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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꽃비 내리는 아침 - 침묵의 눈물로

by 프시케 psyche 2020. 6. 25.




 

 

꽃 비

 

-프시케-

 















































































































  



  * 아침 산책길 찍은 꽃피는 배나무들.. 그리고 떨어진 꽃잎들..    

꽃 비

 

-프시케-

 

 

팔랑팔랑

하얀 꽃 비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지친 꽃잎들

하얗게  드러 눕는다..

 

잔디 위에도

들풀 위에도

도보 위에도

아스팔트 위에도

하얀 수의로

창백한 꽃잎들

할 말 못 한 채

힘없이 스러져 간다

 

소복소복 쌓인

정든 나무와 

헤어짐이 아쉬워

이별의 순간

짜디짠 눈물로 

슬픈 꽃잎들

봄을 배회한다

 

동글동글

기다랗게

장식한

보도블록

코너에

옹기종기 모여서

차디찬 흰 비단으로

늘여놓은

깨끗한 꽃잎들

하얀 꽃길 카펫 만든다

 

꽃잎 떨어낸 

그 자리엔

연한 이파리들

꽃잎 고치 벗고 나온

연한 초록 나비로

꼬물꼬물 

슬픈 채 

삐죽이 눈감고

엎드려 있다

 

한 장 한 장

바람결에 

나부끼는 

꽃 비를 맞으며

아직도

나실나실

흔들리는

가지마다

작은 한숨들

 

송이송이

남아 있는 

꽃송이들은

저마다

속삭이며

낙하할 준비를 한다

너도나도

고스란히

흠 없는 꽃 비 되는 법을

위해 고민한다

 

얄따랗게

하얀 꽃잎 쌓인

새벽길에서

내일이면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긴 여행을 떠날

저 꽃잎들을 위해

기도로 손 흔들어 

나라도 배웅해야겠다

.

 

사쁜 사쁜

제 몸 나부끼며

화사한 봄

어쩔 수 없이 떠남을 

알리는

꽃잎들로 한 자 한 자

사연 담은 꽃 비 유서들

이른 봄

긴 여정 마치게 되는

갑자기 가는 가여운 영혼들의

비보로구나

 

서서히 눈을 떠

하얀 꽃잎 밀어내고

초록이 솟아나는 나무 위에도

꽃잎들 천천히 고개 숙인

봄은 점점 

오열하며 

무르익어가나 보다 

 

오늘도

길옆에 소복한 

잎끝이 변해가는 

튀밥 같은 꽃잎들이

이웃 나라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을 대신해

서러운 세상 하직하고 

길게 눕는다

 

슬프게 

꽃상여 지나가는 

통곡의 아침

꽃으로라도 

그들의 넋 

잠재울까나

 

침묵의 눈물로

그들에게 묵념하는 

꽃 비 내리는 아침

 

 

 

2011년 3월 14일  월요일