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 생일이에요..
프시케의 생일은요..
오늘 저녁 파티를 위해
아침에 건희 그리고 영준이 와 준비한
생일 테이블
*****
제가 차린 건 아니지만 오시는 분마다 많이 많이 드시고 올 한해..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
대보름 상차림
(사진은 인터넷에서 모셔옴)
오곡밥
9가지 나물 모둠
나물 모음..
취나물
무청 시래기 나물
고구마순 나물
호박고지 나물
아주까리 잎 나물
가죽나무잎 나물
도라지나물
토란줄기 나물
가지 고지 나물
무나물
톳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콩나물
토란잎에 싼 찰오곡밥
부럼(밤, 잣, 은행, 땅콩, 대추, 호두.)
귀밝이술..
*****
프시케의 생일은요...
오늘은 내 생일이다
언제나
그래도 현대에 오기 전엔
정월대보름도 명절의 하나였으므로
어머님과 할머님께서는 늘
오곡밥과.. 나물들을 차려놓고
정월 보름을 지내곤 했다..
얼마 전 꿈을 꾸고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내 생일인 정월대보름상을 차려주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서운해하셨다
마침 외할머님께서 구정을 지내시려
와계시기에 여든아홉이신 외할머님과 통화를 하며
외할머님께서 만들어 주신 송화다식이 먹고 싶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어릴 적 외가댁으로 방학을 지내러 가면
늘 벽장 속에서 조청이며.. 곶감이며.. 대추.. 쌀강정..
잔치집에 다녀오시며.. 가져오신 다식과 약과들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묻어있는
그 음식들이 지금도 생각나곤 한다..
특히.. 잔치집에서 가져다 주신 물들인
은행들이 있었는데..
그 은행들을 시집오기 전까지
색이 너무 고와 고이 간직하기도 했었다..
송화다식 이야기로 예전에 가져다주셨던
음식 이야기를 하며 그리워했더니..
동네에서 다식판과 조롱박을 구해서
내게 보내주시겠다고 하신다
내가 시집갈 때 주신다고
목화솜을 따서 고이 보관해 주셨던 외할머님..
그 외 할머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나도 있는 것..
이것은 사족이지만..
아주 어릴 적
외가에서 방학을 보낼 즈음..
네모난 평상 위에
여름 신선한 야채와 함께
외할머니께선.. 어느 날
맛있는 고기를 내게 주시면서
정말 귀한 고기라고 말씀하시며
먹으라 하셨다.. 정말 맛이 있었다..
며칠이 지난 다음에야 그 고기가
두더지 고기였다고 말씀하신적이 있다..
두더쥐 고기라고 말하면 먹지 않을 것이
뻔하니.. 그 고기가 다 소화되고 난 다음
말씀하셨던..
외할아버지가 손수 잡아다가
요리해 주셨다는 두더지 고기..
지금도 옆지기는 이 말을 해준 이후
늘 나의 몸매가 두더지를 닮았다고 놀려대곤 한다
좋은 말로는 둥실둥실 비너스 몸매지만
나쁜 말로는 안 보이는 데는 모두
굵직굵직하고 짧다고
두더지를 닮았다고 놀릴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두더지 고기 덕에
늘 내가 건강한 것 같다고
그런 외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입은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친정 엄마가..
보름날 갖가지의 오곡밥과 나물들을
이 집 저 집 다니며.. 대접받아먹곤
나를 낳았다는 말을 하시며..
처음 낳는 아이라.. 살살 배가 아파오는 게
진통이 오는 줄을 모르시고..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픈 줄 아셨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보름날 낳은 나는 먹을 복이 많을 것이라는 말을
농담 삼아하시기도 하고..
둥글넓적한 얼굴도.. 보름달을 닮아
그렇게 생겼다는 말을 하시곤 했다..
외가 쪽으로는 첫 손녀였기에
외삼촌들과 이모.. 그리고 친척들의
사랑을 참 많이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늘 동생들한테 미안할 때가 많다
유난히..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내리 동생들은 내가 받은 사랑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동생들보다.. 일찍 태어난 만큼
사랑을 더 받았으니..
그리고.. 늘 엄마 아빠를 부르실 때
어른들은 내 이름을 붙이신 후
부르시곤 했다.. 아무개 에미.. 아무개 아비..
원래 나물 9가지를 먹는 이유는
나무 아홉짐을 하고 밥 아홉 그릇을
먹는다는 한가할 때 잘 먹어두어
그해 일 년 일할 것에 대비한다는 뜻이었으며
성씨가 다른 집에서 오곡밥을 얻어오라는 것은
남의 집 곡식도 고루 먹어 비타민 결핍증과
과다증이 걸리지 않도록 한 선조의 지혜가 있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골고루 의 음식으로부터 받은
영양을 고루 받았으랴..
지금도..
음력으로 생일을 보내어서 그런지
친척들이나 동생들은 내 생일은 잊지 않고
독일지사로 나가 있는 막냇동생도..
한국에 있는 두 여동생들도..
여기 미국에 같이 있는 동생도
전화를 해올 때면.
은근히.. 부러워 질투하는
옆지기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언제나.. 잊지 않고 전화를 해주는
동생들과 많은 지인들이
늘 고맙다..
무엇보다도
생일엔..
자신이 축하받기보다는
어머님이 나를 낳아주신
그 은혜에 감사해야 함을
오늘 새삼 느낀다..
그동안의 수많은 생일 동안
이 세상에 태어남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어머님께 돌려 드리려 한다..
보름날에 낳으셔서
먹을 복이 많게 해 주심에
보름달을 닮아.. 얼굴이 둥글 넓적한 것에 대해..
두더지 고기를 먹여주신
외할머니 지금인 고인이 되신
외할아버지의 사랑 덕에
잔병치레 없이 비록 통실 통 실하지만
건강한 것에 대해..
오늘
이 모든 분들의 사랑이
오늘 나를 있게 하셨음에
모두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늘 그래 왔지만
자신의 생일은 챙기지 않아도
내 생일은 꼭꼭 챙겨주는
옆지기에게도..
이제는 자기가 만든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챙겨주겠다고
큰소리치는 영준이에게도
예쁜 Happy Birthday 뽀뽀로
내 생일 아침을 즐겁게 해 준
건희의 따뜻한 사랑에도
감사하며
지금 나는.. 오늘 저녁에 있을
작은 생일 파티를 위해
테이블 세팅을 한다..
옆지기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Thank you for everything you guys have done
for my birthday...!!
를 되뇌며...
정월 보름 생일날 아침에...
2011년 2월 17일 목요일
'가족 > 지난날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사꽃 흐드러진 삼월의 아침 (0) | 2020.06.25 |
---|---|
풀뽑기와 호미질 (0) | 2020.06.25 |
내가 꿈꾸는 발렌타인-탱고가 있는 발렌타인 (0) | 2020.06.25 |
낙서꾼님의 목소리 (0) | 2020.06.25 |
저고리 동정을 달며 (0) | 2020.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