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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안개

by 프시케 psyche 2020. 7. 14.

 

 

 

 

 

 

 

 

 

 

 

 

 

 

 

 

안갯속에 숨다

-류 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갯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갯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갯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다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갯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뒤에 숨는 것

나무 뒤에서 숨는 것과 

안개 뒤에 숨는 것은

다르다

 

 

***

 

이른 아침

일 년 전 이맘때만 해도

안개 낀 나무 사이를 운전해 지나가던 때가 있었다

문득..

그 시절의 그 안개 낀

나무 사이가 그립다

아침이면

나무 사이로

피어오르던 평온한 생각들

늘 음악과 함께 운전하던 마음이

안개보다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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