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기와 호미질
이제막 움이 트려는 배꽃 봉우리와 우리 집 잔디 위의 예쁜 풒들..
풀 뽑기와 호미질
-프시케-
듬성듬성
잔디 위에 솟아 나오는 잡풀들을 보니
이제 완연한 봄이다
잔디 캐어 회사를 쓰다
이제는 잡풀도 손수 캐어하겠다는 옆지기의
의견대로 작년부터 잔디 케어 회사와의
계약을 하지 않았다
올해도.. 시즌이니만큼 쉬지 않고
전화를 하며.. 다시 계약하고 싶어 한다
경기도 경기이니만큼
사소한 경비도 아끼려는 많은 사람들의
계약해지로 더 많은 손님들을 유치해야 하는
회사 측의 노력이 가상하다
아침 공기가 유난히 상큼한 봄기운이 도는
아침산책을 하려.. 민희와 나섰지만
파릇파릇 내민 잡초들을 보자
산책 대신 잡초를 뽑기로 했다
데리고 나온 민희는 복숭아나무에 묶어놓고
다 시들어가 장화와 장갑 그리고 호미를 들고 나왔다
사실 지난주 교회의 꽃밭 잡초뽑기를 하느라
호미를 들고 교회에서 잡초를 뽑으며
우리 집 잡초도 뽑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호 미를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 한국 마켓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언젠간 쓸 일이 있어 쓰려고 사두었지만
그리 사용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잔디를 뽑으며 생각한 거지만
정말 긴요하게 잔디 뽑는 일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의 호미 예찬이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어쩜.. 박완서 선생님이 예찬하신 그대로의 감정을
내가 가질 수 있었다
선생님의 글을 빌자면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그 수려한 선을 예찬하시고.. 손아귀에 딱 맞아
힘을 주는 그 힘이 낭비 없이 호미 끝으로 모여지는 것이
호미를 만든 선조의 지혜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 살았기에 밭을 매거나 호미를 쓸 일이 없었기에
사용해본 적은 거의 없는데
마치..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것처럼 손에 착 붙는 게
풀 뽑기가 여간 수월하지가 않다
어쩜!..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온다
앞마당 잔디에.. 있었던 잡초를 뽑아놓으니
제법.. 먼 옛날 시골 아낙네들의 김 메기 해놓은 것처럼 수북하다
옛날 어머님들과 할머님들이 이렇게 하셨겠지?
풍성하고 일하기 좋은 몸빼바지에.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한 손에 호미 들고 김을 매시던
나도 어렴풋이
시골 할머님 댁에 가면
그 호미를 가끔 보기는 했던 것 같다
가끔 할머님의 차림에서
그런 밭메는 아낙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도 아닌
미국 땅에서 호미를 들고
잔디 위의 잡풀을 뽑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호미로 파내는 잡풀들이
쑥쑥 잘도 뽑힌다
호미 이전에 조그만 모종삽으로
풀 뽑기를 해본 적이 있지만
호미만 하려면 어림도 없다
호미질에 익숙하진 않지만
잠시나마
호미질을 하며
앞마당의 잡풀이 아닌
시골 어느 밭에서 호미질을 하는
시골 아낙의 훔쳐내는 이마의 땀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산책하는 시간을
잔디 위의 풀 뽑기를 하면서
잠시나마
시골 아낙의 김매는 수고를
생각할 수 있어서
풀을 뽑아 깨끗한 잔디를 보는 것보다
더더욱 보람찬 아침이었다
잡풀과 함께한 호미질이..
2011년 2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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