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chrome" 영화를 보고
"인간은 시간에 겁을 먹는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천성적인 보존 운동가가 사진작가다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시간은 유형적인 것으로 만드는
인간 본능, 예술의 정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영화 "Kodachrome" 을 보았다
유명한 사진작가인 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자주 보지 못하던 음반사에서 일하는 아들
그리고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 아버지를 돌보는 간호사 셋이서
이제는 영원히 문을 닫을 캔사스에 있는
코닥 필름 현상소 "Kodachrome" 으로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잔잔한 영화다
아버지는 아직 현상되지 않은 네 개의
필름 롤을 현상소가 문을 닫기 전에
가서 현상하기 위해
오랜 아버지에 대한 앙금이 남아
기필코 가지 않겠다고 우기다가
아버지의 재정관리 비서가
아들이 노리고 있는 가수 그룹을
음반 제작 유치를 생각하고 있는 아들에게
소개해 주는 조건으로 허락을 하고
마지못해 떠난다
가는 내내 소소한 의견 충돌은
끊이지 않는다
한마디도 고분고분하지 않고
직설적인 말투의 아버지가
늘 못마땅하다
가수 그룹을 만나기 전
칭찬보다는
부족한 것을 짚어내어
그 부족한 것을 음반사가 채워
음반을 내주겠다고 하면
존경심으로 계약할 것이라고 한
아버지의 조언을 마뜩잖게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 방법으로
계약을 따려는 순간
조절 능력이 떨어진
아버지의 소변 실수를
조롱하던 가수 구릅의
무례함에 화가 나
계약을 얻어내지 못한다
그의 마음에 아직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가슴속 깊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여행 도중
아들이 살던 지금은
작은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본가에 들르게 되었는데
어김없이 아버지는
작은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분을 심한 농담 때문에
망쳐 놓기도 한다
가운데서 간호사는 둘을
화해시키려고 중간 역할을 하며
아들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려는 즈음
결국 아버지의 완고한 고집이
견디기 힘들다며
간호사마저 떠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의사는 더 이상의 여행은 무리라고
하는 말을 뒤로한 채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병원을 몰래 탈출해
아버지와 Kodachrome을 향해
출발한다
가는 도중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의 젖병을
어머니가 잠든 후 물려주며
자신의 배 위에서 재웠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돌아가고 싶은 때가 그때라며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드디어 Kodachrome에 도착했을 때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이미 많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와 붐비고 있는 중
아버지를 알아보는 다른
사진작가들과 아버지의
대화를 들으며
아들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저 위의 대사가
이때 사진작가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다
슬프게도
아버지는 캔자스 호텔 방에서
현상된 사진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둔다
아들은 돌아와
아버지가 애써 현상하려고 했던
그 필름을 영사기에 넣고
돌려 보기 시작한다
(사실 처음부터 나는 그 현상한
사진을 유추했었다. 내 짐작이 맞았다)
아들의 4살 생일 때 어머니와 있는
사진을 아버지가 찍은 것들이었다
(이때 눈물 많이 나왔음)
이때.
서로의 감정이 예사롭지 않음을 안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간호사에게
자신이 그동안 포기하고 살아온 게
너무 많다며
간호사가 자기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줄 수 없느냐는 메시지를 남겼던
그 간호사가
들어와
필름을 같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간호사가 머리를 아들의 어깨에 기대며
그 사이로 돌아가는 필름을
줌~인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
가정의 달 5월을 염두에 두고
출시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 세상에 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런 관계에 있을 것이다
아니..
어머니와 아들, 달 일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자신 편에서 생각하면
아버지가.. 아들이.. 딸이.. 어머니가
자신에게 너무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상대편에서 보면
그래도 그렇지 않은 구석이
아직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늘 기억하고 있는 아들.. 딸임을
이 영화를 보며 느꼈다
혹여 불편한 관계
단절된 관계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관계가 있다면
이번 5월을 맞아
부모와 자식 간의
이 영화를 통한 화해의 시간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2018년 5월 3일 목요일
**
역시 필름으로 현상한 사진이 좋을 때가 많다
근처 대학에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한 여학생이
우리 건희가 어렸을 적 데리고 나가
찍은 사진들이
그때 그 시간을 멈추고 붙잡아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