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산책마다 찍은 데이지 꽃들과 아이리스
**
날개
-프시케-
어깻죽지에 날개가 돋으려 한다
새들의 날개를 보며
혹은 나비의 날개를 보며
나는 날개를 감춘 천사처럼
언젠가 날아갈 때쯤이면
날개가 나오리라 믿었다
나는 타락한 천사처럼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날개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이 세상에 오게 되었을 땐
날개를 잃어버렸으리라 생각했다
이 생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살다가
이제 되었다 싶어
다시 날개를 달아주시는 날
드디어 천국으로
날아가는 것이라 아직도 믿는다
그러나 잠시 그것도 잊은 채
용서하지 않고
시기하며
미워하기도 하고
겸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았을 때도 있는 나
과연 나는 언제쯤
나의 온전한 날개가
내 등에서 돋아 날까?
2025년 2월 6일..
***
날개 하면 떠오르는 소설
이상의 "날개"
또 한 소설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
두 가지 책을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부분 부분만 기억나지만
날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소설이라 그런지
왠지 날개와 늘 연관지어진다
날개가 나오려는 걸까?
(데이지 꽃과 날개)
-프시케-
내 왼쪽 등 위쪽이
종종 가려울 때면
생각하곤 했다
날개가 나오려나?
하얀 꽃잎 날개들이 눈부시다
앙증맞게
고개 숙인
작은 봉우리들이
며칠 도 안되어
활짝 웃음 웃고 있다
천사의 웃음
하얀 꽃잎들이
천사의 날개처럼
얕은 바람에도 너울너울
혼자의 얼굴보다
옹기종기 머리 맞대고
모여 있는 얼굴들이
더 해맑아서 예쁘다
숲의 요정
베리 디스였던 것도
잊은 걸까?
아직도 깨끗한 향기 품으며
작은 얼굴들로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평화롭다
과수원의 신
베르탈나스의 끈질긴 사랑을 피해
몸을 바꿔 꽃이 되어버린
겸손의 요정 데이지..
아침마다
꽃송이가 늘어난
꽃 무더기 앞을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숲의 요정이 된 듯..
나풀나풀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왼쪽 등 위쪽이
또 근질거린다.
늘 같은 장소가
간지러워도 무심코 지났건만
엊그제 읽은
전경린 님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를 읽다가
등에서 날개 대신
제3의 팔이 나온 천사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내 왼쪽 등이
또 가려웠었다
마치
가려운 곳에서
날개가 나오려는 게 아닐까 하고
야무진 착각을 하면서.
천사처럼 착하지도 않으면서
천사처럼 맑고 순수하지도 않으면서
불쑥 제3의 팔이 아닌
날개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 전 본 영화
'흑조'에서
날개가 나오려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하얀 데이지를 닮은 천사와 슬픈 흑조가
내 눈앞을 스친다
데이지를 보며
천사와 흑조를 떠올리다니..
데이지 꽃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요정의 등에 난
예쁜 천사의 날개와
소설 속에서 읽은
제3의 팔인 날개
흑조에서 뾰족뾰족
날개가 나오려고 하는
그 모습이
내 왼쪽 등에서는
정말로
날개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말똥말똥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데이지 꽃들의 눈동자에서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듯
그 순수한 응시로
내 마음은 벌써 살짝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어요"
라고 속삭인다
나는 아직도
때 묻은 마음들을
닦지 않고 그대로 뿌옇게
내버려 둔 것이 틀림이 없다
용서하지 않음과
시기함과
온유하지 않음과
겸손하지 않음과
사랑하지 않음의 때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듯하다
하루하루
묵상과 기도를 하며
내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야겠다
아직도 간질간질
가려운 내 왼쪽 등의
날개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는 왼쪽 날개는
얼마나 내 영혼과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야 나올 수 있는 걸까?
그런 후..
또 다른 오른쪽 날개 자리엔
언제부터 간질거리기 시작할까?
데이지의 그 하얀 얼굴만큼
하얗게 내 마음과
영혼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과
시기하지 않는 마음과
온유한 마음과
겸손의 마음으로
사랑을 하며
깨끗하게 해야겠지..
오늘도 마음속 죄의
찌꺼기들을 위해
뿌옇게 흐려진 내
영혼의 창을 위해
입김 호호 불어가며
깨끗하게 될 때까지
닦아야겠다
성실한 묵상과
진실한 기도로..
내 왼쪽 등에서 나올
데이지 꽃처럼 하얀 날개를 위해..
2011년 5월 28일 금요일에 썼던 글을
2025년 2월 6일 금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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