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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저고리 동정을 달며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저고리 동정을 달며..

 

-프시케-

 

 

 

 













 

건희..

 



이번에 건희가 신었던 버선(물론 제 버선이지요..)

 

 

내가 들었던 가방

 

  

흰색은 건희가.. 들고..



 

 

길이를 조절하느라 이전 건희 치마에 쓰던 나비를 

이곳에 달아보았지요..

 

 

예쁜 나비 한 마리..

 

 

나비 두 마리..

 

 

나비 세 마리..

 

 

 

건희 치마에 앉았네요..

 

 

 

노리개와 나비..

 

 

나비..

 

 

나비와 노리개

 

 

 

동정 하나를 꺼내 보았습니다

 

 

오래 안 달고 두었더니. 저고리 동정 유행도 바뀌네요

 

 

아끼고  아꼈던 동정..

 

 

동정 요것밖에 안 남았어요..

 


동정들




다 끝낸 동정.. 예쁘지요?

 


품이 커서 조금 더 안으로 여며서 동정 이가 잘 안 맞아요..

  

저고리 동정을 달며..

 

-프시케-

 

 

구정 주일이기도 해서

의례 명절이면

꼬박꼬박 한복을 챙겨 입곤 한다

번거로와서인지

옆지기와 영준이는

지난 추석부터..

슬슬 피하면서

안 입을 한다

건희도 벌써부터

한복 이야기만 꺼내면

엄마가 만들어주는 

쪽머리가 너무 크고

무겁다고

자꾸 한복 입기를 꺼리는 눈치다..

사실 

나야 좋아하는 한복이라

거추장스럽다든지..

쪽머리가 무겁다든지

옷이 너무 껄끄럽다든지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한복이라면..

마냥 좋다..

오래전 어렸을 적 꿈이

고아원 원장 되겠다던 것과

이다음에 나이 들면

대청마루에

대나무 돗자리 펴놓고

뒤엔 커다란 동양적 병풍을 치고

옥색 모시 치마에 하얀 모시 저고리를 입고

난을 쳐보겠노라고..

늘 상상을 해보곤 했다..

왜냐 하면.. 그냥 한복이 그리

단정하고 우아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을 때도..

명절이면.. 늘 한복을 입고

다니던 버릇이 있어서 인지

미국에 오고 나서 꼬박.

20여 년을

명절 때마다.. 몇 번을 빼고는 

꼭 한복을 입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교회 갈 때 말고는 딱히 한복을 입을 일이 없기에

늘 명절 주일이면.. 한복에

쪽머리를 하고 다녀서인지..

나이를 내 나이보다 많이 보는 분들도

꽤 많았다..

펑퍼짐한 얼굴에 

두리뭉실한 몸매는 가려지지만

한복맵시의 으뜸인 어깨가 좁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한복이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이번 구정에도 어김없이

그전날 한복을 준비하는데..

건희 한복이 그동안 키가 훌쩍 큰 데다

약간 오동통해진 몸매 때문에

2년 전 친정어머님이 보내주신

한복이 작아서 못 입게 생겼다..

생각다 못해..

20여 년 전에 입었던

그때 사실 고전 무용이 배우고 싶어

연습복으로 맞추었던..

(결국 배우지는 못했음..)

깔깔이 한복이.. 그중 내가 가지고 있는

한복중 제일 작은 사이즈 같았다..

처음엔.. 건희 한복 어깨를 뜯어 조금

늘려서 입히려 했지만

건희는 굳이.. 내 한복을 입겠다고 한다

(이유는 제 한복은 황진이 한복이라고

머리를 크게 올려야 한다고 싫다고.. 한다)

그래서 입혀 보니..

치마 길이도 너무 길고

저고리도 손들을 덮어.. 팔이 터무니없이 길다

생각다 못해

치마는 나비 핀으로 듬성듬성 줄여서 모양을 내고

저고리는 안에서 몇 인치씩 빨간 실로 박음질을 해

대충 줄였다..

그런데.. 동정이 문제가

20년 전 처음 맞출 때 그대로의 얇은 동정이

꼬질 꼬질 때가 묻어있었다..

마침 요즘 말고 바로 전에 유행했던

중간 사이즈의 동정이 있어서

갈아 달기로 했다

한국에서 엄마가 다시는걸 딱 한번 본 것외에

어떻게 다는지를 몰라서 

지금 달려있는 것을 뜯어가며

대충 꿰매어 달았다..

어귀가 딱 맞아야 함에도

조금 엇갈리기는 했어도..

보기에 흉할 정도는 아니다..

가만히 앉아..

동정을 달며.. 한복을 다리고 있으니

왠지.. 오래전 여염 짐 아낙이 된 듯

기분이 신기하다..

오래전 아낙들은 다 이렇게

일일이.. 가족의 옷들을 꿰매고

다리고.. 또 다 뜯어서 다시 꿰매고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옷에다 쏟는 정성 또한

남달랐겠다..라고 생각을 하니

지금 현대 옷들은 얼마나.. 편리한지

새삼 할머니.. 어머니 세대에 계셨던 분들의

가족을 위한 노고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우리 교회의 연세 드신 할머님 한분이

여름에 개량 모시 저고리를 입은걸 보시고

늘 당신이 한번 손질해 주마하시면서

오래전

숯 다리미로 인두로.. 남편의

두루마기며.. 모시한복들을

일일이 다리며.. 손질한 이야기를

듣곤 했었다..

결국 손질해달라고 맡겨 드리지

못하고 작년에.. 돌아가셨다..

주름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시며

한복 입은 모습을 칭찬해주시던

그분도 그리워진다

한복...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나는 오래전부터 입어온 사람처럼

그 번거로움 조차.. 마냥 좋기만 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그리고 나의 속마음이..

단정하고 단아하게 

신사임당은 그만두고라도

세상의 이치를 다 깨우칠만한

넓은 마음을 소유할 즈음엔

어느 산골.. 조그만 통나무 집이라도

마루 위에.. 왕골 돗자리 깔아놓고

사군자가 그려진 근사한

병 품을 치고 

옥색 모시 치마에 하얀  모시 저고리 입고 앉아

난을 칠 날을  상상하는

훌쩍 커버린 딸내미 한복에

동정을 달고 있는 

이 시간이 곱다랗다..

 

 

 

 

 







2011 년 1월 29 일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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