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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장미, 너의 향기를 간직하고파

by 프시케 psyche 2023. 5. 26.

 

 

 

 

https://youtu.be/9FASKrPM6Bg

 

 

 

 

장미.. 너의 향기를  간직하고파 

 

-프시케-  

 

 

 

아침 산책길엔

꽃이 피는 모습도

꽃이 지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어저께 활짝 피웠던 꽃들이

오늘은 우수수 

제 나무 밑에 꽃잎들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그냥 가기 미안해

떨어진 꽃잎을 

한잎 두잎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떨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장미꽃잎들은

진홍색 그 자체로

한두 방울 이슬을 머금은 채

누워 있다

소리 없이 한 장 한장

집어 올린다

부드러운 촉감이며

아직도 향기가 

그윽하다

꽃잎을 주우려

나무 앞에 쪼그리고 앉으면

어느덧 나무 밑동까지 떨어져

날아간 꽃잎이 내 눈길을 끈다

손을 쑥 집어넣어

아직도 싱싱한 꽃잎들을

줍느라 여념이 없다

손을 넣으며

살짝 건드린 장미 나무에서

우수수 하트 모양을 한 

장미잎이 또 속절없이

내 손 등 위로 앉는다..

어머나!.

급히 빼내던 손등을'

굵은 가시가 할퀴었다

제 꽃잎을 주워가는

내가 못내 섭섭한 듯

나를 흘겨본다

가시에 찔린 손등 위에 

내려앉은 꽃잎만큼이나

빨간 부끄러움이

살며시 내 눈을 스쳐 가고

장미 나무들은

자기가 떨어낸 꽃잎마저

떠나보내지 못하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구나.

 

우리는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로

주위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곧 내가 떠나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물들도

심지어 이제 제 몸에 붙어 있지도 않은

시들어 말라가는 꽃잎마저

옆에 두고 싶어 하는데..

간혹 

사랑하는 사람마저

슬픈 제 몸의 가시 세워

상처 내고

그를 멀리 쫓아 버리기도 한다

장미에서

오늘 난

이미 내 것이었던 것을

보듬고

끌어안아주는

사랑을 배운다..

 

그 자리에 주웠던

꽃잎을 내려놓고 오고 싶었지만

그냥 한 줌 호주머니에

가득 채워

늘 하던 대로 하얀 접시 위에

살짝 내려놓아 본다

진홍빛이 아직도 예쁜 장미꽃잎들

오래도록 나와 함께 있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 

 

물에 말끔히 씻어

한 움큼 

예쁜 크리스털 

그릇에 담고

팔팔 끓인 물을 갖다 부었다

금세 예쁘고 빨간

꽃잎들은 파랗게 질리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괜스레 눈물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진다

창백한 꽃잎 위로

 

 

 

2023년 5월 26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