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새벽
-프시케-
아침이면
열어놓은 창안 가득
밀려오는
비릿한 가을 새벽 내음이
아직 덜 깬 나의 아침 눈을
깨운다.
가을 새벽
이싱그러운 아침 포옹에
집안 공기와
바깥공기가
서로 하이 파이브 하듯
비껴가며 남기는
알 수 없는 마주침에
고개 갸웃하며 눈웃음 준다
가을 새벽
안개 향 촉촉한 자상한 친근함에
미세한 먼지들 조차
한줄기 들어오는
가을 공기 타고 춤을 추며
가출을 하는 발놀림들이
가볍다.
가을 새벽
경쾌한 첫 바람의 감촉에.
운동복차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미끄러지듯
문을 여는 내 앞에
뒷짐 지고 웃고 있는 그대의 치열이
어렴풋하다.
가을 새벽
부드러운 새벽 달빛에..
자욱한 안갯속을
소리 내며
따라오는 변함없는
내 발자국들이 자박자박
경쾌하다.
가을 새벽
이른 잠 깬 청아한 새소리에
늘 마주치며
익숙한 풍경들은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매무새가
화사하다.
가을 새벽
새로 입은 노란색 나뭇잎들에
희미한 물체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그 또렷해지는 선명함이
신비롭다.
가을 새벽
서서히 여명의 커튼이 열릴 때
울긋불긋
달라진 색의 풍경을 간직하고자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명랑하다.
가을 새벽
조용함을 깨우는 그 정겨운 소음에
이렇게 아침마다
새벽 공기의 꼬드김에
살며시 발뒤꿈치 들고
빠져나오는
새벽과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마음 설렌다.
가을 새벽
콩 당거리며 안개 뒤에 숨은 마음에
날마다 다른 새벽을
만나며 보일 듯 말 듯
은근한 미소 지으며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몽유병 환자처럼
늘 같은 시간의 새벽과
데이트한다.
가을 새벽
잔잔히 퍼지는 새벽 그리움에
바람을 가르고 가슴 내밀어
맑고 싱그런
이슬 향기 한 모금
가슴 가득 채운다
가을 새벽
밤새 그리워 찾은 작은 옹달샘에
밝은 아침이 새벽을 데려가기 전에
서늘한 가을 새벽 한 줌
주머니에 살짝
넣었다가
새벽 공기 그리는
그 누군가의 벌린 손안에
꼭 쥐어 주고 싶다
이 가을 새벽.. 한 줌을...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에 썼던 글은
살짝 고쳐서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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