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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하얀 배꽃나무에게 띄우는 편지

by 프시케 psyche 2020. 6. 20.

배나무 꽃

 

 

우리 집 앞에 핀 배꽃나무

 

 

 

하얀 배꽃나무에게 띄우는 편지

 

 

자박자박

걸어오는 발소리 대신

기다리지 않아도

오랫동안 빈 팔 벌린 가지 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예쁜 꽃망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두리번거리며 내 앞에 서있는 당신은..

나의 반가운 마중을 기다리나 보더이다.

 

 

활짝 핀 꽃

 

 

이른 봄

이맘때쯤이면..

한두 송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꽃송이로

생글생글  피어오르는  얼굴에

긴 속눈썹 같은 꽃술로 눈웃음 웃는 당신은.

제일 먼저 나의 봄을 달뜨게 하더이다....

 

겨우내 마음 비워낸 그 빈 가지에

함박꽃 같은 채움으로

어느새.. 하얀 속살 드러내며

이 가지 저가 지를 수놓고 있는 모습이

나의 마음에 봄 풍경으로 그리나 보더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Dogwood 라 하더이다

어떤 이들은 당신을

백 매화라 하더이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Dogwood의 전설을 읽고

Dogwood 가 아닌

꽃피는 배나무

(Pyrus Calleryana Flowering Pear)가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던 저의 무심함이

새삼 부끄러워지더이다..

 

 

 

 

 

이름이 무엇이면 어떠리이까?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해마다 같은  봄 차림으로 

나를  맞아주는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할 수 있더이다...

 

 

 

 

팝콘처럼.. 톡~톡~ 터트리는 꽃송이들을 보며

팝콘 나무라 부르는 사람도 있더이다..

멀리서 만개한 당신의 매무새를 보며

솜사탕 나무라 부르는 이도 있더이다

동네 어귀 이곳저곳 둥글게 환한 하얀 모습으로

서있는 당신의 모습은 내 동네 지켜주는

든든한 *목련 언덕의 하얀 파수꾼 같더이다..

 

 

 

 

봄꽃을 거두고 파릇한 새잎을 피운 뒤

내내 시원한 그늘로

내 뜨거운 여름을 식혀주더이다

바람 불면 사각사각 바람소리로

내 고독한 슬픔을 달래 주더이다..

 

 

 

 

 

 

빨간색으로 물들인 당신의 가을 잎들은

내 감상의 봇물을 터뜨리는

온갖 고운 시어로 내 머릿속을

맴돌더이다..

 

 

.

한잎 두잎 떨어진 잎들이

소복해질 때에는.. 소중히 간직하고픈

내 카메라의 슬픈 모델이 되어주더이다..

 

 

 

 

 

 

한잎 두잎 떨어진 늦가을의 잎들이

아스팔트 위에 뒹굴 때면..

당신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내 마음과 함께

저물어가는 가을을 뒤로 한채

홀로 쓸쓸히 걸어가는 나그네 같더이다..

 

 

 

 

마지막 잎새도 떨구어버린

당신의 앙상한 가지 위에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도

언제나 내 산책길 지켜주며

이제는 나이 들어 지긋한

듬직함으로 항상 그 자리에서

두 손 벌려 맞으시는 내 아버지 같더이다

 

*****

 

 

 

 

해마다 저희 동네 이 집 저 집

앞뜰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이 꽃을 Dogwood라고 알고 있었는데

십자가를 닮은 Dogwood는

다른 꽃이라는 것을

작년에야 알았답니다..

하얗게 완전히 피었을 때 보면

정말 예쁜 꽃이며

무성한 잎으로 여름 내내

시원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을 동안 예쁜 색깔들로

즐겁게 하기도 하다가

겨울에도.. 빈 가지로 저에게 주는

쓸쓸한 위안까지..

아침 산책을 하며.. 늘 만나는

이 꽃피는 배나무가

저에게는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졸필로 이렇게 끄적여 보았습니다..

오늘도 하얗게 핀 이 배꽃만큼

풍성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의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 하얀 순수함을

배워볼까요??

 

오늘도 이 꽃피는 배나무 꽃처럼 

하얗고 맑은 하루 보내세요 

 

2009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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