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복숭아나무를 자르며-자작글

by 프시케 psyche 2023. 9. 15.

 

 

3년 전에는 이 즈음에 복숭아나무를 잘랐네요

해마다 성탄절이 오기전에

복숭아나무 가지를 자릅니다

올해는 아직 자르지 않았지만

지난 3년 전의 글을 한번 다시 포스팅해봅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착각은 버리기로 했다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잘라내며..

 

-프시케-

 

 

현관문 앞 우리 집 복숭아나무는

첫해에  열매를 맺고

그 후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열매를 맺지 못해도

 무성한 잎으로 여름을 시원하게 장식해 주고

간혹 문을 열어놓아도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가리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고운 나뭇잎으로

 가을틱한 시를 떠올리게도 하고

왠지 끄적이고 싶게도 한다

 가지치기를 끝낸 앙상한 나무 몸체는 

훌륭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

 식구들에게  연말연시 달뜬 마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떤 땐 가지치기를 놓쳐

미루고 있다가 크리스마스가 닥쳐

급하게 자르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이른 듯하나..

너무 위로 쭉쭉 뻗는 가지를 보며

조금 일찍 잘라주기로 했다

사실 이유는 있었다

요즘 신경 쓸 일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나의 오만한 (?) 혹은 착각이 부끄러워

그것을 잘라버리기로 했던 것 같다.

 비교적 사람들과 마찰을 빚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해 왔다

웬만한 일들은 참아 넘기거나

괜한 일로 나를 소모하는 일보다

더 많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바로 잊어버리거나

구태여 그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를 선택한다

이기적이지만 나만의  정해 놓은 규칙으로

인간관계의 법칙을

나름  무난하게 지키려 했던 것이다

그 외 가볍게 넘기기 힘겨운 것들은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생산성 있는 일에 집중하여 그 일에서 멀어지는 방식으로

나를 토닥이곤 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한 적이 없었던 것 또한

그 이유이기도 한데.

가끔은 

참고 넘기거나 속으로 삭인 나 자신이

기특하다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 즉   내공 운운하며 

스스로 자위하던 내가 왠지 이번 일에선

오래도록 아프다.

이런 나의 신경을 건드렸던 최근의 일은

어쩌면 나를 반성하며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나를 쓸데없이 소모하는 쪽으로

훨씬 기울어 오래도록 나를 아프게 하여

내가 나를 다시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언젠가는 아래의 이야기를

아들 영준이에게 편지로 써

다른 사람의 기분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라며

보낸 적도 있었던

그 시간의 나 자신이 새삼 부끄러워진다.

 

 신문사 편집장인 시드니 해리스와

친구가 뉴욕의 한 가판대에서

신문을 샀다고 한다

그때 가판대의 주인은

잔돈을 주며

이 편집장에게

좋지 않은 말로 투덜거리는 

안 좋은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편집장은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라면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지만

그 가판대 주인은 또

"내가 좋은 하루가 되든 아니든 무슨 상관 이슈? 하면서

화를 낸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고 있는 그를 보고 

 

친구가 의아해 그 사람의 무례함에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내 행동이 좌우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지"

라고 말한  일화를 마음에 새기며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나의 마음이나 행동이

움직이지 않기를 연습하며

살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조차

왠지 퇴색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요즘 내가 해야 할

마음 가꾸기를 게을리한

나의 노력  부족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은근히

영준이와 건희에게 했던

그 수많은 교훈 아닌 교훈들을

편지로 썼던 날들을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요즘 마음이 많이 삭막해진 걸까?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이 쓰인 이 현실이

 어쩌면  게을러진 나의

경건의 시간 혹은 마음 가꾸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반성도 해 보았다.

오늘부터 다시 

더 열심을 내어 나를 돌아보며

나를 가꾸는 시간  정성스럽게 가져야겠다

 

착각이나 환상을 깨면

마음이 또한 허하고 아리다.

우연찮게 이즈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버리기로 했다 "라는

오디오북을 듣고 나서

그 책에 나오는 글들이

나의 아픈  미성숙한   자아와 인격을

어루만져 주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

책 전체를 읽어주는 것보다도

몇 챕터씩 뽑아서 읽어주시는

몇 분의 책 읽어주는 분들의 채널을

구독하며 듣는다

 

 

 타이완의 심리 상담사이며 수많은 사람들을

심리 치료했다는 양지 아링이라는 작가의 글...

허유영 님이  번역한 책이다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과 우리를  소모시키는 것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사람으로 인한 소모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동양권의 작가라 그런지

우리 동양 사람들의  잘라내지 못하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동양권의 인간관계.. 선후배.. 상사.. 동료.. 형제,, 가족.. 지켜야 할 관계..

너무나 많은 제약 요건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관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과감하게 

매일 생활 쓰레기가 나와 버리는 것처럼

그런 불필요하게 우리를  소모시키는 관계는

생활쓰레기를 버리듯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한다

 동양권의 관계에서

 흐르는 강물에 낙엽 띄우듯

쓸데없는 관계를 흘려보내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나를 주체로 살기보다는 

타인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인에게 끌려가는

버릇처럼 쌓여있는 관계가 동양권에는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정리하지 못하는 관계에는

생각보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이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관계를 끊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가족, 선 후배, 직장 상사 

그런 사람의 삶에는 

생활습관, 태도들에서

"나만 참으면 되지 "하며

 아프면서도 그 관계가 깨져서 받는 

타인의 시선 혹은 내게 올 불이익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타인들에게 맞추려고 하다가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관계를 자르지 못한 다고 한다

습관처럼 중독된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한다

 

 

왠지 생각지 않게

내게 일어난 일과

이 책을 듣게 된 시기가 같은

우연성에 신기해하며 들었다.

본문 중에선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서로에게 고통을 안겨 줄 것이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 주라는 것

아무런 대가 없이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관계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독립은 때로 가만히 있어 얻는 것이 아닌

싸워서 얻어내고 지켜야 하는 것.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남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이며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또한 상대가 선택한

그 선택마저도 존중해야만

그 관계에 새로운

소통 방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리라는 것은

관계의 재정립을 넘어선 자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관계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고

바깥세상에 대한 의존이나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습관을

줄여야 한다는 것

자아와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것

남의 감정을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즉 상대가 기분 나빠하는 게 

 자신의 잘못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할 까 봐 두려워

상사나 동료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데

이럴 때 그 상대가 내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나 시간,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고

마지노선을 정해 선을 넘으면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말들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한다.

반드시 인간관계를 나의 이익이나.. 시간.. 비용 등으로

저울을 재듯 한다는 것엔 공감이 가지 않는다.

 

가족관계에서도 버려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 희생하는 것도 소속감을 얻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도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가족이기 때문에

희생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희생은

어쩌면 우리의 미덕일 수 있지만

너무 아픈 것들을 억지로 참아가며

희생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떠나는 것이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며

상대를 더욱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관계를 깨뜨린 죄인으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아픔의 정도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때로 사람은 떠남이 최선이 아닐 때도 있다는 생각이 내 생각이다.

 

이별이나 단절의 목적이 다툼이 아닌

내려놓는 데 있기에

언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거나 비난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부드러운 태도로 단호하게

상대에게 선택을 알려야 한다는 것.

관계를 자른 후 

상대가 생각나 화가 날 때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그 기억이 그의 속도대로 내 기억에서

빠져나가게 두는 것.

이런 관계 단절은 

아마도 연인이나 친구 관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어떤 관계에서든

더는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걸음을 멈추고 서로에게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며

현재의 모습을 받아들인 채

잘 잘라내는 게 성숙한 모습이라고 한다.

흠~~~

나를 아프게 한 나의 착각을

나는 자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불쑥 나로 하여금 

나를 그전까지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느낀

이 현실을 잘라내어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자르듯..

나는 괜한 현관문 앞 복숭아나무의

가지들을 무참히 싹둑싹둑 잘라냈던 것이다.

그것도 

다올이 쉬야시키러 나왔다가

무심코..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을 자르고 싶은 마음 전에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한 아픈 착각을

잘라내었던 것일까?

 

 

 

 다시 나를 다듬고 가꾸어야겠다

아프게 잘라낸 나의 야무진 착각을 버리고

좀 더 차분하고 은근한 내면의 조용함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기르고 가꾸는 

나다운 내가 되어야겠다

 

 

2020년 9월 14일 월요일 아침의 글을

2023년 9월 14일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