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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한 복 그리고 추석

by 프시케 psyche 2023. 9. 28.

 

14년 전 건희..

 

지금은 이렇게 훌쩍 커서 엄마 보다 더 큰 건희

 

**

 

 

보름달..

 

 

교회에서 만든 송편

 

2년 전 만든 송편

 

 

***

https://youtu.be/KiDSi3afdPg

 

 

 

드디어 추석이 내일이다

매년 한복을 입고 수선을 떨었던 날들이

생각나는 오늘

또 지난번 써 놓았던 글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본다

 

 

 

 

추석과 한복

 

-프시케-

 

 

달빛이 환한 저녁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해 보니

수많은 추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명절이면

해마다 가족이 한복을 입고 교회를 가곤 했다

영준이가 대학 가기 전 까지는

다 같이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이제 건희까지 떠나고 나니

같이 입을 기회가 많이

줄어 들어서 서운한 기분이 든다

통상적으로 지난주가 추석 주일로

교회에서 행사를 했어야 했지만

이번해 엔 이번 주로 행사가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주 일을 하느라 주일을 지키지 못하고

입고 싶었던 한복도 못 입어

서운해하던 중

이번 주에 추석행사를 한다 하니

벌써 어떤 한복을 입을까 하며

마음속에 온갖 색깔로 입었다 벗었다

부산을 떨었다

어머님은

한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오실 때마다 저고리며 치마를

맞춰다 주시곤 하셨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한복을 잘 안 입는다고 하고

여기 미국에서는 더더욱

입을 일이  많지 않지만

교회 행사 때 추석과 설 명절에는

꼭꼭 한복을 챙겨 입는 극성에

건희.. 영준이.. 옆지기까지

별로 탐탁해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조금씩 핑계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영준이가 대학을 가고 

지난해까지는

건희와 나만 한복을 입곤 했다

건희 머리를 내 머리와 마찬가지로 

일일이 쪽진 머리를 하거나

뒤로 땋아 댕기 머리를 해주곤 했다

장신구까지 만들어 달아 주던 때가 엊그제 같다

한복이 속곳부터 챙겨 입을라치면

번거롭기는 하나

속바지.. 속치마.. 버선.. 속저고리

그리고 겉저고리 치마

게다가 눈물 고름과 노리개..

고무신

머리장식으로 쪽머리를 만들기도 하고

비녀.. 머리꽂이..

건희에겐 조바위까지 씌워주곤 했던 것 같다

ㅎㅎㅎ

다 갖추어 입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이왕 한복을 예쁘게 입으려면

이런 기본 속옷들을 갖춰 입어야

한복이 맵시가 나지만

그것들을 챙기는 게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움직이기도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한복 스타일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 터라

저고리 길이가 짧아졌다 길어졌다 해도

늘 같은 길이의  전통적인 한복의 저고리 길이가 거기서 거기다

특별한 디자인이나 장식이 없는

단순한 모양의 한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내가 입는 한복들은

무늬도 디자인도 없어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색깔 맞춰 해마다 다른 색으로 입으며 

만족해 하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는

한해 한해 달라져 가는 게 서글프다

올해도 건희가 없어

이번 주 주일엔

나 혼자만 한복을 입게 되겠지만

여전히 건너뛰지 않고 입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옆지기도 어느 해 까지는 입더니

불편하다고 안 입으려 한다

낼 모래 한복 입을 생각에

벌써부터 추석 보름달처럼

마음이 들떠 있다..

때때옷 입는 어린아이처럼..

 

 

 

 

폴 베를렌의 달빛이라는 시가 

스쳐 지나간다

 

 

곱게 빗었던 쪽머리 풀어 내린

어느 여인의 

속적삼 위로 

달빛 고요히 젖어드는

추석전야에 

왠 폴 베를렌의 시?

 

***

 

 

불방 친구 여러분 모두

Happy Chusuk  되세요!!

 

 

 

 

 

 

달빛

 

 

-폴 베를렌-

 

그대의 영혼은 빼어난 풍경화

화폭 위를 멋지게 분장한

광대와 춤꾼들이

류트를 연주하며 

춤추고 지나가지만

그들의 환상적인 가면 뒤로

슬픔 비취네

 

모두들 단조 가락에 

맞추어 노래하네

쟁취한 사랑과 느닷없는 행복을

자신들의 행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들의 노래를 달빛과 섞네

 

슬프지만 아름다운 달빛은 조용히

새들을 나무 위에서 꿈꾸게 하고

대리석상 한가운데 

늘씬한 분수는

높다랗게 물 뿜으며

황홀하게 흐느끼네

 

 

2019년 9월 13일 금요일 아침 에 썼던 글ㅇㄹ

 

2023년 9월 28일 목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