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너의 향기를 간직하고파
-프시케-
아침 산책길엔
꽃이 피는 모습도
꽃이 지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어저께 활짝 피웠던 꽃들이
오늘은 우수수
제 나무 밑에 꽃잎들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그냥 가기 미안해
떨어진 꽃잎을
한잎 두잎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떨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장미꽃잎들은
진홍색 그 자체로
한두 방울 이슬을 머금은 채
누워 있다
소리 없이 한 장 한장
집어 올린다
부드러운 촉감이며
아직도 향기가
그윽하다
꽃잎을 주우려
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으면
어느덧 나무 밑동까지 떨어져
날아간 꽃잎이 내 눈길을 끈다
손을 쑥 집어넣어
아직도 싱싱한 꽃잎들을
줍느라 여념이 없다
손을 넣으며
살짝 건드린 장미 나무에서
우수수 하트 모양을 한
장미잎이 또 속절없이
내 손 등 위로 앉는다..
어머나!.
급히 빼내던 손등을'
굵은 가시가 할퀴었다
제 꽃잎을 주워가는
내가 못내 섭섭한 듯
나를 흘겨본다
가시에 찔린 손등 위에
내려앉은 꽃잎만큼이나
빨간 부끄러움이
살며시 내 눈을 스쳐 가고
장미 나무들은
자기가 떨어낸 꽃잎마저
떠나보내지 못하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구나.
우리는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로
주위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곧 내가 떠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물들도
심지어 이제 제 몸에 붙어 있지도 않은
시들어 말라가는 꽃잎마저
옆에 두고 싶어 하는데..
간혹
사랑하는 사람마저
슬픈 제 몸의 가시 세워
상처 내고
그를 멀리 쫓아 버리기도 한다
장미에서
오늘 난
이미 내 것이었던 것을
보듬고
끌어안아주는
사랑을 배운다..
그 자리에 주웠던
꽃잎을 내려놓고 오고 싶었지만
그냥 한 줌 호주머니에
가득 채워
늘 하던 대로 하얀 접시 위에
살짝 내려놓아 본다
진홍빛이 아직도 예쁜 장미꽃잎들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
물에 말끔히 씻어
한 움큼
예쁜 크리스털
그릇에 담고
팔팔 끓인 물을 갖다 부었다
금세 예쁘고 빨간
꽃잎들은 파랗게 질리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괜스레 눈물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진다
창백한 꽃잎 위로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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