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배 대신 대추 한알
랭보가 베를렌에게 처음 편지와 함께 보낸 시
취한 배를 노트에 필사했다가
밤새 다시 컴퓨터로 필사를 열심히 했건만..
25 연의
100행의 시를
다 써놓았다가
컴퓨터 코드가 빠지는 바람에
다 날아갔다..
다른 것들은 자동으로 저장이 되더니
왜... 이 긴 시는
저장이 안 되었단 말인가?
ㅠㅠㅠ
아마도
다시 한번 더 음미하며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랭보의 깊은 뜻일까?
그래..
다시 또 써보는 거지 뭐
어차피 어려운 시라
여러 번 읽고 써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하는 시
취한 배..
차라리
장석주 시인의
짧은 시
대추 한 알을 써서
날렸다면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을..
대추 한알
장 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절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낱
'마음의소리 > 오늘은 이런일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밤입니다! (1) | 2020.11.15 |
---|---|
Blue Moon Day 에 달로 떠난 숀 코너리 (1) | 2020.11.06 |
10월의 마지막 밤 가면무도회를 회상하며 (0) | 2020.11.01 |
한 줌 가을 새벽 (0) | 2020.10.22 |
다올이의 카톡 메세지 (0) | 2020.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