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꽃
우리 집 앞에 핀 배꽃나무
하얀 배꽃나무에게 띄우는 편지
자박자박
걸어오는 발소리 대신
기다리지 않아도
오랫동안 빈 팔 벌린 가지 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예쁜 꽃망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두리번거리며 내 앞에 서있는 당신은..
나의 반가운 마중을 기다리나 보더이다.
활짝 핀 꽃
이른 봄
이맘때쯤이면..
한두 송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꽃송이로
생글생글 피어오르는 얼굴에
긴 속눈썹 같은 꽃술로 눈웃음 웃는 당신은.
제일 먼저 나의 봄을 달뜨게 하더이다....
겨우내 마음 비워낸 그 빈 가지에
함박꽃 같은 채움으로
어느새.. 하얀 속살 드러내며
이 가지 저가 지를 수놓고 있는 모습이
나의 마음에 봄 풍경으로 그리나 보더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Dogwood 라 하더이다
어떤 이들은 당신을
백 매화라 하더이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Dogwood의 전설을 읽고
Dogwood 가 아닌
꽃피는 배나무
(Pyrus Calleryana Flowering Pear)가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던 저의 무심함이
새삼 부끄러워지더이다..
이름이 무엇이면 어떠리이까?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해마다 같은 봄 차림으로
나를 맞아주는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할 수 있더이다...
팝콘처럼.. 톡~톡~ 터트리는 꽃송이들을 보며
팝콘 나무라 부르는 사람도 있더이다..
멀리서 만개한 당신의 매무새를 보며
솜사탕 나무라 부르는 이도 있더이다
동네 어귀 이곳저곳 둥글게 환한 하얀 모습으로
서있는 당신의 모습은 내 동네 지켜주는
든든한 *목련 언덕의 하얀 파수꾼 같더이다..
봄꽃을 거두고 파릇한 새잎을 피운 뒤
내내 시원한 그늘로
내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더이다
바람 불면 사각사각 바람소리로
내 고독한 슬픔을 달래 주더이다..
빨간색으로 물들인 당신의 가을 잎들은
내 감상의 봇물을 터뜨리는
온갖 고운 시어로 내 머릿속을
맴돌더이다..
.
한잎 두잎 떨어진 잎들이
소복해질 때에는.. 소중히 간직하고픈
내 카메라의 슬픈 모델이 되어주더이다..
한잎 두잎 떨어진 늦가을의 잎들이
아스팔트 위에 뒹굴 때면..
당신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내 마음과 함께
저물어가는 가을을 뒤로 한채
홀로 쓸쓸히 걸어가는 나그네 같더이다..
마지막 잎새도 떨구어버린
당신의 앙상한 가지 위에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내 산책길 지켜주며
이제는 나이 들어 지긋한
듬직함으로 항상 그 자리에서
두 손 벌려 맞으시는 내 아버지 같더이다
*****
해마다 저희 동네 이 집 저 집
앞뜰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이 꽃을 Dogwood라고 알고 있었는데
십자가를 닮은 Dogwood는
다른 꽃이라는 것을
작년에야 알았답니다..
하얗게 완전히 피었을 때 보면
정말 예쁜 꽃이며
무성한 잎으로 여름 내내
시원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을 동안 예쁜 색깔들로
즐겁게 하기도 하다가
겨울에도.. 빈 가지로 저에게 주는
쓸쓸한 위안까지..
아침 산책을 하며.. 늘 만나는
이 꽃피는 배나무가
저에게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졸필로 이렇게 끄적여 보았습니다..
오늘도 하얗게 핀 이 배꽃만큼
풍성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의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하얀 순수함을
배워볼까요??
오늘도 이 꽃피는 배나무 꽃처럼
하얗고 맑은 하루 보내세요
2009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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