을 하다가
결국은 겨울철 메말라버렸을 때
다 거두어 내기도 했던 이 넝쿨을
오늘 아침 하필
내 눈에 띄어
거절을 당하지 않았는가?
흠..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한 죄로..
미안타...
작년 여름 나의 눈을
즐겁게 하던 그 모습은 잊고
다른 나무의 해방 꾼이 된 너를
거절해야만 하는 나의 모순을..
너는 아는가?
벽을 타고 나를 즐겁게 하던
너의 그 모습과
나무에게 한 갓 잡초에 불과한
그 낯선 다름을
내가 나로서 나 자체로 빛날 때와
나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섞여
어떤 사소함으로 그곳에 있었을 때
이런 기분일까?
내게 잘려나간 이 넝쿨의 느낌이..
왠지 내게도
나도 모르는 어떤 생각이
잡초에 불과한 작은 사소함으로 내 본분 위에
자라고 있지는 않은지..
때로 어떤 나무는
이 넝쿨에 영양분을 빼앗겼는지
가지가 마르기도 하지 않던가
나의 본질적 내가 아닌
이렇게 쓸데없이 자라고 있는
엄한 잡초 넝쿨 같은 잡념이
가슴 가득 기어올라
마음이 답답해 옴을 느낀다
정작 해야 할 일들은 태산인데
몸만 바쁘다..
바쁘면 자신이 중요하다고
착각한다고 했던가?
뭘 위해 바쁜지를 모를 때
간혹 나는 그 바쁨 속의
허둥댐 속에서도
초조해하는 나
쉬고 있으면서도 개운치 않은
나를 보며
갑자기 지금은 생각나지도 않는
러셀의 책 한 구절이 생각나는 건?
그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꿈까지 지배한다는
그 두려움일까?
마음은 늘 너저분한 잡생각이
나의 해야 할 어떤 일 속 깊은 곳으로부터
내 생각의 벽을 타고 스멀스멀
아..
바쁜 것 같은 나날의
내 게으른 잡생각의 모순이여..
2018년 4월 19일 아침
'가족 > 지난날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눈 (0) | 2020.07.01 |
---|---|
찻잔의 춤 (0) | 2020.07.01 |
마음밭에 내린 노란 별꽃 (0) | 2020.07.01 |
그리움..보랏빛 란타나로 피고 (0) | 2020.07.01 |
복사꽃 II (0) | 2020.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