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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편지들/방송으로 영준에게 보낸 편지

휠 줄 아는 나무-아들에게 방송으로 보낸 편지

by 프시케 psyche 2020. 7. 16.

 

 

https://youtu.be/rw0ejWKQZjA 

 





 



* 왼쪽 큰 나무가 부러지기 전
저희 집에서 나가면서 보이는 옆집 나무 모습이랍니다
너무 이쁘죠??
* 위에 보이는 나무의 꽃이.. Crapemyrtle이라고 하는데
한국 이름은 배롱 나무라고 한대요..
* 부러진 나무랍니다.... 나무 밑에 있던 의자가 외로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엊그제 이쪽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커다란 나무가 부러지기까지 했답니다..
전번 수요일에 읽어주신 글 잘 들었고요..
최 선생님의 여러 정보과.. 알래스카 여행기도 잘 들었답니다..
오늘도 옆집의 부러진 나무를 보
아들에게 다시 보낸 편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글과 듣고 싶은 신청곡은요..

Josh Groban의 Let Me Fall을 두 분과.. 애청자 여러분과 
듣고 싶어요..


사랑하는 영준에게



안녕? 잘생긴 아들??

오늘도 아름답고 이쁜 날이다 그렇지??
학교에서도 좋은 하루였을 거라 엄마는 믿어..

엊그제 보니까..
밖에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옆집. 커다란 배나무가 부러진 거 너도 보았지??
그래서 엄마는.. 언젠가 쓴 적이 있는 
이 편지를 너에게 다시 보내려고 해..
너는 한번 읽어서 아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인 이 부러진 나무를 보며
이 편지를 읽는다면..
좀 더 마음에 와 닿을 것 같아서야..
엄마가 생각하기에..
이나무는 아마..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나무였을 거야..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작은 벤치 위에 서있으면서 예쁜 그늘도 만들어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모습으로 서있어 준..
늠름한 나무이기도 했던 반면에..
엄마는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되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겸손하지 못함.. 즉..
휠 줄 모르는 고집이 있어서 부러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엄마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단다..
스스로 낮아질 수 있는 겸손함보다..
뻣뻣하게 휠 줄 모르는 자만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면서 말이야..
아마 휠 줄 아는 융통성이 있었다면.. 부러지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단다..

영준이도 듣고 잘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래..?..

있잖아..

어떤 나무가 천년이 된 나무가 있었대

별로 큰 나무는 아니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는 거야..

나무의 뿌리는 몇십 미터 밑으로 뻗어 있었대..

천년을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바람과 맞서
안 휘어지려고 버티다 보면.. 부러지거든..

그런데 이 나무는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 반대 방향으로 휘어지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싸우려 하지 않고 휘는 법을 터득하며
천년을 견딜 수 있었다는 거지..


* 영준아..


세상에는 두 가지의 종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한쪽은 구부러지고 휠 줄 아는 성격과
딱딱 부러지는 성격이 있단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엄마는 휘는 쪽의 성격의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영준이는. 내가 보기에 휘는 쪽인 것 같아.. 그렇지??
부러지는 성격의 사람들은
곧은 성격의 장점이 있지만..
너무 맞서려는 것 때문에.. 부러져서
상처 받기 쉬운 데다 가지가 성 할 날이 없을 것 같지 않니?

그래서 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웬만한 자잘한 어려움이나 난관들..
즉 어떤 문제에.. 본인이 옳다고 생각함에도 
그 불어오는 비바람(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
을 받아들이며 다른 쪽으로
휘어주는 여유로움이 있단다..

그것은 다른 생각을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만한
더 좋은 때를 위해. 비바람을 때로는 맞을 필요를 느끼는 것이거든.
그때 휜다고 해서 
그것이 졌다거나.. 용기가 없어서라거나.. 자신의 생각을 굽힌 게 아니고
가끔은 그런 비바람이 나를 단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거든
이런 것들은.. 잠시 휠지라도.. 부러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서 뿌리내릴 수 있는 배려의 사랑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생각하기에
영준이는 이렇게 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어..


사랑한다 영준아..
엄마로부터..

**

*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상황에 맞서지 않고
잘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은
잘 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고집이나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맞서는 꼿꼿함 보다
둥그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며
받아들일 줄 아는 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서로 부러지지 않고 더불어 휘었다 다시
설 줄 하는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넓은 마음 한아름 두 분과 애청자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날 되세요..


2008년 8월 9일 토요일


캐서린에서
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프시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