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이 와 한나절을 보내며..
-프시케-
아침이면 슬금슬금
발치에서 위로 올라와
뽀뽀를 하기 시작한다
깰 시간이 되었다고
알리는 것이다
아빠가 뒤 포치로 나가면
엄마를 깨워
이불 들고 같이 나가자고 성화다
다올이 와 같이 자는 바람에
늘 아침이면 다올이 가 덮던 이불을
햇볕에 털고 소독하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
다올이 가 오기 전
키우던 우리 집 1호 강쥐
민희는
침대 근처는 얼씬도 못했었다
언제나 정해진 곳에서 자고
갈 수 있는 구역도 정해 주었었다
이 녀석이 민희다
민희가 11살 되던 해에
하늘나라고 가고 나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았다
헤어지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 후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4주밖에 안된 다올이 가
우리에게 왔다
너무 안되어 보이고 힘들어 보였던
다올이 의 모습에
그만 다시는 안 키우겠다는 다짐마저
잊게 만들었다
처음 왔을 때
적응이 안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한번 되돌아갔다가
온 다올이..
건희가 기숙사로 떠나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며
영준이는 시간을 많이 보내줄 수 있는 곳에
입양을 보내자고 권했지만
영준이도 건희도 없는 집에
다올이 마저 없다면
정말 힘들 것 같아
다올 이를 아직도 데리고 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달려와서 반가워하는 대신
이 녀석은 뒤로 발랑 누워서
만져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내 좋아하는 신발들을 물어뜯는가 하면
사다 주는 장난감마저
하루면 속에 있는 솜을 다 끄집어내
결국을 껍데기만 가지고 노는 녀석..
가끔 문을 열어놓는 틈을 타
탈출도 시도한다
외출하기 전에 들어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게도 하는 녀석
그러나 " 앉아' " 엎드려"
"손 줘"를 잘 알아들으며
까까를 얻어먹는 영리한 녀석이다
밤이면 서너 번을
쉬야하러 가자고 깨우더니
요즘은 자기 전 데리고 나갔다 오면
아침까지 잘 참아 준다
한 번도 집안에 실수를 안 한 녀석이
기특하기도 하다
저녁에도 늘 내가 들어가기 전엔
침대로 가는 적이 없다
컴퓨터를 하고 있다 늦어지면
졸리다고 짖어 기어이
나를 침대로 끌고 간다
가기 전
늘 껍데기만 남은
자기 장난감을 물고
올라와 옆에 끼고 자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어제는 오랜만에
누워서 같이
놀아주었다
편안한지 잠이 올락 말락 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람보다 어떨 땐 더 말을 잘 알아듣는듯한 녀석
현관문을 열어주면
밖을 내다보며 생각하는 모습이
어느 시인 못지않은 사색견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늘도 녀석의 사색하는 모습이
귀여워 또 찍고 또 찍어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할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아침
*** 4년 전에 이런 글을 썼었구나
다시 읽어보는 아침이다
같은 날짜이지만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요즘의 다올이는 인싸다
https://www.youtube.com/shorts/qvKsPBGUoSk?feature=share
아침마다 시 한 구절과 함께 아침명상을 한다
얼마나 시적인 다올이인가?
ㅎㅎㅎ
매일아침 시 한 구절을 읽는 엄마를 따라
다올이도 덕분에 꼬까옷 입고
복숭아나무 밑에 앉아 시를 읊고
명상을 한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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