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프시케-
그때는 세상이 다 아름다웠다
스물이었을 때
서른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춤을 추고 있을 때도
글을 쓰고 있을 때도
팔십이 되어도 그런 열정이 있을 줄 알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무르익어 있었다
서른이었을 때
모든 것을 가진 듯
세상 부러워질 게 없었다
마흔이 내겐 없을 줄 알았다
싱가포르에서 멋진 케이블카를 탈 때도
태국의 코끼리가 내 등을 마사지하고 있었을 때도
그때는 내 것인 것이 많았었다
마흔이었을 때
내 남편의 아내였었고
내 아이들의 엄마였었고
가족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시간이 좋았었다
그때는 무엇이든 변하고 있었다
쉰이었을 때
얼굴엔 주름이 늘어갔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었다
그때는 몹시 외로울 것 같다
예순이 올 때
아이들은 공부를 위해 떠날 것이고
얼굴 보는 일이 뜸해지면서
빈 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겠지?
그때는 어떤 심정일까?
일흔이 올 때
여든이 올 때
...
혹여라도 아흔이 올 때의 내가
과연 있을까?
창밖을 내다보며
별생각을 다 해 본다
오월 마지막 날
오늘도 언젠가의 그때가 되겠지?
2018년 5월 3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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