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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기척 없이 내려앉는 그리움

by 프시케 psyche 2025. 1. 10.

 

 

 

기척 없이 내려앉는 그리움

 

-프시케-

 

뒤뜰에 가만히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키 큰 나무아래 선다

붉은 그리움 하나를  좁은 어깨 위에 앉힌다

노란 우주가 내 몸에 손을 얹어도

나는 그 붉은 그리움에게만

온 정신이 팔려

가만가만 그리움이 떨어질세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리움의 끄트머리가 

바람의 어깨를 잡고 떠나갈 때까지

 그렇게 키다리 나무 아래서

넓은 챙위로 보이는  구름에게

안도의 미소를 보낸다

짧은..  감미로운

Erik Satie의 Gymnopedie 보다 부드러운

그러나 기다리던 

그.. 그리움이었노라고

 

 

***

 

 

 

문득 어떤 책을 읽는다던가

영화를 볼 때 

좋은 시가 인용되는 것을 

만날 때가 있다

언젠가 우연히 클릭해서 본 영상에서

이 시를 듣고

너무 좋아

외우고 다닌다

뒤뜰에서 다올 이를 촬영할 때

키 큰 이름 모를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

한 번씩 읊조리는 시 일부러 어깨에 나뭇잎이 떨어지도록

오래 서있어 보기도 한다(오래라 봐야 1-2분이지만..)

어쩌다 나뭇잎 한 개가 어깨에 앉으면 

아..

우주가 내게 손을 얹었구나하며 미소 지어본다

 

 

 

오늘 문득..

Erik Satie의 Gymnopedie를 듣다 

다시 생각 난 시

 

미시령 노을이다

 

 

 

 

미시령 노을

 

- 이 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는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2025년 1월 9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