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나는 새 그리고
겨울나무
-프시케-
아침 산책길에 찍은
아침 새들과 겨울나무
아침을 나는 새 그리고 겨울나무
-프시케-
짹짹 거리며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다
걸으며.. 여기저기 잔디 위에
앉아 모이를 찾는 그 모습에
미소 짓는다
홀로 앉아
사색에 잠긴
저 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뒷모습이 유난히
외로워 보이지만
나름대로
그 모습이 아름답다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나뭇잎처럼 옹기종기 앉아
아침 수다를 떠는
한쌍의 아침 새는 다정하다
무리를 지어. 회의를 하듯
해야 할 하루 일과를 나누는 것 같은
여러 마리의 아침 새들..
그 모습도 참으로 정 겹다
머리 위로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푸른 하늘을 점점이
수놓을 때도..
어쩌면..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작은 새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처럼
찬바람 마다하지 않고
아침을 맞으며 훈련하는 새들이
참으로 부지런하다
무슨 공중 곡예라도 하듯..
여러 마리의 새떼들은
높이도 날았다 낮게 날기도 하고
이쪽에서 날았다 저쪽으로
몰려가기도 하고
그래도 꼭 무리를 지어
같이 움직이는 일사불란함이
서로를 얼마나 챙기고 아끼는지 알 것 같다
기러기들은 바다를 건너며
앞에 나는 리더들을 뒤에서 격려한다 한다
그러다 리더가 지친 듯하면
뒤에 있는 다른 새가 리더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듯..
힘들고 지친 앞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뒤에서 소리 내어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사랑을 배우고 싶다
고개를 한껏 젖혀..
새들을 찍고자
카메라를 들이대 보면
어느새 훌쩍 공중으로 날아가 버려
포커스를 맞추다.. 실패한
내 카메라 든 손은 허공을 헤맨다
저절로
그 어정쩡한 포즈는 손을 허공에 대고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빙판 위를 수놓는
어설픈 연아 선수가 된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참에 빙그르르
하늘을 보고 돌아보기도 한다
어 어디로 갔지??
찍으려던 새는 안 보이고
멀리서 날아가던 여객기가
어느새 렌즈에 들어와 있다..
하얀 꼬리를 달고 날아가는 비행기 역시
한 마리의 흰새와 같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 일까??
모양은 영락없는 한마리의 새다..
아.. 맞아..
앨버트로스(Albatross, Albatrus)야..
새끼에게 줄 한 끼를 위해서
기꺼이 만 오천 km를 난다는
앨버트로스가 떠오른건 왜일까?
긴 것은 3.5 미터의 가장 긴 날개를 가졌다는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새가
방금 내가 찍은 비행기로 보였던 걸까?
날개가 길기도 해서
더 비행기 같다던..
알바트로스 새가 이 아침
왜 생각이 나는 걸까?
가장 충실한 배우자이며
부모라고 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날기도 하는
천사처럼 우아하고
잡초처럼 질긴 삶을 산다고 했던가?
먼바다 위에서 모진 풍파와
온갖 고난을 겪으며
오랜 삶을 산다고 하지?
.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또 한 무리의 새떼들이
지지배배 내게 말을 걸어온다
아침마다 보는 게 낯익어서인지
제법..
식구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하다.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친근한 날갯짓으로
아침인사를 한다..
하늘은 몇 대가 지나갔는지
벌써 하얀색 분필로
길게 몇 개의 줄을 그어놓은 듯..
파란 하늘 위에 선들이 그어져 있다
마치.. 내 마음에 그려놓은
하얀 마음의 무늬 같다..
겨울나무들은
아직도 견뎌야 할 남은 만큼의 인내로
꿋꿋하게 빈 손 벌려
묵묵히 오가는 새들에게
기꺼이 앉을 가지를 내어준다
나무에게 말 걸어주는 아침 새들이나
아침 새들을 위해
얇은 가지나마 내어주는
빈 가지로 앙상해 보여도
없는 중에 따뜻한 마음으로나마
무엇인가를 내어줄 줄 아는
겨울나무를 아침마다 만나며
지친 누군가에게
잠깐 기댈 수 있는
따뜻한 내 마음 가지를
내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 새들과
겨울나무들처럼..
2011년 1월 20일 목요일
'가족 > 지난날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고리 동정을 달며 (0) | 2020.06.25 |
---|---|
가로등에게 묻다-용서의 날개 (0) | 2020.06.25 |
하얀 겨울 연서 (0) | 2020.06.25 |
파티가 끝난 후 (0) | 2020.06.25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0) | 2020.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