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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존재의 어둠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검은사슴"을 읽고

by 프시케 psyche 2024. 10. 27.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소식의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다.

한강 작가의 책들은

100만 부 이상이 인쇄되어

세계 도처에서 판매되고 있다..

책을 몇 권 오더 했지만

안제 올지 모른다

요 며칠 한강 작가의 책들을

오디오북에 있는 것들은 몇 편들었다

대부분의 소설이

어둡고 슬프고 우울하다.

그러나 그 스토리 안에서 찾는 희망과 치유도 있어서 좋다

 스토리 내용이 거대하거나 특별하지는 않아도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깊게 파헤치는 힘이 한강 작가한테는 있다

오디오 북을 듣기가 무섭게 끝까지

스트레이트로 듣게 되는 마력도 있다

 

검은 사슴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10년째 바다 사진만 찍는 인영은 잡지사사진작가다

성격이 차갑고 직설 적이며

누구와도 친하지 않은 별난 기자다

우연히

같은 건물 제약회사에서 사환으로 일하던

의선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횡단보도에서 옷을 하나씩 벗으며

알몸으로  달리는 것을 보게 된다

얼마 후 의선이 찾아오자 

영 거둘 것 같지 않은 성격의 인영이

그녀를 거두는 아이러니를 연출할 만큼

속마음은 여리다.

인영의 후배 명윤은 우연히 인영의 집에 놀러 가 의선을 보고 

작고 왜소한 깡마른 의선을 보고 왠지 모를 매력에 빠진다

 

어두운 방에서도 늘 창문을 향해 앉아있었던 의선

어두운 방에 놓인 화분 속의 실물이 아무리 가냘픈 빛이라도 있으면

그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처럼

의선은 늘 알몸으로 빛을 향해 앉아있거나

옥상 같은데 올라가서 햇빛을 쪼이고 있곤 한다.

(채식주의자의 영혜같은 느낌이 납니다)

 

자주 가출을 하던 의선이

인영이 찍어놓은 사진을  태워 혼나고는

 목욕을 간다고 하고 가출을 한다.

가출했다 돌아오곤 했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한편 누이동생의 가출로

늘 누이동생을 찾아 헤매며 데려다 놓기를 몇 번이고

거듭했지만 다시 집을 나간 명아를 두고 있는 

명윤이 길거리에서 연을 파는 할아버지의

연과 방패를 훔쳐 달아나는 의선을  보게 되고

그녀를 따라가 그녀의 집에서

정을 통한 후  동거를 하며 의선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의선은 그도 떠나 버린다

 

의선을 사랑하게 된  명윤은 인영이 황곡이라는 탄광촌에 

취재를 간다는 것을 알고

의선이 황곡에서 왔던 것을 알았던 명륜은

인영과 함께 같이 취재를 한다며 황곡으로 간다.

그들이 취재하려 하는 사람은

장종옥이라는 사람인데

탄광 갱도 안 막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 사진집을 낸 적이 있는 

그 괴짜 사진작가를 취재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러 간 장종옥은

왠지 폐인이 된 듯 사진을 찍지 않는다.

막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작업실에 불이 나는 바람에 다 타버려

절망에 빠져 의욕 없이 막 산다.

밤무대 가수였던 아내마저

  가출을 하자 일에 대한 의욕을 더  잃은 장은

안이라는 후배의 사진관에서

광부의 증명사진이나 그 동네 학생들의

학생증 증명사진을 찍어주며 의욕 없이 살아간다..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이리저리 술 취한 채 넘어지고 떨어지고

다치기가 일쑤인 장

약속을 펑크 내는 일은 예삿일인 그를

인내하며 급기야는 인터뷰를 따내면서 사진을 찍어주기를 부탁한다.

또한 왜 그가 이 탄광에 와 사진을 찍는 것인지 사연을 듣게 된다

임영석이라는 광부가 동료 광부가 죽자

그의 미쳐버린  아내와 뱃속에 있던 아이를 거두어사는

이타적인 삶을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와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취재가 끝난 후

인영과 명윤은 짬을 내 본격적으로 의선을 찾으러 가지만

그의 정보가 너무 없어서 찾기가 힘들다.

함인 탄광 사무실로 찾아가 

의선의 아버지 임영석의 흔적으로 알아낸

월산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못 찾는다.

그런데

그들이 살았다는 연골이라는 화전민 마을 이야기를

어느 할머니의 말을 듣고

눈보라 치는 날씨에 몸이 좋지 않은 명륜과

그곳에 도착해  찾아낸 허름한 빈집에서

의선의 흔적을 찾았지만 의선은 끝내 못 찾는다.

 

한편 장은 후배 안의 차를 몰래 쓰면서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아

후배에게 잘리자 그곳을 떠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아내의 후배에게  아내의

췌장암으로 인한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안을 위협해 돈과 크레디트카드 

훔쳐  아내의 장례를 치르러 가던 중

황곡에서 서울로 가던 기차붕괴소식을 들으며

마침 회사로 돌아가던 인영과 명윤의 이름을

사고 생존자 명단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 

장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있던 인영을 병문안 온 장종옥

그리고 명윤이 가지고 있던 의선의 사진을 보고 사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라고 말한다

 

퇴원하여 시간이 흐른 후  인영은 그녀가 찍은 사진 귀퉁이에서

의선의 모습을 보며  오래전 제주도 여행 중 

다른 사람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한 역시 의타적어었던 

언니의 아픈 실종을 기억해 낸다.

(참고로 그런 언니의 이타적인 성격 때문에 

인영은 이타적이지 않은 철저히 이기적인..

그녀만을 사랑하며 사는 성격이 되었다)

 

그러니까 결국

장종옥이 감명을 받았던 그 이타적인 광부 임영석이

의선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검은 사슴 

 광부들이 일하는 깊은 갱도의 암반 사이를 오가며 사는

광부들에게 전설로 내려오는 검은 사슴은

암반과 암반 사이를 오가며 돌을 씹어먹으며 어둠 속에서 사는 짐승이다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던 검은 사슴은

광부를 만나면 빛을 보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광부들은 검은 사슴에게 빛을 보게 해 주는 대신

뿔과 이빨을 요구하고

뿔을 잘리고 이빨을 뽑힌 검은 사슴은

검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지만 결국 광부들은

그 광경을 보고 두려워 자신들만 갱도를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마치 세상의 나쁜 악인들이 선하고 약한 사람들을 갈취하는 것과 닮았다.

간혹 갱도를 지나 빛을 찾아 나오는 검은 사슴도 있지만

빛을 보자마자 분홍색으로 녹아  소멸되는  동물이다.

왜 작가는 이 검은 사슴을 제목으로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한강 작가가 말하는

"존재의 어둠 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둠과 빛..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절실한 삶을 이야기한다

 

이곳에 나오는 연골이라는 화전민 마을은

겨울에 날린 연들 이 가서 떨어지는 깊은 산속마을

그 마을의 봄은, 지난겨울 날아온 낡고 해진 연들을 모아

불태우는 것으로 시작되는 마을이다

검은 사슴과 연골은 어쩌면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아픔, 상처, 낡은 과거와 연결이 된다

설화지만  검은 사슴과 연은 은밀한 이 소설의 주제이며 은유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얻은

짙은 우울과 외로움 상실감을 느끼는

젊은 나이임에도 어릴 때 겪은 깊은 상실과 상처로

피로하고 지쳐있지만

미미하나마 검은 사슴처럼 빛을 향해 품는

작은 희망들을 만날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그 정체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사회에 적응하려 하지만

그 개인들의 노력과 꿈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정신적인 불안과 실망감이 뒤엉킨 삶을 껴안고 살게 된다

결국은 의선같이 서서히 미쳐가는 삶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영과 명윤처럼  상처와 아픔을 가슴에 묻어둔 채

그 삶이라도 견뎌내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날카로워지고,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차가워질 수밖에 없어진다.

아마도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검은 사슴 같은 자화상말이다.

 

탄광의 지하 갱도의 온도는 사시사철 38도의 온도아 90%의 습도에

평생 들이마시게 되면 치명적인 석탄 분진들이 있는 곳이며

머리 위 15센티미터 위에 항상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위험한 사고도 많은 이곳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극한 상황이기에 인간의 숙명과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기억과 외로움 때문에 미쳐가는 의선의

옷을 하나씩 벗고 알몸으로 달리는 것은

어두운 자기 존재의 껍질을 벋고 빛을 향해 달려가면서

빛을 온몸으로 끓어 안는다는 의미와

자신의 어두운 숙명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그 장면을 설정했다고 한다.

인영이 10년 동안 찍어온 바다 사진과

장종옥이라는 사진작가가 찍어온 탄광 막장 사진은

기록으로 오래 간직하려 찍었지만

두 사람의 작업된 필름과 사진은

인영의 사진은 의선이 불태워 없어지고

장종옥의 필름과 사진들은 작업실의 화재로 전소되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공들여 쌓아 온 어떤 업적도, 어떤 사람이나 물건도

한순간 어떤 일에서건 소멸될 수 있다는 의미와

검은 사슴이 드디어 빛을 만났을 때 핑크빛으로 소멸되는 것과

어쩌면 같은 의미일까?

 

우리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아픔이나 상처 하나쯤 갖고 살고 있다

그저 그런 것은 없는 것처럼 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의선을 찾아가는 인영과 명윤의 여정에는

자신들의 상처를 기억해 내며 치유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 여정에서 돌아와 자신들의 삶에 다시 충실하지만

그 여정의 전과 다른 삶을 살 것이다.

잊고 싶은 기억.. 기억해 내기 싫은 상처를  

그 여정에서 마주치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픔들과

화해하며 치유하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상처와 아픔을 꽁꽁 숨겨 놓은 채 어둡게 사는 삶보다는

비록 기억해 내고 생각할 때마다 아프고 쓰라릴지라도

검은 사슴들이 찾아가고자 하는 존재의 심연, 즉 빛을 향한 희망과

겨울에 날린 연들 이  중간에 좌절되어 가는 것은 마치

주인공들의 꿈들은 하나같이 끈 떨어진 연처럼 어딘가로 날아가

태워지는 신세가 되지만

그 연을 모아 태우는 연골사람들의 의식처럼

다시 희망을 찾거나 다른 사람들의 꿈의 부스러기들과 연계되어 살아가기도 한다.

마치 검은 사슴이 뿔과 이빨을 주고라고 빛을 향해 가기를 갈구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 이를지라도

그 여정을 지나면서 마주한 그 기억, 아픔, 상처들을 다시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희망으로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쪼록 그 주인공들이 어디선가 빛과 함께 잘 살길 바란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말과 침묵, 어둠과 빛, 꿈과 생시, 죽음과 삶, 기억과 현실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사이에만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안팎으로 둘러싸며 가득 차 있다.

내 말들이 그 공간을 진실하게 통과해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캄캄한 흙 속을 비집고 내려간 흰 뿌리처럼,

어둠과 빛의 한 몸뚱이를 잎사귀까지 길어 올 일 수 있기를 빌었다.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