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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한 줌 가을 새벽

by 프시케 psyche 2020. 10. 22.

 

가을 새벽

 

 

-프시케-

 

아침이면

열어놓은 창안 가득

밀려오는

비릿한 가을 새벽 내음이

 아직 덜 깬 나의 아침 눈을

깨운다.

가을 새벽

이싱그러운 아침 포옹에

 

 

집안 공기와

바깥공기가

서로 하이 파이브 하듯

비껴가며 남기는

알 수 없는 마주침에 

고개 갸웃하며 눈웃음 준다

가을 새벽

안개 향  촉촉한 자상한 친근함에

 

미세한 먼지들 조차

한줄기 들어오는

가을 공기 타고 춤을 추며

 가출을 하는  발놀림들이

가볍다.

가을 새벽

경쾌한 첫 바람의 감촉에. 

 

 

운동복차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미끄러지듯

문을 여는 내 앞에

뒷짐 지고 웃고 있는 그대의 치열이 

어렴풋하다.

가을 새벽 

부드러운 새벽  달빛에..

 

자욱한 안갯속을

소리 내며

따라오는 변함없는

내 발자국들이  자박자박

경쾌하다.

가을 새벽

이른 잠 깬 청아한 새소리에

 

 

늘 마주치며

익숙한 풍경들은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매무새가

화사하다.

가을 새벽

새로 입은 노란색 나뭇잎들에

 

희미한 물체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그 또렷해지는 선명함이

신비롭다.

가을 새벽

서서히 여명의 커튼이 열릴 때

 

울긋불긋

달라진 색의 풍경을 간직하고자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명랑하다. 

가을 새벽

조용함을 깨우는 그 정겨운 소음에

 

 

이렇게 아침마다

새벽 공기의 꼬드김에

살며시 발뒤꿈치 들고

빠져나오는

새벽과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마음 설렌다.

가을 새벽 

콩 당거리며 안개 뒤에 숨은 마음에

 

날마다 다른 새벽을

만나며 보일 듯 말 듯

은근한 미소 지으며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몽유병  환자처럼

늘  같은 시간의 새벽과

데이트한다.

가을 새벽

잔잔히 퍼지는 새벽 그리움에 

 

바람을 가르고 가슴 내밀어

맑고 싱그런 

이슬 향기 한 모금

가슴 가득 채운다

가을 새벽

밤새 그리워 찾은 작은 옹달샘에

 

 밝은 아침이  새벽을 데려가기 전에

서늘한 가을 새벽 한 줌

주머니에 살짝

넣었다가 

새벽 공기  그리는

그 누군가의 벌린 손안에

꼭 쥐어 주고 싶다

 

 이 가을 새벽.. 한 줌을...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에 썼던 글은

살짝 고쳐서 다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