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松園 朴恒先
나이가 더해가는 아쉬움에도
늘 그렇듯이 설레는 건
비록 작심 삼 일일 지언정
새해 소망들을 하늘에서 딴다
새로운 바람의 팽팽한 줄 위에
한 장 한 장 곱게 찍어
예쁜 다짐들을 걸어본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벌린 두 팔의 빈 공간에
새봄 움 틔울 희망을 안겨본다
더는 설레지 않는 마른 가슴에
화사하게 꽃 피울
연분홍 향기를 뿌려 본다
하나하나 걸어놓았던
다짐과 결심들이
달이 더 해 갈수록
희미해지고 무산되어도
한 해 첫날 그 부풀었던
생각으로도
일 년을 기대할 수 있음에
생각 주머니는 불룩하다
용서를 먼저 하기를 다짐하고
기도하며 살 수 있기를 다짐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다짐하고
받는 것보다 주기를 더 할 수 있는
한 해를 보내려 다짐하고
섭섭해하고 속상해하는 날 보다는
따뜻한 사랑으로 보듬어 이해할 줄 아는
한 해 되길 다짐하고
세상을 다 산듯한 체념이 오는
우울한 기분에도
연분홍 매화 향으로
정화할 줄 아는 지혜를
다짐하고
더는 놀랍지 않게 하는
시들한 어떤 말에도
박하 향 가득한 표정으로
맛깔스러운 감동의 추임새를
하며 경청하는
한 해 되길 다짐하고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길
은근히 기다리기보다는
외롭고 쓸쓸한 영혼의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손잡아 주는
한 해 되길 다짐하고
내 것만 챙기는 이기심보다는
두루두루 서로 나누며
온기로 사랑을 기꺼이 베푸는
아름다운 마음을 키 자라게 하는
한 해 되길 다짐해 본다
2021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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