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별을 이불 삼아
(낚시를 다녀오며..)
하늘엔 뭉게구름이..
한 조각 두 조각.. 예쁜 그림을 그리고
나무 사이로 빼꼼히 내다보는 이쁜 구름들..
낚시터 입구엔 벌써 낚시하는 사람 모습이..
멋진 풍경의 호수..
저쪽에도 낚시하는 모습이 보이지요? 나
낚싯터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하늘.. 구름.. 호수.. 바람..
노을이 져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 시간을 가리켜.. 개늑시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저기 서있는 영준이가 영준이 이은 지..
옆지기 인지.. 건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느라 정신없는 옆지기.
넘어가는 석양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영준이는..
그러다.. 돌도 던져보고 있는 영준이의 모습..
다 준비된 낚싯대
귀여운 건희(Iris)의 발
못생긴 내발
댐 둑으로부터 비추는 불빛..
아버지와 아들..
예쁜 초도 켜놓고..
내생일 때 타 다남은 빨간 하트 모양의 초.
향기도 나는 예쁜 초..
그러는 사이.. 잡힌 잉어..
조금 더 가까이에서 얼굴도 보고.
잘 생겼죠?
두꺼비도 나타나 인사를 하고..
틈틈이 낚싯대를 살피는 옆지기..
외로운 낚싯대와.. 호수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서로 마주 보고 미소 짓는 듯..
낮에는 햇볕을..
밤에는 이슬을
막아주는.. 무지갯빛 파라솔
이제 밤이 지나고 새벽이 눈웃음치고..
멀리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을 나르는 부지런한 아침 새..
더 높이.. 높이.. 곡예를 하고..
아침잠에서 깬 아이리스
물안개 낀 호숫가..
또 다른 부지런한 새가 나와.. 아침을 찾고..
드디어 찬란한 아침해가 솟고..
아무도 인적 없는 한적한 낚시터의 아침..
누군가 반가운 사람이 올 것 같은.. 너무 예쁜 아침 길..
아침 언덕길..
반대편에서 바라본.. 우리가 앉았던 곳
돌아오는 길에..
하늘과 별을 이불 삼아
(낚시를 다녀오며)
간증 설교로 미루어진 낚시를 위해
토요일 오후 일찍 출발해서
몇 마리만 잡아 오겠다 하여
이것저것 낚시 준비를 하는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때까지 못 잡으면 밤을 새울 수 있다 싶어
만약을 대비해 저녁에 말고 잘
머리 롤러까지 챙겨서 떠났지만
아니나 다를까 가자마자 한 시간 후
한 마리를 잡고 더는 소식이 없자
밤을 새우기로 만장일치가 되었습니다
깜박 잊고 사 오지 않은 얼음을 사러 나간 사이
개늑시라는 그 시간도 즐겨볼 겸
기대하고 기다리던 저녁노을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땅거미가 어둑어둑 질 무렵 읽던 책을 접고 건희와 하늘을 향해
발을 올린 다음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봅니다.
이제 십 대인 영준 이도 같이 다니고 싶어 하지 않을 나이인데도
늘 군말 않고 식구들과 같이 하는 모습이 듬직합니다
건희는 아직 어려서인지 늘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이런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무렵
하늘의 푸른빛이 점점 검은색으로 짙어가고
반짝반짝 어느덧 하늘을 수놓는
별빛이 유난히 밝은 밤입니다.
별도 세고. 뒤에서 차오르는 둥근달을 등지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옆 지기의
모습에 평온함이 깃들고
건희와 엄마는 잉어가 혹여라도 시끄러워 오지 않을까 봐
소곤소곤 귓속말로 속삭이며
수다를 떱니다.
밤이 깊어가자
가져온 하트 모양 촛불에 불을 켭니다
모기는 없지만, 간혹 있을 날것을 쫓기 위해서
지난 제 생일날 켰던 타다 남은 하트 모양의 촛불이
야외에서 밝히는 불빛은 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은은한 불빛에서 내일을 위해
대략 짐작으로 거울도 없이 손짐작으로
머리를 롤러로 감습니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낚싯대에 묶어놓은 방울이 울립니다.
잉어가 잡혔다는 소리에
영준 이는 망을 들고 달려가서 아빠를 돕고
저와 건희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도
불쌍하다, 귀엽다, 잘생겼다, 큰 녀석이다, 알이 밴 것 같다.
종알종알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잉어를 넣으며 사진을 찍는 중에
두꺼비 한 마리가 돗자리 위에 꼼짝을 않고
앉아 있습니다.
신기한 듯 시선을 잉어에서 그리로 옮긴 건희와 나는
계속 어떻게 하나 관찰을 합니다.
두꺼비도 민망했는지.
보호색을 띠느라, 풀숲으로 폴짝 뛰어갑니다
머리에 감다 말은 롤러를 마저 말고
가져온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 누워 까만 하늘과
총총히 떠있는 별을 이불 삼아 별을 셉니다.
제일 눈에 띄는 북두칠성을 보며
아이리스 별과 프시케 별도 하나
정해 놓았습니다.
간혹 지나가는 밤 비행기의 모습도 보며
혹여라도 눈에 띌 별똥별이 있는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찾아봅니다.
누가 먼저 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너도나도 저마다의 꿈속 여행을 위해
별 속으로, 달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날씨도 적당하고, 바람도 많지 않은
호숫가 밤 풍경을 품에 안고
산림욕, 호수 욕, 자연 욕을 하는 듯
고요한 밤의 정적이 우리들의 꿈속에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건너편 댐 둑으로부터 비추는
몇 줄기의 빛이 호수 위에 금빛으로 출렁이고
이슬이 내릴 것을 대비해
바닷가 용 무지개 파라솔과
조개며, 불가사리, 하이비스커스가 그려 있는 파라솔은
밤이슬을 두 팔 벌려 막아주듯 파수꾼이 되어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모두 잠든 사이
옆 지기 혼자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요한
호숫가 밤바람을 맞으며 밤안개와 이야기합니다.
뒤척이다 눈을 뜨면
어느새 옆 지기는 이슬이 고여 떨어지는 것을 막느라
이리저리 파라솔의 위치를 바로잡아 줍니다.
뒤척이면 눈을 떴을 때마다
아직도 열심히 파라솔을 움직여
이슬을 막아주는 옆 지기의 모습이
여러 번 눈에 띕니다.
자상하기도 하지
마누라와 자식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옆 지기의 곰상스러운 사랑에
속으로 미소 지으며
안심하고 잠든 지 여러 시간이 지나자
벌써 뽀얗게 떠오르는 새벽이 기지개를 켜자
멀리 호숫가 수평선 위에 드리운 물안개가
잔잔한 물 위를 드리우며 내 눈을 간질입니다.
아침을 나는 새들의
짹짹 이는 소리가 상큼합니다.
먹이를 위해 낮게 나는 새들이 호수 위를 낮게 날며
공중 곡예를 합니다.
잽싸게 낚아챈 물고기들을
귀여운 새끼들에게 나르려
열심입니다.
자식사랑에 끔찍한 어미 새의 사랑과
밤새 한잠도 안 자고 파라솔을 연방
고쳐가며 이슬을 막아주는
옆 지기의 가족 사랑을 읽으며
오늘도 하나님께, 가족이 같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 집니다.
아침 안개가 걷힐 즈음
잉어는 더 잡지 못했지만
조용히 자리를 거두고
아침 해가 눈 부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길이
행복합니다.
아침 인사를 하는 초록의 나무들이
저마다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펼쳐지는 고요한 아침의 시골 풍경이 주는
아늑함이 평화롭습니다.
어제 말아놓은 머리 롤러는
그대로 머리에 감아둔 채
한잠도 자지 않고도 운전하는 옆 지기를
졸리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조잘거리며 마시는
향긋한 모닝커피는
여느 때와는 달리 더 향기롭고 따스합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교회 내에서의 사랑의 잉어 릴레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잉어의 순서 주인이
행복해할 마음을 생각하며
옆 지기의 입가에도 어느덧
피곤함도 잊은 받기보다 주는 마음이 주는
행복의 미소가
아침 햇빛에 반짝입니다.
.
2010년 5월 23일 주일 아침..
낚시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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